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고인쇄박물관 첫 학예연구관 된 황정하 씨
중앙대 박사학위 논문도 통과, 논문서 주물사주조법 주장

황정하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48)는 1일자로 학예연구관이 됐다.

고인쇄박물관장이 4급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조직도 1실(학예연구실) 2과(운영과·직지사업과)로 확대 개편된 것.

황 연구관은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면서 학예연구실장을 맡았다. 92년 고인쇄박물관이 개관하고 난 뒤 9년만인 2001년 학예담당이 신설됐고, 다시 7년만인 2008년에 학예연구관이 생긴 셈이다. 황 실장은 이 때마다 첫 테이프를 끊었다.

더욱이 황 실장은 지난해 12월 중앙대 대학원 과학학과에서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돼 좋은 일이 겹쳤다.

그래서 그런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고려시대 직지활자 주조법의 실험적 연구’라는 이 논문은 청주의 자랑인 직지만을 주제로 쓴 최초의 논문으로 알려졌다.

청주에 직지에 대한 담론은 무성하나 직지를 학문적으로 연구한 학자는 없다는 말들이 많았으나 황 실장이 이를 불식시킨 것이다. 특히 이 논문에서 그동안 밀랍주조법으로 알려져 있던 직지 인쇄방법을 주물사 주조법이라고 주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청주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청주대박물관 조교를 거쳐 91년 학예연구직 공무원이 된 그는 충주박물관 학예연구사로 공직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92년 고인쇄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자리를 옮긴다. 중간에 4년 가량 청주시 문화관광과에서 문화재 관련 업무를 한 것 외에는 고인쇄박물관을 떠나지 않았다. 따라서 그를 설명할 때는 ‘직지’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청주대박물관 조교 때 흥덕사발굴에 참여했어요. 김영진 전 교수께서 직지영인본을 가지고 계셨는데, 여기 나온 흥덕사와 우리가 발굴한 금구에 써있던 흥덕사가 일치해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정말 감격적 이었죠. 혹시 활자가 나올까 해서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 때인 94년에는 관장과 함께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 원본을 보고 돌아왔다. 열람실에서 상자 안에 들어있는 직지 원본을 2시간 가량 손으로 넘겨보며 확인할 수 있었는데, 몰래 가지고 오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고.

또 그는 ‘직지PD'로 유명한 남윤성 청주 MBC 편성제작부장의 ‘직지’ ‘금속활자, 그 위대한 발명’ ‘세상을 바꾼 금속활자 그 원류를 찾아서’ 등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해외취재에 동행하고 같이 연구하는 등 직지와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황 실장은 “직지공부 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몰랐던 사실을 하나 하나 알 때 희열을 느끼죠. 직지가 인쇄돼서 프랑스로 건너가고, 청주에서 직지상을 제정하며 직지연구에 매달리기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드라마처럼 느껴져요. 또 직지가 지난 2001년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책에 등재됐을 때의 기쁨도 잊지 못합니다. 그 때 제가 교육평가원에 직지에 관한 원고를 써주고 교정까지 봐주었거든요. 자라나는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직지를 배우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고 말했다. 황 실장에게 있어 올해는 아마 직지연구에 탄력받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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