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1910억원 투입, 1300억원 회수에 그칠 전망
태양생명과 마찬가지로 청솔종금도 지역 상공인을 중심으로 지난 1980년 9월 설립됐다. 도내 유일의 단자사인 충북투자금융(주)의 탄생이었다. 그러나 청솔종금도 대주주에 의한 금융사고 여파에 시달리다 지역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안긴 채 파산했다. 그만큼 그 역사는 금융사고의 연속이었다.
부실에 따라 공적자금도 도내에서 태양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910억원이 투입됐다. 지금까지 1300억원을 회수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600억원은 회수하기 힘든 부실 채권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충북투금-금융사고의 연속

충북투금은 설립 10년이 지난 1990년 제 11기 주주총회에서 10%의 주식 배당을 할 만큼 어려운 가운데서 도내 유일의 단자사 역할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1992년 첫 발생한 금융사고는 충북 투금 암운의 그림자였다. 대주주인 전응규씨가 ‘서울 리버사이드 호텔’에 빌려준 사채 30억원을 받기 위해 다른 곳에 대출을 해주고 사채자금을 되돌려 받는 우회대출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은 것이다.
이 부정대출 사건으로 충북투금은 당시 사장 박춘옥씨가 구속되고 전응규회장이 수배를 당했다. 결국 이 사건은 10일 사이 143억5천만원이 빠져나가는 인출사태로 경영위기 까지 이어졌고 향후 충북투금의 발전 방향타를 흐리게 한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94년 12월 광주에 근거를 둔 덕산그룹 계열사인 덕산개발이 지분 30%를 인수, 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곧바로 대주주 불법 대출이라는 금융사고가 일어났다. 3개월만에 덕산그룹의 부도로 1천억대의 금융사고를 당한 것이다. 92년에 이은 2년만의 금융사고에 신용관리기금은 업무정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렸었다. 그리고 신용관리기금이 주식 33%를 인수, 대주주가 됐다.
대주주로 지도관리중인 신용관리기금은 15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는 듯 했으나 1년여가 지난 95년 5월 이후 매각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고 수습책으로 신용관리기금으로부터 차입한 자금 2200여억원은 오히려 충북투금에 무거운 짐이었다. 연 8.5%의 고금리로 인해 매월 9억원씩 이자가 빠져나가 경영 적자를 가중시켰다.
여기에 매각 추진은 쉽게 결정되지 않아 1년 7개월여가 흐른 96년 12월에야 비로소 대전에 연고를 둔 대아건설에 낙찰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충북투금은 종금사 전환에 따라 대아건설에 매각 7개월전인 96년 5월 청솔종금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종합금융사로 탄생한 뒤였다.
그러나 대아건설에 매각 역시 사후 정산 문제를 두고 10개월간 매각자와 매입자간에 줄다리기를 벌이다 97년 10월 계약이 파기되고 만다. 이는 주인없는 빚더미 상태가 2년여 지나가면서 파산을 예고하고 있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시 청솔종금의 대아건설에 매각은 ‘제 2의’ 덕산 그룹 부정 대출 사건의 우려가 있다는 지역경제계의 우려가 높았었다. 어찌되었든 신용관리기금이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업력의 공백이 있었고 3자 인수가 무산됨으로써 1997년 12월 외환위기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업무정지에 이어 파산으로 생명을 다하게 된다.

청솔종금, 지역경제 위기 서막

청솔종금의 영업정지에 이은 파산은 지역경제 위기의 서막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을 것이란 그릇된 고정 관념에다 지역 금융기관을 살려야 한다는 지역 언론의 여론 몰이에 눈이 가린 지역 경제인들이 뒤늦게 청솔종금에 투자했다가 자금 경색으로 부도의 철퇴를 맞는데 일조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에서는 경제 원리를 무시한 지역 언론의 이기적인 지역주의가 화를 키웠다는 자성론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정책적 오류를 지적해야 할 것이다. 종금사의 무더기 허가에 따른 과당경쟁에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간섭 등 관치 금융의 폐혜가 컷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때 가장 큰 피해자는 세원건설 오운균회장으로 꼽힌다. 오회장은 청솔종금이 영업정지를 당하기 얼마 전에 수십억원 어치의 청솔종금 주식을 인수했다가 잘 나가던 세원건설이 자금 경색으로 발목이 잡히게 된다. 주변에서는 오회장이 청솔종금의 대주주를 꿈꾸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때 청솔종금 일부 직원들도 ‘설마 금융기관이 망하랴’하는 생각과 회사를 구하자라는 애사심의 발로로 수천만원씩 주식을 샀다가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청솔종금 파산재단은 예금대지급 등으로 들어간 공적자금 1910억원 중 1200억여원을 회수하여 상당히 높은 회수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대주주였던 청주방적 전응규회장과 덕산개발 이후 대주주가 없이 신용관리기금에 의해 관리되어 다른 부실 금융기관과 같은 대주주에 의한 부정한 경영이 크게 나타나지 않아 순조로운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청솔종금 파산재단은 앞으로 압류재산 등에 대한 3차 정리기간이 지나면 더 많은 자금을 회수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민경명 기자


임광수회장 주식, 아들 재풍씨에게 모두 양도
책임 한계 벗어, 시기 두고 구설수

속보= 태양생명보험이 지난 97년 8월 11일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후 11월1일까지 금감원에 업무가 인계될 때 까지 사이에 경영 관련 서류가 상당 부분 없어졌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산 관재인이 선임된 후 관재인들은 관련 서류 유출로 청산 및 공적자금 회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자 이를 문제 삼아 관련자들을 고발할 것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태양생명보험의 대주주였던 임광토건 임광수회장은 98년 영업정지 명령 수개월전에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아들 재풍씨에게 모든 주식을 양도하여 대주주로서의 경영 책임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양도 시기를 두고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파산재단 한 관계자는 “임광수회장이 모든 주식을 재풍씨에게 넘겼기 때문에 부실 경영에 따른 책임을 모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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