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구원’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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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구원’은 멈추지 않는다.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6.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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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는 내실다지는 계기로
시설 대형화는 수요 폭증에 따른 산물… 순기능이 더 많아

꽃동네측에 가장 먼저 물은 것은 검찰 수사의 파장이다. 밖에서 소문으로 들리는 것처럼 후원과 자원봉사자가 급감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대답은 간단했지만 의미는 함축되어 보였다. “전혀 영향이 없다고도 볼 수 없고 그렇다고 영향이 많은 것도 아니다”는 이곳 관계자의 말은 복잡한 심사를 대변했다. 꽃동네측에 따르면 검찰 수사가 시작된 초기 얼마동안은 후원자들의 이탈이 심했다고 한다. 하루 평균 200명 정도가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김덕순 원장수녀는 이렇게 말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처음엔 후원자들의 동요가 심했다. 지인들로부터도 비난 섞인 전화가 걸려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다. 새롭게 후원자로 입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예년에 비해 장기 자원봉사자가 다소 줄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꼭 검찰수사 때문만이 아니고 궂은 일을 싫어하는 보편적인 사회현상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역시 처음엔 단기 자원봉사자가 급감해 다소 어려움이 따랐다. 물론 지금도 그 후유증이 남았다. 꽃동네는 예전과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곳 종사자들과 가족(시설 수용자)들이 입었을 마음의 상처다. 수사가 빨리 마무리되고 우리들도 평상심을 찾았으면 한다.”

주변의 왜곡된 시각이 마음의 상처
일반인들은 꽃동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당장 95년의 소쩍새마을을 떠올렸다. 당시 운영자의 부도덕성과 공금횡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강원 원주의 소쩍새마을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기 후원금이 급감했고, 얼마동안은 사회단체와 불교단체의 지원으로 근근이 운영을 이어갔다. 소쩍새마을은 운영권이 조계종 산하 승가대학으로 넘어가 승가원이라는 사회복지 법인이 관리를 맡음으로써 정상화를 되찾았다. 이 사건 역시 초기엔 사회적 파장을 크게 일으켰으나 결국 소쩍새마을을 지켜낸 것은 전국의 10만 후원자들이었다. 당시 ‘일력’이라는 운영자 한 사람의 일탈로 빚어진 사건이었지만 엉뚱하게도 전국의 많은 사회복지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잠시 동안이라도 사회복지시설이 무슨 범죄집단인양 심각하게 왜곡됐기 때문이다.


꽃동네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현재 오웅진신부가 혐의를 받고 있는 사안의 사실여부를 떠나 이미지 추락이 못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심정은 이곳 수용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가족, 사회로부터 버림받았거나 부랑인들이 대부분인 이들 역시 이번 사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각종 뉴스에서 접하는 꽃동네가 자신들을 거두어 준 꽃동네와는 많이 다른 것이다. 한 뇌성마비 장애인은 “나는 여기 아니면 절대 갈데가 없어요”라는 말을 힘들게 토해 냈다.

시설 대형화에 대한 현실적 인식 절실
꽃동네가 일부 비판적인 여론을 타게 된 원인은 시설의 대형화에도 있다. 음성 꽃동네만 해도 약 30여만평의 부지에 한 눈으로 봐도 규모가 큰 건축물이 여러개다. 이곳 시설의 입소자는 대략 2000명이 넘는다. 꽃동네의 시설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종합사회복지시설과 연수원, 학교(현도사회복지대학과 특수학교) 등이다. 자체 병원까지 갖춘 꽃동네는 경기 가평에도 대규모 시설을 조성했으며 미국과 필리핀에도 진출했다. 청주와 강화 등에선 소규모 시설도 운영한다.

이런 외형 때문에 꽃동네는 이미 오래전부터 관료화 권위화됐다는 시샘(?)을 받아 왔고 심한 경우 ‘왕국’이라고까지 불렸다. 시설의 대형화에 대해선 꽃동네측도 인정한다. 신상현 원장수사(48)의 얘기다. “설립자인 오웅진신부님은 당초 꽃동네의 단초가 된 단층짜리 건물 다섯동을 짓고 나서 이젠 다 했다는 생각을 하셨다. 그러나 밀려 드는 사람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직접 보면 알겠지만 이들은 대부분 사회,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로 절대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자꾸 수용하다보니 시설을 늘리게 됐고, 지금의 종합사회복지시설을 갖추게 됐다.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정상인이 아니다. 그만큼 병치레도 많고 탈도 많다.

일반 병원에서 포기하는 중증환자도 여기로 들어 온다. 단순히 먹이고 재우는 것만으론 이들을 돌 볼 수 없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죽어서 나갈 때까지 거들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병원 등 각종 부대시설은 당연히 갖춰야 할 것들이다. 사회복지 개념이 아직 취약한 나라에서 전문가 양성이 필요해 대학교(현도사회복지대학)와 연수원을 세웠다. 실제로 대학을 나온 다수가 앞으로 이곳에서 일하게 된다. 자원봉사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연수원의 교육프로그램을 거친 사람들이다. 현재 매일 육, 칠백명씩 교육받고 있는데 아예 수학여행을 이곳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대형화의 외형만 보고 비판할 게 아니라 그 실체를 먼저 알아야 한다. 직접 와 보면 시설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절박함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수용능력 부족으로 이곳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결국 거리에 방치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넘쳐난다 .”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구원 사업
의사출신인 신 원장수사는 꽃동네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사회복지 차원이 아니라 ‘인간구원’이라고 강변했다. 집과 빵으로 상징되는 물적, 외적인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을 거둬들여 이들의 모든 삶을 보듬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자기회생이 따라야 하는 인간구원 사업이라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의 대형화는 과거 대학교에서 기존의 사회사업과를 사회복지학과로 전환할 때도 많은 논란을 빚었다. 사회사업이 현장개념의 구휼(救恤)을 강조했다면 사회복지는 국가정책 및 시책과 시설운용에 의한 사회적응 개념이 강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 꽃동네 종사자들은 운영의 아마추어리즘이 부른 화(禍)라고 인식한다. 룰(Rule)과 실정법을 체질화하지 못한데 따른 시행착오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는 오히려 향후 시설 운영에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 관계자는 좀 더 단순논리로 이번 문제를 조명했다. “만약 꽃동네 재산이 문제라면 국가에 귀속시키면 된다. 우리의 목표는 오직 인간사랑과 구원이다. 세속의 잣대가 너무 부담스럽다. 여기 수용돼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눈망울을 봐라. 누가 그들을 저버릴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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