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자 다수 단연 ‘붙었던 자리’ 선호
낙선 이력만 있는 건물은 ‘기피 대상’

▲ 어쩌면 당연한 얘기지만 총선 출마자들은 당선 이력이 있는 건물을 선호한다. 청주 흥덕을의 노영민 의원도 썩 좋지만은 않은 노출도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에서 당선의 추억이 있는 건물을 다시 택했다. 사진은 충북대 앞 노영민 의원 선거사무소.
선거사무소를 내는데 있어서 건물의 노출도, 유동인구, 접근성 등 과학적 요인이 입지 선정을 좌우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마음이 내키는 건물이 있고 꺼림칙한 건물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심리적 요인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당연히 당선과 낙선에 대한 건물의 이력이다. 선거사무소로 쓰일 수 있는 건물이 사실상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선거사무소로 자주 쓰이는 건물들의 명암은 뚜렷하다.

일단 전통의 명당은 청주상공회의소 옆. 과거 건물이 없을 때에는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지만 건물이 신축된 이후로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 최근 떠오른 신흥 명당은 중앙시장 앞 대로변에 있는 원건설 소유의 자연타워. 남상우 청주시장이 당선됐고 이기용 교육감도 여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경우 ‘붙었던 자리’에 마음이 쏠리기 마련이다. 다소 목이 좋지 않더라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 흥덕을의 노영민 의원은 이 같은 의미에서 2004년 총선 당시 사무소로 이용했던 건물을 재계약했다.

노영민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번에 당선이 됐던 건물을 다시 계약하고 보니 일단 기분이 좋더라”며 “노출성이 더 좋은 건물도 있었지만 지하층을 사용해야 하는 등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결국 지난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건물을 다시 찾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나중에 들은 얘긴데, 주변에 작은 산과 청주고, 충북대 등 학교가 위치한 것이 천군만마를 거느린 형국이라고 하더라”며 흡족해 했다.

목 좋아도 연거푸 낙선엔 ‘설레설레’
현역인 홍재형, 오제세 의원은 현재의 의원사무실을 그대로 두고 별도의 선거사무실을 구한 상태다. 홍 의원은 육거리에 사무소를 얻었고, 오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선거사무소로 썼던 현재의 의원사무실 앞에 별도의 선거사무소를 구할 계획이다. 오 의원은 “현재 의원사무실에서 당선이 된 경험이 있지만 사무실이 너무 협소해 선거사무소로는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섰다”며 “선거사무소를 추가로 얻을 생각이지만 분평동을 떠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굳이 명당자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낙선의 전력만 있는 건물은 확실히 기피대상이다. ‘떨어지면 끝’이라는 공통점에서 시험과 선거만큼 각종 터부가 난무하는 세계도 드물기 때문이다. 선거판의 터부를 예를 들자면 ‘제 발로 걸어 나가는 것은 몰라도 사람을 자르지 말라’는 근거가 있는 금기사항에서부터 미신에 가까운 것까지 각양각색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명박 당선자도 자신의 생일이자 선거일인 지난해 12월19일에 미역국 대신 무국을 먹었다고 하니 두 말하면 잔소리다.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에 있는 모 건물은 홍보 효과만 놓고 볼 때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6대 총선에서 당시 현역 의원이 낙선했고 5.31 지방선거 한나라당 당내 경선에서도 K후보가 사무소로 사용했으나 당내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여론조사에서 밀려 분루를 삼키는 등 낙선의 악몽이 계속됐다. 현재 이 건물은 재건축 계획이 있어 임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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