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배 충북도 행정부지사

성과위주 인사·상상도정 공표하고 ‘변화·혁신·쇄신’ 강조
행정부지사 취임 3개월여, “기쁘게 일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퇴근”

이종배 행정부지사가 지난해 10월 1일 충북도로 내려오면서 직원들은 ‘하라는 일이 많다’며 불만이다. 날마다 있는 생각, 없는 생각 짜내느라 힘들다는 게 공통된 얘기다. 이 부지사는 충북도 법무담당관·도시과장·총무과장·기획담당관·기획관리실장 등을 역임해 충북도에 대해서는 훤하게 꿰뚫고 있다.

행정부지사로 3개월여의 시간을 보낸 이 부지사는 “기쁘게 일하고 있다. 저녁에도 뿌듯한 마음으로 퇴근한다. 이 정도면 된 것 아니냐”며 웃었다. 취임식에서 공직사회 쇄신을 부르짖으며 변화, 혁신, 경쟁 등의 단어를 써 직원들을 긴장시킨 그는 성과계약제, 상상도정 등을 주창하고 나섰다. 이종배 부지사의 주장이 얼마나 먹힐지 주목되고 있다.

Q.얼마전에 ‘상상도정’이라는 것을 주창하셨는데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겁니까?
“상상은 현실을 지배한다, 상상하면 현실로 이뤄진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모든 일은 상상부터 시작되는 것 이잖아요? 그래서 과거를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의미와 위로 올린다(上上)는 것이 복합적으로 들어있어요.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되는 전략이기도 하고요.”

Q.‘3 OUT 7 UP’이라는 게 있던데요.
“3 OUT은 불필요한 일 버리기·갈등비방 몰아내기·부정부패 추방하기이고, 7 UP은 상상시책 발굴·행정명품 창조·성과중심 조직운영·업무 프로세스 개선·고객감동 행정 실현·참여신뢰행정 구현·상시학습체제 구축입니다. 이에 따른 각 항목별 세부실천사항이 있고 이를 점검해 도정성과 마일리지를 운영할 겁니다. 상상도정이 제대로만 되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3 OUT 7 UP’은 3가지를 없애고 7가지 과제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내용을 보면 공직사회에서 주로 이야기되던 것이나 잘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다. 이 부지사는 또 “충북도 공무원들이 충북을 이끌어가는 엔진인 만큼 이 엔진을 신형으로 바꾸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이나믹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엔진을 바꿔야 합니다”고 주장했다. 이 부지사는 이 날 ‘다이나믹’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그러나 개혁도 시끄럽게 하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하겠다는 게 그의 평소 생각이다.

Q.상상도정추진본부를 운영하고 상상도정 선포식도 갖는 등 뭔가 하려는 분위기인데 충북도 공무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소극적이고 경쟁을 싫어한다고 할까요? 어쨌든 상상도정을 통해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고방식을 긍정적·적극적인 것으로 변화시키고 싶어요. 그래서 ‘3 OUT 7 UP’도 욕심을 부려 목표를 잡았습니다.”

Q.BSC 성과관리시스템은 잘 돼갑니까?
“올해는 시험단계로 해보고 내년부터 팀별 성과를 내서 인사와 보수에 적용시키려고 합니다. 올해는 참작만 할 예정입니다. 현재 팀별 성과지표를 만드는 중입니다.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는 BSC 성과관리시스템을 본격 도입해 직원 상시평가를 하고 이것과 성과계약제를 통합하려고 합니다. 두 가지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 연구중 이지요.”

지난해 6월 지표개발 연구용역이 끝난 BSC 성과관리시스템은 현재 지표개발 단계에 와있다. 이 부지사를 인터뷰하던 지난 18일, 마침 도청 직원들은 속리산에 모여 워크숍을 열었다. 팀별로 한 명씩 89명이 모였는데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전원 참석해 주관부서를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이 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지사는 앞으로 구성될 성과관리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Q.그럼 인사시스템이 많이 달라집니까?
“그렇죠. 이제는 성과위주 인사가 이뤄질 겁니다. 경력은 20%를 반영하는데 비해 성과는 80%를 반영합니다.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체제로 가는 것이지요.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우대받는 풍토가 될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파트너십 평가예요. 팀장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고, 직원은 일하고 싶은 팀을 5개까지 써내도록 해서 팀장과 팀이 매치되면 바로 인사를 내고 끝까지 선택되지 않는 사람은 실·과장들이 별로 교육을 시키도록 할 계획입니다.”

Q.인사철마다 나오는 게 ‘능력위주 인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경력을 무시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성과위주로 갈 겁니다.”

Q.다른 지자체처럼 공무원 퇴출제 같은 것은 없습니까?
“없어요. 퇴출제 보다는 파트너십 평가에서 끝까지 선택되지 않는 사람을 별도 관리하는 제도가 있지요.”

Q.가점제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투자유치나 예산절감, 예산확보를 했거나 중앙단위에서 수상을 한 경우, 도정에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채택되면 최고 5점까지 가점을 줍니다. 아마 가점을 받지 못하면 승진이 어려울 겁니다. 이 제도를 강화시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해요.”

가점 2점만 받아도 아래 순위였던 승진 서열을 앞으로 ‘확’ 당길 수 있다는 게 직원들의 얘기다. 이 부지사의 의도는 벌점을 줘서 퇴출시키는 것 보다 가점제를 적용해 서로 경쟁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네거티브’ 보다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 그는 "성과를 내서 도민들에게 봉사하는 충북도를 만들겠다. 인사도 이런 원칙에서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종배 부지사는 변화와 행정쇄신을 부르짖으면서도 어디까지나 ‘안정속의 변화’를 얘기했다. 공무원들을 야단치고 퇴출시키면서 개혁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채찍이 필요하다는 게 도민들의 목소리다. 공무원사회가 많이 달라졌지만, 충북도에는 아직도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이 많은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부지사의 주장이 기분좋게 실현돼 구태를 벗어나는 충북도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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