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제 마음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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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제 마음속에 있습니다”
  • 충청리뷰
  • 승인 200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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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으로 점철된 삶… 그러나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

김영희(42·마리아)씨는 요즘 불안하다.
텔레비전에 온통 꽃동네 오웅진신부가 나쁘다는 말이 도배를 하고, 꽃동네가 마치 이상한 동네인양 ‘흉흉한’ 말들이 자꾸만 떠돌기 때문이다.
이러다 꽃동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내심 걱정이 크다.
‘꽃동네가 없어지면 내가 갈 곳은 어디인갗, 김씨는 그 생각만 하면 아득해진다.


김씨는 음성꽃동네 심신지체요양원인 ‘희망의 집’에 살고 있다. ‘희망의 집’은 육체적·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의 보금자리. 방 하나에 대여섯 명이 같이 써야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김씨는 그곳 생활이 꽤 만족스럽다고 한다.
그런 김씨에게 불안이 엄습하고 걱정이 쌓이기 시작한 것은 오웅진신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부터란다. 각 언론마다 오신부를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보도하고 꽃동네를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왜곡하는데 김씨는 질려버렸다고 한다.


어느날 김씨가 신상현 수사(48·음성꽃동네 원장수사)에게 자기 고민을 털어놓았다.


“수사님 요즘 저는 너무 걱정이에요.”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아요?”

“집 없어지면 어떡해요?”

“왜 집이 없어져요?”

“저는 정말 갈데가 없거든요. 제가 제 한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저를 누가 받아주겠어요. 꽃동네가 제 집인데, 꽃동네가 없어지면 저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꽃동네가 왜 없어진다고 생각하지요?”

“저를 거두어주신 분이 오웅진신부님인데, 텔레비전에 보니까 그런 오신부님을 나쁘다고 막 욕하고 그러잖아요. 짧은 생각으로 걱정했어요. 이러다 꽃동네가 없어지게 되면 나는 어떡하나. 희망의집 다른 가족들도 다들 불안한 모양이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꽃동네는 우리 마리아같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에요. 세상에 사랑의 샘물이 마르지 않는 한 꽃동네는 없어지지 않아요.”

그녀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끈질긴 인내가 필요하다. 하긴 인내 하나만으로는 대화하기 힘들다. ‘전문적인(?)’ 대화 소통 코드가 필요하다. 그녀가 뇌성마비이기 때문이다. 하여 그녀의 말은 어지간한 독해능력이 없으면 알아들을 수 없기 십상이다.
온몸을 쥐어짜며 한마디 한마디, 그녀는 신수사에게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하소연하고 있었다.
기자도 귀를 쫑긋 세우고 그녀의 말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전문적인 ‘통역사’ 신수사의 도움없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김씨가 꽃동네에 들어온 것은 1988년. 벌써 14년 세월 저편의 이야기다.
“제가 생후 100일때 열성 경기를 앓았어요. 그 당시엔 병원도 별로 없고, 있다손치더라도 갈수 있는 돈이 없었어요. 부모님들께서 침장이 할아버지께 저를 데려가셨는데, 그분께서는 ‘돌팔이’이셨나봐요. 머리 정중앙인 숨골(대천문)에 침을 놓으셨는데 그 뒤로 온몸이 마비되었지요.”
온몸이 꼬이고 손가락 하나 제대로 쓸수 없게 되면서 그녀는 그런 자신을 보살피는 부모님을 지켜보며 자랐다. 육신은 마비됐지만 정신은 온전했던 그녀는, 온전한 정신 때문에 더욱 고통을 겪었노라 고백했다.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어린 딸의 마비된 육신을 지켜보면서 겪었을 부모님의 고통과 한탄, 그것이 바로 불효가 아니었겠느냐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재롱을 떠는 아기의 맑은 눈망울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여자로 성장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제가 할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하는, 이 세상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되레 걸림돌로만 남아버린 자신의 존재가 그녀에게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이었다.
“아버님께서 위암으로 임종하실 때 전 그냥 누워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아버님 마지막 가시는 길에서조차 제가 할수 있는 일이란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요. 늘 든든한 울타리셨던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전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답니다. 농약이 눈에 들어왔어요. ‘저 것 마시고 죽자.’ 그런데 저는 죽을 수조차 없었어요. 다리가 마비됐으니 갈수도 없고 팔이 마비됐으니 잡을 수도 없었지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친척분으로부터 꽃동네 이야기를 듣고 제가 부득불 우겨 꽃동네로 온뒤로 저는 새로운 삶의 이유, 제가 살아있는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녀는 꽃동네와 와서도 몇년간은 누워서만 지내야 했다.누워있는 것은 집에 있을때와 별반 다를게 없었지만, 꽃동네에서는 하느님이 계셨다. 잘 쥐어지지 않는 손으로 묵주알을 세면서 성모 마리아를 찾아 기도도 올렸다. 그리고 그토록 미워하고 증오하고 저주했던, 자신의 몸을 이렇듯 꽁꽁 묶어 놓게 했던 침장이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사랑으로 변하게 됐다.
그녀는 말한다.

“제 몸을 이렇게 만들어놓은 침 할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했었는데, 꽃동네에 들어와서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오히려 그분 때문에 제가 더 큰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구나 하는 그런 마음으로 말이죠. 그러다보니 소중한 사람들도 알게되고, 참 저에겐 더 큰 은총이 없었던 시간이었어요. 까막눈이던 저에게 한글을 깨우쳐 주신 어떤 봉사자님, 휠체어를 밀고 우리집(희망의 집) 큰 잔디밭으로 나가 세상의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봉사자님. 전엔 감히 상상하기 힘들던, 저에겐 과분한 행복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꽃동네가 없어지면 저는 어디로 가야만 하나요?”

거듭된 신수사의 ‘언약’이 있고서야 그녀는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걱정말아요. 마리아같은 꽃보다 고운 우리 가족들이 있는 한 꽃동네는 영원히 사랑을 일으키고 사랑을 가르치고 사랑을 행하면서 있을 거예요.”

그녀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온몸이 배배 꼬이고 말 한마디 할때마다 전신의 힘을 쥐어짜야 하는 그녀이지만, 그녀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녀의 행복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행복은 제 마음에 있는 거예요. 마음에 있는 욕심을 버리고 저보다 더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게 행복이에요. 어떤 사람은 ‘너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어디있냐?’라고 제게 되묻지만, 제 눈에는 저보다 불쌍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요. 저는 이렇게 몸이 꼬이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이 세상에 나가서 죄를 짓지는 않았어요. 죄를 짓는 사람들, 죄를 짓고도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 죄를 짓고도 또 죄를 짓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저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생각해요. 제가 이렇게 육신의 고통으로 잠조차 제대로 이룰수 없는 것은 그런 죄인들을 위해 바쳐지는 것일 거라고.”
가끔씩은 너무 힘들어 숨을 헐떡이면서도 그녀는 두시간이 넘는 동안 쥐어짜듯 열심히 이야기 했고 진지했다. 그리고 그 진지함 속에는 세상을 향한 사랑의 맑은 눈망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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