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교육기관 ‘향부숙’ 운영하며 ‘변해야 한다’ 강조
두 번 결석 퇴학·수업료 無·졸업논문제출 ‘화제만발’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가 일을 벌였다. 본인은 10년 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이제사 실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는 지난 연말과 올해 큰 ‘사고’를 두 개나 쳤다. 충북 영동군에 공공부문 종사자 재교육기관 ‘향부숙’ 문을 연 것과 청주시 강서동에 강의실·서재가 딸린 집을 짓고 있는 것. 웬만하면 한 가지 하기도 힘들텐데 그는 방학중인 요즘 연일 청주와 영동을 왔다갔다하며 삶의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 강형기 교수. 왼쪽 그림은 강서동 집을 스케치한 것이다./ 사진=육성준기자
“배워서 남줘라”
사단법인 한국지방자치경영연구소는 부설기관인 향부숙에 대해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에게 세계적인 시야와 깊은 통찰력을 갖게 하고, 지역사회 봉사자로서 실천적인 행동력을 함양하게 하는 인재육성의 전당”이라고 말한다.

이미 몇 차례의 교육이 진행된 향부숙은 독특한 운영 스타일로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향부숙은 지역창조공방과 지역정책공방으로 구성돼 있고, 선발된 공무원들은 공짜로 교육을 받는다. 현재 이 곳에서 공부하는 현직 공무원은 144명.

강 교수는 이것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두 번 이상 결석하면 퇴학당하는 것, 그리고 수업료를 받지 않는 것이다. 결석을 두 번까지만 봐주는 것은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고, 수업료가 없는 것은 여기서 배운 것을 나가서 실천하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배워서 남줘라’고 말했다. “나한테 돈 내지 말고 배운 것을 가지고 자기 지역을 위해 일하라는 게 내 모토다. 향부숙에는 전국의 공무원들이 온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지역을 좋게 만드는 일에 헌신하면 된다. 대신 여기서는 승진을 위한 의무교육은 하지 않는다. 제도적으로 때우기 위한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오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강 교수는 똑똑하고 승진 잘하는 사람보다 뭔가 모자라도 이웃을 사랑하고 지역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준다.

향부숙은 또 강의시간이 90분이고, 쉬는 시간이 30분이나 된다. 쉬는 시간 동안 서로 의견과 정보를 나누라는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멀리 서천과 포항, 연천 등 전국의 공무원들이 만나는 만큼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 “토요일에 쉬고 싶은데 영동까지 오는 마음이면 이미 1/3은 충족됐고, 나머지 1/3은 강의, 그리고 1/3은 동료들과 대화로 채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래 저래 독특한 방법을 구사하는 강 교수는 설명도 재미있다. 그는 대뜸 “이런 기회 아니면 충남 서천 공무원과 경북 포항 공무원이 어떻게 만나겠느냐”며 기회를 잘 활용하라고 강조했다.

“향부숙은 한마디로 ‘Mind&Action’이다. 이를 통해서 일꾼들을 키워보고 싶었다. 한 10년 하다 후배한테 물려줄 생각인데, 이 정도면 1만명 정도의 지역일꾼을 길러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무엇보다 공무원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대신 여기 오는 공무원은 자기 생각을 가지고 와야 한다.

외국에 나가도 결국은 자기 나라를 보는 눈을 기르는 것처럼 여기와도 자기 지역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다. 그래서 영동에 오가면서 배운 것을 생각하고 곱씹으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강 교수는 숙생들에게 자기 지역에 대한 정책제언 한 가지씩을 졸업논문으로 낼 계획이고, 이를 묶어 100대 정책제언집을 출간한다고.

강의실과 서재딸린 집 신축중
‘마음가짐’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강 교수는 향부숙 숙생들에게 날마다 ‘향부숙으로부터의 메시지’를 보낸다. 지난 2일 아침에는 ‘자신을 믿고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9일에는 ‘믿어야 세울 수 있다’는 글을 보냈다. 그가 쓴 ‘논어의 자치학’에는 “댐은 댐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는 글이 나온다. 이런 종류의 글을 통해 숙생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이 메시지를 받는 숙생들은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향부숙으로부터의 메시지를 마음에 담아 출근하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듣는다.

향부숙 장소로 그 많고 많은 곳 중 영동군을 택한 것은 국토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자체 건물이 없어 난계국악체험전수관을 빌려쓰고 있다. 하지만 강 교수의 ‘깊은 뜻’을 이해한 독지가가 땅을 내놓겠다고 해서 올해 건물과 도서관을 지을 계획이다. 숙생들이 휴대폰 끄고 며칠씩 묵으며 공부할 수 있는 공간과 국회도서관 뺨치는 도서관을 짓고 싶다는 게 강 교수의 생각이다.

또 한 가지 새해 들어 강 교수를 설레게 하는 게 있다. 청주시 강서동에 짓고 있는 강의실과 서재가 딸린 집. 2월 중순경 완공되는 이 집 공사를 진두지휘하느라 그는 여기서 살다시피한다.

그는 “강서동 집에 우리 가족이 살 집과 10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강의실, 연구실을 짓고 있다. 이 집이 향부숙 교무실이라면 영동은 교실”이라며 “강서동 집에서 문화예술가·디자이너·법률가·행정가 등이 모이는 문화사랑방을 열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강의실을 닫으면 연구실이 되고 열면 계단식 강의실이 되게끔 설계했다고 자랑했다. 아마 그는 문화사랑방도 만들고 말 것이다.

3년여전 공부하고 싶은 젊은 시장·군수들과 함께 시작한 ‘청년시장·군수·구청장회’ 회원은 당시 9명에서 41명으로 늘었다. 지역경영과 지도자의 길에 대해 2개월에 한 번씩 모여 1박2일로 공부하는 모임을 이끌어가는 것도 강 교수가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나는 일을 병렬진행형으로 한꺼번에 한다. 올 4월 함평 ‘곤충엑스포’에 가서는 연을 2008개 연결해 멋지게 날릴 계획이다. 연을 죽 꿰어 날리면 장관이다. 밤에 연을 날리면 별처럼 보이는데 얼마나 멋진지 모른다.” 의욕 넘치는 강 교수의 2008년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또 어떤 ‘사고’를 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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