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정치부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가 6급 공무원 비하발언을 한 김재욱 청원군수를 항의 방문한다고 한다. 내용인 즉 지난 11일 김재욱 군수가 청주·청원통합 문제와 관련해 남상우 청주시장을 거론하며 ‘생각하는 것이 6급 직원만도 못하다’고 발언한 것은 명백한 6급 공무원 폄하라는 것이다. 전공노는 운영위원회를 열어 6급 공무원의 명예를 훼손시킨 김 군수를 항의 방문하고 해명과 함께 사과를 받기로 결정한 것(15일 현재)으로 알려졌다.

김 군수의 발언으로 인해 명예가 훼손된 것은 비단 6급 공무원들만이 아니다. 어찌 보면 30여년 공직생활에 충북도 정무부지사(별정 1급)까지 지내고 민선 시장에 당선된 남상우 시장이 졸지에 6급 주사로 강등 평가된 것에 대해 더 기가 막힐 것이다. 남 시장이 정무부지사로 일할 당시 김 군수는 그 관할 아래 있는 증평출장소장이었다.

그러나 지면도 한정된 만큼 여기에서는 6급 공무원들만 편을 들기로 한다.

청주시 본청만 예로 들 때 직원 538명 가운데, 국장급(4급)이 5명, 과장급(5급)은 27명, 담당(6급)으로 명칭이 바뀐 과거의 계장은 120명이다. 6급 이상이 모두 152명이니 분명 상위 30%에 드는 것이 이른바 주사에 해당하는 6급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급은 서럽다. 5급 사무관과 불과 한끝 차이인데, ‘관(官)’자가 붙지 않는 그냥 ‘주사(主事)’다. 사전에서 주사란 단어를 찾아보니 신라 때부터 조선후기까지 두루 쓰인 관직명인데, 현재적 의미는 ‘일반직 6급 공무원의 직급. 사무관의 아래, 주사보의 위’라고 간단하게만 나와 있다.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세 자리를 웃도는 상황에서 9급으로 출발한 공무원이 6급까지 오르는 데는 현재 20년 안팎이 걸리는 상황이니 공무원 세계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자리다. 7급 주사보에서 ‘보’자를 떼는 데도 10년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6급이라는 자리가 참 애매하다. 담당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결재라인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권한이 그 만큼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뭔가 문제가 발생해 책임을 물을 때는 국·과장 뒤에 일렬로 서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보장된 권한은 없고 책임이라는 먹이사슬의 가장 끝자리에 있다는 얘기다.

청주시의 한 6급 공무원에게 그 애환에 대해 묻자 “아래 직원들은 위의 외풍을 막아주기를 기대하고 위로부터는 무시를 당하는 일이 많아 한마디로 말해 샌드위치와 같은 존재”라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 공무원은 또 “일을 하려면 직원보다 업무량이 많고, 하지 않으려고 들면 편한 자리가 6급”이라며 “중앙부처를 생각하면 6급 공무원들이 더 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얘기를 들어보면 낀 세대에 속하는 6급 공무원들의 노고가 묻어 나온다.

6급을 무시하지 말자. 김재욱 군수 역시 9급 면서기보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관’을 달지 않은 공무원들의 애환을 느껴봤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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