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범상 수상한 김미경 청주YWCA여성종합상담소장

“시민사회 단체 활동이라는 게 한 사람만을 위해 상을 주는 게 아니예요. 다만 모두를 대신해서 제가 상을 받은 것 뿐이죠.” 김미경 청주YWCA여성종합상담소장은 2008년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주최하는 제5회 동범상에 안건수 외국인노동자인권복지협의회소장과 함께 선정됐다.

김미경 소장(41)의 시민운동과의 인연은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충북대 국어국문과 86학번인 그는 기독청년협의회(EYC)에서 활동하다가, 졸업 후에는 잠시 충북민족민주운동연합에서 상근했다. 그러다가 92년 3월 청주YWCA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는 주로 시민사회단체 연대 사업 담당자로 이름을 알렸다. 굵직굵직한 대외사업을 뚝심 있게 펼쳐나갔다.

김 소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사건은 ‘2000년 총선연대’다. “총선연대 활동이 워낙 역동적인데다가 사건 사고가 많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임신 중이었는데, 배가 부른 상태에서 그런지 모두들 잘 대해줬던 것 같아요.”
그렇게 분주한 삶을 살다가 2005년에는 청주YWCA여성종합상담소장이라는 새 일을 맡게 된다. “처음에는 일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어요. 사회전체의 구조와 변화를 요하는 일에 매진하다가 개개인의 변화를 위해 뛰는 것이 영 낯설더라고요. 하지만 제도와 구조가 채우지 못하는 ‘빈틈’을 발견했고, 그것을 메우는 운동의 중요성을 실감했죠.”

2007년에는 복지여성국장 퇴진 공대위를 조직하면서 일명 ‘논문 짜깁기’를 밝혀내기도 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 연대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상담소장 자격으로 연대 사업에 뛰어들었던 한 해였어요. 시민사회단체 사업은 역시 연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2007년은 상식 밖의 일에 대응하면서 ‘싸움의 기술’을 익혔다고나 할까. “사실 논문까지 들춰내는 것이 운동이냐는 비판도 있었죠. 하지만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반의 문제라고 봅니다.”

결국 김양희 복지여성국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번의 사건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철저한 검증장치를 필요로 하는데, 우리 사회는 한마디로 너무 허술해요. 대선 이후엔 더욱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이번 사건을 통해 문제에 대응하는 능력을 조금이나마 기른 것 같아요.”

김 소장이 꿈꾸는 2008년 시민운동의 새 방향은 무엇일까. 그는 ‘사람과 조직이 맞물리는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제도가 변화거나 이슈가 되어서 운동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단 몇 사람이라도 운동을 통해 시민운동가로 남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상담소에 오신 분들이 자기문제를 해결한 이후 다른 사람도 돌봐줄 수 있게 되는 것, 즉 여성운동의 한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민운동가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판을 벌이고, 그들을 지원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

새해 김 소장의 또다른 목표는 여성건강권 확보를 위해 뛰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여성 암환자 자주모임’을 벌이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암환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 “환자들을 위한 사회적인 여건 자체가 형편없어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암환자를 돕는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미미합니다. 여성 건강권 지키기 운동을 통해 조직을 만들고, 외국 사례나 정보 등을 공유할 것입니다.” 올해는 잘못된 다이어트 문화, 화학 성분이 들어있는 여성제품 사용금지 등 여성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이슈들을 던지겠다는 것.

그는 2003년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2007년 수료했다. 김 소장은 대학시절부터 줄곧 시민운동에 몸담았고, 또한 청주를 떠나 본 적이 없는 ‘토박이 운동가’이다. “시민운동을 해서 후회한 적은 없어요. 다만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활동을 하다보니 유리한 점도 있지만 신경 쓰일 때가 많아요. 아는 사람들로 엮기기 때문에 불편한 관계들이 오래가죠. 다른 지역에서 운동을 하고 싶은 로망이 있어요.”
/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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