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꿈동산과 함께 한 16년, 소년소녀가장들의 ‘아버지’
교수 자리도 거절, ‘능력있는 사회인’ 배출이 목표

▲ 사진=육성준기자
기자는 소년소녀가장들이 모여살고 있는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대우꿈동산 아파트를 방문했다. 류응모 대표(42)를 만나기 위해서다. 류 대표는 이 곳에 사는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선생님이며 형이다. 92년 4월 대우꿈동산이 설립되면서 사회복지사로 입사한 그는 2004년 8월 대표가 됐다. 올해로 설립 16년째를 맞이한 대우꿈동산의 역사는 곧 그의 역사이기도 하다.

(재)대우재단 설립자 김우중 회장은 지난 89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저서를 내 1백만부 이상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만만찮은 인세가 들어오자 소년소녀가장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아파트 건립에 쓰라며 인세 전액을 대우재단에 기탁한다.

관계기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운 좋게도 청주시 봉명동에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92년 대우꿈동산 아파트가 들어섰다. 부지와 건물, 운영비 일체를 대우재단에서 부담하는 이 곳은 기업의 사회환원을 보여주는 본보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때 대우그룹이 어려워지면서 대우재단도 타격을 받아 예산지원이 축소된 적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주는 장학금도 없어지고, 사회복지사 숫자도 줄었다. 그 때 류 대표는 재단을 오르내리며 아이들에게 오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줄 것을 간청했다. 이런 시기가 지나고 다행히 재단에도 봄이 찾아와 지원은 정상화되고 장학제도도 부활됐다. 류 대표는 “대우재단이 꿈동산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고맙다. 재단에서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좋은 프로그램을 하도록 도와준다. 어떤 것을 해보고 싶다고 기획서를 올리면 대부분 수용한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92년 사회복지사로 입사
한 번도 대우꿈동산을 떠난 적이 없는 류 대표는 사회복지사 시절, 아예 이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고 자고 했다. 20세가 넘어 독립하는 아이들에게 류 대표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꿈동산이 없어지지 않는 한 꿈동산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이 약속을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대 사회복지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류 대표는 제주도의 한 대학에서 전임강사 자리를 제의받았지만, 거절했다. 욕심을 버리고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번듯한 교수자리를 탐내지 않은 그가 달리 보였다.

그래서 장년이 되어도 꿈동산 출신들은 이 곳을 자주 찾는다. 류 대표가 언제나 이들을 맞아주기 때문이다. “만 20세까지 꿈동산에서 살 수 있고 25세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이 곳을 나간 사람들은 다시 후원자가 돼서 후배들을 도와주고 간간이 만남의 자리도 갖는다.

또 ‘봄비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정을 쌓아가고 있다”는 그는 “꿈동산 출신들의 애경사에 거의 참석한다. 결혼식·돌·백일·개업식 등… 오는 3월에는 주례까지 하게 됐다”며 웃었다. 차분한 성격의 류 대표는 이 대목에서도 별로 감정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행복해 하는 것 같았다.

생활비 과다하게 쓰면 바로 ‘관리’
이런 류 대표이기 때문에 그는 꿈동산을 거쳤거나 현재 살고 있는 아이들의 신상과 성격, 그밖의 특징들에 대해 훤하게 꿰뚫고 있다. 마치 한 사람, 한 사람을 컴퓨터에 입력시켰다가 꺼내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어엿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면 기쁘다. 현재 교사 2명, 금융계 1명, 공직 3명, 사회복지사 9명 등을 배출했다.”

대학다닐 때부터 충북희망원에서 자원봉사를 해 온 그는 졸업과 동시에 자연스레 이 길로 들어섰다.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하기로 일찌감치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다른 고민이 있을 수 없었다. 부인인 한명화씨도 사회복지사로 청주시 운천·신봉동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류 대표는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대우꿈동산을 운영하고 있다. 바로 아이들을 자립인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는 후원인 결연사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후원인을 1:1로 맺어주고, 후원금을 저축해서 독립할 때는 전세자금으로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래서 생활비를 과다하게 쓰면 바로 사무실에서 관리권을 갖고 용돈을 타 쓰도록 한다.

류 대표의 설명이다. “아이들에게는 후원금과 국가에서 주는 생계지원금이 들어온다. 그런데 가끔 이를 방만하게 쓰는 아이들이 있다. 그럴 때는 통장을 사회복지사들이 관리한다. 알뜰하게 모아 3명의 형제자매가 6000여만원을 가지고 나간 경우도 있다. 이렇게 모아 결혼할 때 전세자금으로 활용하면 큰 힘이 된다.”

돈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그는 올해 ‘2525 프로젝트’ 라는 것을 내놓았다. 꿈동산을 독립할 나이인 25세에 2500만원의 종자돈을 만들어 자립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자격증 1개 갖기·교양쌓기를 외치고 있다. 능력있는 사회인으로 기르기 위한 준비라고 할까.

인도아이들 돕기 나서
안 그래도 이 곳에서는 평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방학중인 요즘은 봉명지역아동센터에서 인근 지역 아이들과 함께 칼라믹스·비즈공예·영화관람 등을 실시하고 가끔 바깥 나들이도 한다.

숙식을 함께 하는 상주 자원봉사자를 두고 밤 10시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세심한 배려중 하나다. 류 대표는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도록 매년 신학기에 담임교사를 초청, 유대관계를 맺는다. 또 밤 10시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가정방문을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설은 ‘슬슬’, 추석은 ‘추썩 추썩’ 다가온다고 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슬슬 다가오고 있다. 그에게 설을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다. “설? 설에는 절반 가량의 가정이 친척집에서 지내고 온다. 우리도 각 가정이 따뜻하게 보내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기업체에서 들어오는 선물과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모임’에서 주는 떡국재료를 나눠준다. 요즘에는 선물이 줄어 따로 사서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인도의 가난한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꿈동산 아이들과 저축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이 얘기를 듣고 부자가 남을 돕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류 대표가 있기 때문인지 대우꿈동산이, 세상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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