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러스 루이스 뉴욕타임즈(NYT) 사장이 경쟁지인 워싱턴포스트지(WP)에 “엔론 파멸에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반성문을 기고하여 화제가 되었다. 이 기고문은 두 가지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엔론사태를 유발한 요소 중에 언론이 경보음을 울리지 못한 것도 책임이 있다며 스스로 반성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그 기고문을 경쟁사인 워싱턴 포스트지에 실었다는 점이다. 루이스 사장은 “엔론을 파멸로 몰고간 용의선상에는 경영진과 이사, 회계사, 정부기관, 정치인, 변호사들이 올라있지만 빠진게 있다. 바로 언론이다. 언론은 경보음을 울리는데 실패했다”며 엔론의 파멸에 언론의 책임도 크다며 반성했다.
그것도 최대 경쟁지인 워싱턴 포스트지를 통해서다. 서로 최고의 정론지임을 자부하는 처지에서 경쟁지에 기고문을 쓴 뉴욕 타임즈 루이스 사장이나 상대지 최고 경영자의 기고문을 게재하는 워싱턴 포스트지 모두 성숙한 경쟁관계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워싱턴 포스트는 자사의 칼럼리스트를 제치고 뉴욕 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을 최고의 외교문제 칼럼리스트로 소개한 바 있다고 한다.
최고의 정론지임을 주장하는 우리나라 신문들이 언론 자체의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해 철저하게 외면하면서 일단 경쟁 관계에 접어들면 더티 플레이를 일삼는 행태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자에게 루이스의 반성문이 크게 와 닿는 부분은 언론이 이제는 정부 권력에 버금가는 권력으로 떠오른 기업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언론기업으로서 언론의 역할 수행과 그를 위한 재정적인 독립성 확보를 위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사는 사회환경 감시 및 비판을 수행하는 사회적 공기(公器)임과 동시에 일반 기업과 똑같이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라는 이중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은 갈등 구조이지만 균형을 유지해야 건전한 발전을 기할 수 있다. 루이스 사장도 언론에 기업적인 성장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재정 독립을 침해받을 뿐만 아니라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며 “무엇보다 언론기관은 언론으로서도, 또 재정적으로도 성공적일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조심스런 균형유지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이다. 지난 96년 필자가 충청일보 노조의 간부로서 사측과의 노사협상 때 사측 위원과 회사 발전 방안을 두고 논쟁을 벌인적이 있다.. 그는 “회사가 어려우니 만치 경영 수익을 우선해야 한다. 회사가 살아야 언론도 있고 기자도 있는 것 아닌가”는 것이었고 필자는 “경영 수익을 위해 언론의 자세를 저버린다면 당장은 얼마간 경영 수익을 낼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독자로부터 외면당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만큼 ‘쓸 것을 제대로 쓰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논리였다.
어찌 보면 닭과 계란의 선후 논쟁 같지만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닭(언론)은 계란에서 깨어나지 말았어야 옳다는 생각을 바꾸고 싶지 않다.
광고주인 대기업에 대해 ‘만약 헌법을 다시 쓴다면 대기업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는 조항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갈파하는 루이스 사장 같은 언론사장이 이 나라에도 많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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