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힌 돌- 빼앗긴 10년, 당 지킨 것이 진짜 충성
굴러온 돌- 대선기여도 내세워 무혈입성 시도

▲ 이명박 당선자 측의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사진 왼쪽)이 현역 물갈이를 주장한데 이어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최고위원(사진 오른쪽)이 ‘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한나라당의 공천내란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총선을 석 달 앞두고 한나라당의 공천내란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 계열인 이방호 사무총장이 현역 대폭 물갈이를 주장하자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참모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이방호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대선에서 ‘절반승’을 거두고 현재 정당 지지도 역시 50%를 웃돌면서 일단 총선 입지자들이 대거 한나라당 앞에 줄을 섰고, 이 당선자로서는 총선에서도 과반 당선을 이뤄냄으로써 국정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야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내 선거에서는 이기고 외부 여론조사에서 밀려 대권주자가 되지못한 박 전 대표 측의 보상심리도 만만치 않다. 박 전 대표에게 국무총리를 맡기는 등의 초강경 회유책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적지 않은 식솔을 거느린 박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국지전은 이미 시작됐다. 한나라당 후보만 줄잡아도 10여명이 난립하는 청주 흥덕구가 그 현장이다. 흥덕 갑·을은 모두 박근혜 전 대표 계열의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흥덕갑 윤경식, 흥덕을 김준환)이 진(陣)을 치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운영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안주하기보다는 성밖으로 나가 수성에 나서야하는 형국이다. 빼앗긴 10년 동안 당을 지켰고, 대선전에서도 지역 전투를 지휘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대선 전승깃발을 든 MB 중앙선대위 소속 출마예상자들의 기세는 등등하다. 선대위 공보특보를 맡았던 송태영 당선인 비서실 부대변인과 JC 중앙회장을 역임한 선대위 손인석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공천 내락을 확신하며 흥덕 갑·을을 놓고 구역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 외에도 청주 흥덕갑에는 국민카드 부사장을 지낸 이현희 한국의 힘 충북포럼 대표, 박종룡 청주시의회 의원 등이 공천문(公薦門)을 두드리고 있다. 또 흥덕을에는 지역 MB 캠프에서 활약한 박환규 도당부위원장, 남동우 청주시의회 의장 등이 공천을 넘보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초 귀국설과 함께 정치 재기설이 나돌았던 구천서 전 의원의 이름도 흥덕을에서 거론되고 있으나 대선 정국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보여주지 못해 불발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박힌 돌
흥덕갑 윤경식, 흥덕을 김준환 親朴 대표주자
“한나라당 사당 아닌 공당, 현명한 판단 믿는다”

한나라당에게 있어 영욕의 세월은 길었다. 윤경식, 김준환 위원장은 스스로 그 10년을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다. 두 번의 대선 패배도 그렇지만 2004년 17대 총선에서 몰아닥친 탄핵 후폭풍은 매서웠다. 이들은 그래서 총선 이후 당을 추스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김준환 위원장은 지난해 초 충청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는 탄핵정국으로 당의 위기에 처했을 때 몸을 던져 당을 구했다. 국가보안법 개헌 등을 막기 위한 저지선을 확보한 것도 박 전 대표의 공이었다”며 박 전 대표에 줄을 선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기도 했다. 윤, 김 위원장은 공히 이명박 당선자 측이 주장하는 공천 내락설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럴 수도 없고 그럴 리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경식 위원장은 “기여도라는 게 대선기여도도 있지만 정당기여도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대선판에 뛰어들어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동안 당을 지켜왔고 지역을 책임지고 선거에 임한 점 등을 당이 종합적으로 심사하리라 본다”고 주장했다. 윤경식 위원장은 당내 경선 이후 충북선대위 4인 공동위원장 가운데 한 명으로 활약했다.

▲ 윤경식(왼쪽), 김준환(오른쪽) 흥덕 갑·을 당원협 운영위원장은 당이 어려운 때 당을 지켰지만 친 박근혜 계열이라는 이유로 공천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선 이후 충북선대위에서 정책기획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준환 위원장도 “원칙이 무너지면 공당이라고 볼 수 없고 당원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공천갈등은 전국적인 문제지만 대통령 당선자가 합리적인 분이기 때문에 결코 그대로 놔두지 않을 것이다. 다른 분들도 훌륭하지만 그동안 지역에서 오래 활동했고, 법조인으로 민생법안을 만들 수 있는 전문가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선도 싫다 전략공천 달라
윤경식 위원장은 공천 갈등이 심각해질 경우 실시될 수도 있는 경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분명히 했다. 총선기획단 공천심사위원회의 심사과정에서 우열이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고, 중앙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 등 객관적인 판단기준도 있기 때문에 굳이 부작용이 엄청나게 큰 경선까지 치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경선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17대 총선에서 어디 총선을 치른 곳이 있냐? 흥덕을에서는 경선을 했지만 그것은 새로 생긴 선거구라 기존 관리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또 “총선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골치가 아프다고 해서 아무나 데려다가 경선을 붙이려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합해 볼 때 16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야당 위원장으로 지역구를 관리해온 데 따른 특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원칙’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김준환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물론 상황은 경선으로 가기보다 어느 쪽이 됐든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 경우 그 반발이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친박(親朴)이라는 이유로 받아온 설움이 폭발할 때 그 파장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 뻔하다.

굴러온 돌
송태영, 손인석 ‘공천내락’ 주장 구역조정 중
“이명박 정부 탄생시킨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야”

‘쇠는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쳐라’ 유명한 이 격언은 정치판에서도 영락없이 적용된다. 이명박 당선자가 과반에 가까운 지지율로 당선이 됐고, 역설적으로 이 같은 인기 고공행진이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는 만큼 기회를 놓치면 끝이라는 얘기다.

과거의 사례로 볼 때 당선자의 참모들은 일단 청와대로 직접 들어가거나 각종 직속기구, 공사 등에서 관록을 쌓은 뒤 보궐선거에 정치적으로 투입되거나 차기를 노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흥덕 갑·을에서 공천내락설이 나돌고 있는 송태영 당선인 비서실 부대변인이나 손인석 선대위 청년위 부위원장은 잰 발걸음을 보여주고 있다. 송 부대변인은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흐름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는 인물이 나서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명박 정부 하에서 충북의 위상을 제대로 높이려면 이 정부를 탄생시킨 사람들이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송 부대변인은 민정당 시절부터 당에서 잔뼈가 굵은 사무처 출신이다. 2006년 지방선거 직전까지 충북도당 사무처장을 지내다가 공천갈등의 장본인으로 지목돼 국회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10월 초 과감히 당을 떠나 안국포럼에 합류했다. 이 당선자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인 정두언 의원의 추천에 따른 것.
지역에서 한동안 정치지망생으로 분류돼온 손인석 청년위 부위원장은 지난 대선을 계기로 정치판에 직접 발을 담갔다. 현역 JC중앙회장으로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따른 부담이 컸지만 충분히 재고 잰 끝에 아예 선대위에 직접 합류한 것이다.

선대위의 위원장이나 대변인 등이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지는 자리임을 고려할 때 정당활동을 하지 않은 인물을 부위원장 발탁한 것은 파격적인 대우였다. 손 부위원장은 대통령직인수위 산하기구인 취임준비위원회에서도 자문위원을 맡았다.

구역만 결정되면 곧 출마선언

▲ 이명박 당선자의 중앙선대위에서 일했던 충북 인사인 송태영(왼쪽), 손인석(오른쪽)씨 등이 모두 청주 흥덕에서 출마를 희망하면서 현재 갑·을을 놓고 구역조정 중이다.
이들 두 사람은 현재 흥덕 갑·을을 놓고 구역조정 중이다. 당초 수도권 출마를 고려하기도 했던 송 부대변인이 흥덕을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가 주변의 조언을 듣고 흥덕갑까지 기웃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송 부대변인은 지난 총선에서 흥덕을 당내 경선에 나섰으나 남상우 현 청주시장에게 패한 바 있다.

송 부대변인은 “고향인 보은 사람들이 흥덕갑 쪽에 많이 살고 출신학교인 충북고, 충북대도 흥덕갑에 있어 흥덕갑 쪽의 득표 잠재력이 더 큰 것이 사실”이라며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주소지는 흥덕을이지만 정치신인 시절 당내 경선에서 참패한 추억이 있는 흥덕을이 달가울 리 없다는 주변의 관측도 있다.

손인석 부위원장은 청년 몫의 전국구 당선권 배정설도 나오고 있지만 일단은 지역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번 명예나 얻어 보자고 출마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에서 역할을 다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은 만큼 어렵더라도 지역구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손 부위원장은 다만 “정치에 갓 입문한 초년병임을 고려해 선배들의 조언을 최대한 청취해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구역조정은 1월 중순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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