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들‘목 좋은’ 선거사무소 선점 경쟁
홍보 효과, 접근성, 당선 이력 등 판단 근거

4월9일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총성 없는 고지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제도와 함께 정당 공천 이전에도 예비후보들이 선거사무소를 내고 현수막 등 홍보물을 게시할 수 있게 되면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돈이 흐르고 조직이 움직이던 과거의 선거와 달리 현재의 선거는 미디어와 시각적 효과가 승패를 좌우하는 선거로 고착화되고 있다. 따라서 예비후보 시절부터 얼마나 목이 좋은 곳에 선거사무소를 두는가는 초반 기선제압의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예비후보 시절에는 간판을 포함해 홍보물 3개를 건물에 부착할 수 있고, 본선거가 시작되면 이를 4개까지 늘릴 수 있다. 또 개인의 선거사무소 외에도 정당사무소를 하나 더 둘 수는 있으나 정당사무소에는 정강정책을 홍보하는 현수막만 내걸 수 있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한 것은 정치지망생이라면 누구라도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사무실을 낼 수 있게 되면서 선거사무소를 두는 대상자 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4년 17대 총선부터 예비후보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에는 본선거가 시작되면서 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와 무소속 후보들만 사무소를 뒀기 때문에 15, 16대 총선의 경우 청주(상당·흥덕갑·흥덕을)지역은 각각 14개, 15개의 선거연락사무소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번 18대 총선의 경우 청주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가 1월27일 현재 상당 7명, 흥덕갑 6명, 흥덕을 9명 등 22명에 달하는 데다 앞으로도 현역 의원을 포함해 자유선진당, 무소속 등 상당수 인사가 더 예비후보 등록할 것으로 보여 선거사무소가 줄잡아도 30여곳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자리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당공원 사거리
그 누구도 피해갈수 없는 장소
건물 없을 때에는 컨테이너 사무소까지 등장

▲ 전통적으로 상당구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상당공원 삼거리. 과거 건물이 없을 때는 컨테이너를 가져다놓고 선거사무소로 등록했을 정도로 선점 경쟁이 치열했던 곳이다. 현재는 한대수 예비후보가 자리를 잡았다.
청주 상당선거구에서 전통적인 명당은 단연 청주 상당공원 주변이었다. 큰길을 따라서 상당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중앙에 상당공원에 위치해 있다보니 유권자들에게 가장 고르게 노출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주상공회의소 옆 모서리는 가장 홍보 효과가 높아 과거 건물이 없던 시절에는 컨테이너를 가져다놓고 선거사무소로 등록했을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민선 2기 나기정 청주시장을 비롯해 홍재형 현 의원이 17대 총선을 이곳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치렀다. 이들은 현수막을 내걸 건물이 없다보니 별도의 게시대를 만드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곳을 선택했다. 또한 결과도 어김없이 선택에 부응했다.

현재는 이 자리에 자동차 타이어 판매점이 들어섰고 한대수 예비후보(한나라당 청주상당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가 판매점 건물에 입주했다. 건물이 신축된데 따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제대로 된 사무실도 마련할 수 있고 건물 벽면에 현수막을 내걸 수 있게 됐으나 건물을 다소 들여 지은 탓에 노출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기 때문이다.

한대수 후보 측 관계자는 “우암산의 기가 모이고 무심천이 휘감아 도는 자리라 풍수지리상으로도 최고의 길지로 평가받고 있다”며 “미관지구라 건물을 3m 들여다 지었지만 그래도 청주 전역에서 이 보다 더 홍보 효과가 좋은 자리가 있겠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한때 이 자리를 유력하게 검토했다는 다른 후보 측의 관계자는 이에 반하는 견해를 내놓았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건물이 안쪽으로 들어가 있고 타이어 판매소 앞마당을 거쳐서 들어가야 하는 만큼 접근성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 당선자가 많이 나온 자리라 오히려 기가 빠졌다”는 비과학적인 논리로 자신들의 선택에 나름대로 합리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상당공원 인근에서 선거사무소로 자주 사용된 곳은 이밖에도 교원공제조합(구 태양생명) 건물이 있다. 교원공제조합 건물은 큰길에서 한 블록 뒤에 있지만 건물의 외형이 크고 마당이 넓어 선거사무소로 자주 이용돼 왔다. 성적은 민선 3기 도지사 선거에서 이원종 전 지사가 당선되고 사실상 이 전 지사의 후계자였던 한범덕 현 행정자치부 제2차관이 민선 4기 선거에서 낙선해 1승1패다.

육거리의 정중앙
탄탄대로 정점에 현수막 ‘한눈’
주차 등 접근성은 열악, 홍재형 의원 시험적 선점

▲ 용암동이 주거단지로 개발된 이후로 육거리 중앙은 새로운 홍보 명당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복잡한 교통과 주차 공간 부족 등은 입주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 홍재형 의원이 시험적으로 선점해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 홍재형 의원(청주 상당)이 선거사무소로 등록한 육거리 모 약국 건물도 정치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독을 들일만큼 탁월한 홍보효과가 기대되는 곳이다. 사거리의 모서리에 있는 건물들은 곁눈질을 해야만 눈에 들어오는 반면 육거리에 있는 이 건물은 큰 건물이 도로를 막아선 형태로 들어섰기 때문에 시선의 정중앙에 위치한 까닭이다.

건물의 규모도 웅장해 상대적으로 큰 현수막을 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운동을 거쳐 용암동으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에 상당구의 남부 유권자들에게는 확실한 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홍보 효과만 놓고 보면 최소한 90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선거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이 건물이 선거사무소로 사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명당으로서 그야말로 시험대 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상황. 그동안 이 건물이 낙점을 받지 못한 것은 높은 홍보효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접근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 인근이라 교통이 혼잡한데다 주차장 접근이 다소 까다로운 까닭이다.
이밖에 물(무심천)이 뒤로 흐르는 등 기가 센 자리라 평범한 인물이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속설도 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출마자의 처지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얘기다.

홍재형 의원실 관계자는 “탄탄대로와 맞닿아 있어 뛰어난 홍보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활달한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라 과감하게 선거사무소로 선택했다”며 “지난번에 선거를 치렀던 상당공원 인근도 신중하게 검토했지만 여러 번 선거에 이용해 기가 쇠했다는 조언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주 관문 복대 사거리
신축 고층건물 ‘세 과시’ 적합
홍보 효과 고려해 ‘지하사무실이라도 좋다’

▲ 가경, 복대 택지지구가 시작되는 복대사거리는 흥덕을에서 가장 홍보 효과가 높은 건물이다. 특히 신축 고층건물은 ‘세 과시’에도 효율적이다. 김준환 예비후보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지하를 감수하며 사무소를 얻었다.
홍보 효과나 접근성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일단 규모가 크고 새로 지은 건물을 선호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청주 흥덕을에 출사표를 던진 김준환 예비후보(한나라당 청주흥덕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가 선거사무소를 낸 복대사거리 인승빌딩이 그런 경우다.
이 건물은 일단 가경동과 복대동의 아파트단지가 시작되는 초입에 있어 입지 상 탁월한 홍보 효과가 기대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에다 건물 규모가 지상만 10층에 이르는데다 미관이 유려한 신축 건물이기 때문에 후보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세 과시’용으로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언론사(충청타임즈)가 입주해 있어 건물 인지도가 높은 것도 장점이다.

따라서 다른 예비후보들도 이 건물에 눈독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지하층을 제외한 전 층에 대해 임대가 이뤄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하층은 지상층에 비해 선거사무소 용도로는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예비후보 측에서 이 건물을 임대한 것은 앞서 언급한 긍정적 요소들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김준환 예비후보는 “유동인구가 많은 요충지에 건물이 있고 신축 대형 건물이라 최고의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하층을 얻었지만 새 건물이기 때문에 쾌적함이 느껴지게 꾸밀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청주지역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나라당 인사 가운데 오장세 전 충북도의회 의장(상당)은 구 남궁병원 인근 모 소아과 건물, 윤경식 한나라당 흥덕갑 위원장은 모충교 인근, 손인석 전 JC중앙회장(흥덕갑)은 금성자동차학원 맞은편, 이현희 전 국민카드 부사장(흥덕갑)은 사창사거리 인근에 각각 사무소를 냈다.
또 송태영 대통령 당선인 부대변인(흥덕을)은 충북도당 3층에 임시사무소를 두고 목 좋은 자리를 물색하고 있다. 이밖에 김진호 전 충북도의회 의장(흥덕을)과 박환규 도당 부위원장(흥덕을)은 봉명사거리 인근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밖에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를 결정한 오효진 전 청원군수(흥덕을)는 충북대 사거리 인근에 사무소를 냈고, 민주당 예비후보인 최현호 흥덕갑 위원장은 청주체육관 앞 기존건물을 계속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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