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근거… 터부 가까운 ‘속설’까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너도나도 ‘솔깃’

정치 명당을 논하는 얘기 가운데 상당 부분은 단순한 속설이 아니라 나름대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지정학적으로 노출도가 높고, 사람들이 찾기 편한 곳, 홍보 효과가 높은 곳이 최고의 명당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이 당연한 내용만 명당의 요건으로 거론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묏자리를 고르듯 풍수지리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자면 양지바르고 통풍이 잘되는 곳이 좋은 자리다.
이 분야에 따로 전문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지방의원을 지낸 Q씨가 전문가라면 전문가로 손꼽힌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일부 정치인들이 Q씨에게 자문을 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Q씨는 “땡볕더위에도 어느 건물에 들어가면 시원함이 느껴지고 피곤이 풀리는 자리가 있다”며 “선거 명당도 별 수 없이 풍수지리상의 명당과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Q씨가 주장한 또 다른 명당은 오르막의 시작이나 내리막의 끝에 있는 곳이다. 따라서 오르막과 내리막의 중간에 있는 곳은 좋은 자리가 아니다. Q씨는 오르막의 시작점에 있는 좋은 자리의 예로 정우택 지사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사용했던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선거사무소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요즘 같은 ‘대명천지’에 속설에 기반을 둔 명당이 선거의 당락을 좌우한다고 주장하면 그야말로 손가락질을 받을 상황. Q씨 역시 이를 인정하면서도 “굳이 좋은 자리는 따지지 않더라도 나쁘다는 자리는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쳤다.

속설에 기반을 두고 Q씨가 거론한 정치의 흉지는 건물 뒤로 큰물이 흐르거나 교차로에 비스듬히 놓인 건물, 대형수술이 잦은 외과병원 등이다. Q씨는 “많은 사람들이 건물 뒤에 합수머리가 있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입지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은 풍수학에 비춰볼 때 일리가 있다”며 “더구나 상여모양으로 건물을 지었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교차로에 비스듬히 놓인 건물이 적절치 않다는 것은 공교롭게도 여러 차례 현실로 드러난 바 있다.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구 시외버스터미널 교차로 인근에 있는 건물의 경우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단 한차례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으며, 청주시 석교동 청남교 인근 대형건물에서 지방선거를 출마한 정치인도 낙선과 함께 잇따른 악재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에 대해 지방선거 낙선 경험이 있는 A씨는 “사실 정치 명당 운운하는 각종 속설을 그대로 인정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민족이 민속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각종 금기사항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근신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리 터부라도 굳이 권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보면 사실 심리적으로 위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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