김민형 시집, ‘길 위에서 묻는 길’

김민형씨가 등단 10년만에 첫 시집 ‘길 위에서 묻는 길’(도서출판 천년의 시작)을 선보인다.

시집은 내내 어두운 이미지와 해독하기 어려운 화법들이 낯설음을 자극시킨다. 정효구 문학평론가는 “김민형의 시는 쉽게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시가 남달리 깊은 사색 속에서 탄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과 함께 고민하며 인내심을 갖고 발길을 옮기다 보면, 어느 샌가 우리는 그의 시가 지닌 속살을 만나게 되고,  그 환희는 각별하다”고 평한다. 

그의 시는 이미지를 쫓아 시상을 전개하는 방식이 아닌 하나의 관념으로 출발한 이미지들이 조합된다. 그래서 이미지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그의 시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이에 정해명 시인은 “행과 행, 연과 연의 고리가 아주 긴밀한 연결과 생략에 의해서 긴장을 이루고 논리와 비논리가 서로 부딪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요소들은 새로운 시창작 세계를 여는 중요한 열쇠다. 도종환 시인은 “시의 낡고 오래된 습관을 거부하면서 새로 마름질한 그의 시는 한 편 한 편이 잘 짜여진 시 아닌 것이 없다. 낯선 재료들이 모여 이룬 정교한 옷감 같다” 고 말했다.

한편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낯섦의 구조는 일상 생활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자/ 인형의 몸에서는 피가 흐른다’(‘소녀의 집’부분)는 오랫동안 쓰지 않아 녹슨 수도와 녹물을 인형의 몸과 피로 연결되는 구조로 형상화한다.

작가는 94년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江에서’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했고, 그 후 충북민예총 사무처장을 맡으며 지역문화운동에 몸을 담았다. 또 오페라 ‘직지’, 연극 ‘청년단재’ ‘노근리’ , 이밖에 풍물극, 마당극, 뮤지컬 등 10여 편의 대본을 집필하여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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