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 숙원사업 내년엔 마침표 찍을까

◆ 지역문화예술계 10대 뉴스
1. ‘뜸만 들인’ 도립미술관, 도립예술단
2.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개관
3. 2007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최
4. 아시아 문화예술교류 활발
5. 공공미술프로젝트 지원 확대
6. 청주문화원 50주년 행사
7. 국악단 지휘자 도덕성 시비
8. 홍구범 문학제 개최및
도종환 시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선임
9. 미술계, 젊은 작가 기획전 잇따라
10. 배우 유순웅, ‘염쟁이 유씨’의 활약

2007년 문화예술계는 한마디로 시끄러웠다. 올 초 민족작가회의의 ‘작가회의’ 명칭 변경이 논란이 됐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운영상 불협화음도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미술계의 고공 행진은 이상기류를 낳기도 했다. 무엇보다 신정아 사건으로 터져버린 문화계 인사들의 학력위조 사실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다줬다.
지역문화는 분권과 분산의 정치이데올로기 속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실질적인 부양정책은 나오지 못했다. 올해 지역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이슈는 예술가들의 숙원사업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도립미술관과 예술단 창단 등 굵직한 이슈들이 던져졌다. 하지만 지자체가 청사진만 제시했을 뿐, 어떠한 매듭도 짖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또한 올 4월에는 미술창작스튜디오가 문을 열고 작가들의 작업실과 전시마케팅을 지원했으며, 10월에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개최돼 전국단위 관람객들이 청주로 모였다. 2007년 지역 문화예술계를 10대 뉴스로 정리해본다. / 편집자

1. ‘뜸만 들인’도립미술관, 도립예술단

▲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청년극장의 ‘직지’연극은 도립예술단 건립 계획의 도화선이 됐다.
정우택 지사의 문화공약은 얼마만큼 이행될 수 있을까. 먼저 지난 7월, 도립예술단 창단 계획이 지사 취임 2주년 기념식 때 발표 돼 지역 예술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계획대로라면 8월까지 장르결정을 마치고, 빠르면 올해 안에 창단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건립계획은 유보됐고, 더 이상 진전이 없다. 이는 청년극장이 전국연극제에서 ‘직지’를 주제로 한 연극이 대상을 탄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에 지역 연극인들은 “도립극단 창단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의지를 불태웠고, 성안길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해 2만 명의 지지성명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장르결정을 놓고, 충북도는 ‘타 장르와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따라서 충북도연극협회는 이 문제를 충북예총으로 위임했고, 연극이 아닌 타 장르가 만들어져도 된다는 입장을 표했다. 결국 충북도는 건립이 무산될 시 또 다른 지원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그 후 정책도 공식적인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올 하반기에는 도립미술관 건립이 또 한번 이슈화됐다. 충북도는 당초 건축비 300억원과 작품 구입비 50억원 등 모두 350억원을 들여 2010년까지 미술관을 건립키로 했다. 또 이를 위해 내년 초까지 추진위원회와 건립추진기획단을 구성해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의회는 지난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용역예산을 삭감했다. 삭감이유는 “집행부의 사전 준비가 미약해 좀 더 깊이 있는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최근 한국미술협회 충북도지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용역비 삭감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했다. 이밖에도 옛 국정원 부지에 시립미술관 건립 계획이 검토됐지만, 시는 충북도의 용역결과를 보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개관

▲ 용암동 시립정보도서관 뒤에 위치한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경.
청주지역 미술인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청주 미술창작 스튜디오’가 올 3월 말 개관했다. 미술창작스튜디오는 2004년부터 42억3000만원을 투입해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2098 일대 3305㎡의 터에 연면적 2346㎡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건립됐으며, 지상 1층에 작업실 7개, 전시실, 휴게실, 사무실, 지상 2층에 작업실 8개, 교육 및 전시실, 옥외휴게실을 갖췄다. 청주시는 설치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두 명의 큐레이터 및 입주 작가 15명을 뽑았다. 또한 미술창작스튜디오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당초 시는 운영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건물만 개관해 작업실 임대사업으로 전락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올 한해 작가를 매니지먼트하고, 정기적인 전시회를 여는 등 기본 계획안대로 잘 이행했다는 평가다. 작가와 큐레이터와의 만남인 워크숍을 개최했고, 또한 릴레이 개인전이 내년 3월까지 마련돼 있다. 최근에는 한해 결산전시와도 같은 ‘오픈스튜디오’전을 개최, 작업실을 개방하고 ‘작가와의 대화’시간도 가졌다.

3. 2007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최

▲ 국제공모전을 관람하는 외국인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올해 횟수로 10년째를 맞았다. 올해는 ‘창조적 진화 - 깊고 느리게’를 주제로 지난 10월, 2개의 본전시관에서 작품 464점을 비롯해 유리와 금속제품 등 이탈리아 작품 165점과 국제공예공모전에서 엄선된 180점의 공모 작품과 생활 공예품, 장인들의 명품을 선보였다. 또한 청주시를 공예도시로 가꾸기 위해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2007충북의 꿈’을 함께 진행했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공예의 흐름을 제시한 이번 비엔날레는 외국인 4만3000여명을 포함해 모두 58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 역대 최고라는 외형적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1행사장인 청주예술의전당과 2행사장인 첨단문화산업단지와의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었다. 따라서 2행사장에 배치됐던 국제공모전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남상우 청주시장은 비엔날레 기간 내 ‘상설관 건립 검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옛 연초제조창 부지 내 동부창고가 상설관 부지로 떠올랐지만, 시는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4. 아시아 문화예술교류 활발

▲ 베트남 호아빈 학교 준공식 때 공연 모습.
충북 문화예술단체들의 아시아 교류 범위는 올해 더욱 넓혀졌다. 충북예총은 지난 6월, 베트남 다낭성과 첫 교류사업을 진행했다. 베트남 다낭성 정부와 현지에서 문화예술교류 협의서를 체결하고, 다낭성이 주최하는 ‘다낭성 문화축제’에 참여했다.

충북민예총은 2004년부터 베트남 푸옌성과 문화예술교류를 펼치고 있다. 충북민예총의 올해 사업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사업으로 범위를 확장시켰다. 베트남 호아빈 평화학교 건립, 책걸상 보내주기 운동을 펼쳤다. 이를 위해 도종환 시인이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의 인세를 기금으로 내놓았고, 기금마련 전시회, 베트남 평화콘서트 등을 개최해 전국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또, 이러한 문화예술교류를 통해 지자체 교류까지 이끌어내 발전적인 모델을 제시했다. 지난 9월 노화욱 충북도 정무부지사와 레끼만 푸옌성 부주석이 현지에서 만나 우호협정 교류서를 체결하고, 향후 교류에 대한 방향을 모색했다.

이밖에도 충북미술협회가 8월 중국 하북성과 첫 국제교류에 나섰다. 양 도시 작가들이 하북성 석가장에 모여 ‘한·중미술교류전’을 선보였다. 연극협회도 올 연말 중국 단동으로 국제교류를 떠났다.

그리고 복합문화체험장(하이브 캠프)은 지난해에 이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제교류기금 사업에 선정돼 5000만원 내외를 지원받아, 동아시아 작가들과 교류행사를 펼쳤다. 또한 하이브 캠프는 지난 10월 신미술관에서 ‘베트남 신미술전’을 열었다. 11월에는 충북민예총 국제교류위원회가 한국-페루 컨템포러리 아트 교류전을 한빛갤러리에서 개최했다. 페루 리마 카또리카 미술대학과 교류협약을 맺고, 페루 작가 12명의 30여점을 선보였다.

5. 공공미술프로젝트 지원 확대

▲ 중앙공원에 놓은 ‘음수대 샘’ 작업
공공미술프로젝트는 올 한해 유행처럼 전국 곳곳에서 전개했다. 청주에서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올해 처음 대대적인 공공미술프로젝트를 벌여 관심이 쏠렸다. 국내 · 외 초대작가 등 모두 20명의 작가를 선정해, 금속, 도자, 유리, 돌 등 다양한 소재로 청주예술의전당과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에 조형 작품을 설치했다. 또한 충북 출신 출향인사 및 청주 · 청원의 지역민 2007명들이 참여해 ‘2007 충북의 꿈’ 조형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공공미술 달무지개팀은 ‘공원은 또 다른 가족의 공동체’라는 명제아래 중앙공원에서 노인들과의 ‘예술로 소통하기’를 시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노인들의 이유 있는 외출’을 주제로 약 7개월 동안 열렸으며, 총 12개의 공공미술작업을 진행했다. 지역 공동체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앙공원 라디오 방송국, 중앙공원 돌봄 스튜디오 등 노인문화 프로그램 작업과 공원 생활환경개선을 위한 5개의 설치작업 등을 벌였다. 현장과 밀착된 소통의 작업과 더불어, 공간의 맥락이 돋보이는 설치작업들이 관심을 끌었다. 이 사업은 아트앤시티 기획공모사업에 선정돼, 문화관광부로부터 약 2억원 기금을 받아 진행했다.

이밖에 복합문화체험장(하이브 캠프) 소속 예술가들이 안덕벌을 청주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기 위해 나섰다. 지역작가들이 만든 ‘손 글씨 간판’과 베트남 작가가 진행한 ‘포토 메뉴 PAN’ 외에도 주민들과 함께 ‘안덕벌 내집 그리기’등을 전개했다.

6. 청주문화원 50주년 행사
올해 청주문화원은 50주년을 맞아 4가지 기념사업을 전개했다. 올해 원로 재경작가들의 ‘4人 4色’을 개최했고, 이어 ‘내사랑 청주’ 수필집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출향인사와 명사들 75명이 청주에 대한 애틋한 연정을 표현한다. 또한 ‘고향의 노래, 사랑의 노래’ 공연을 지난달 개최했다.
청주문화원은 2002년 충북예총 건물에서 사직동 시민회관 별관으로 원사를 이전했고, 향토사자료실을 개관했다. 또 내년에는 백제유물전시관 및 충렬사를 위탁운영하게 돼 외연이 더욱 넓혀진다. 한편, 박영수 원장은 내년 10월에 개최 될 문화의 달 행사에서 추진위원장에도 선임됐다.

7. 국악단 지휘자 도덕성 시비
올해 가장 시끄러웠던 단체는 아마도 시립국악단일 것이다. 시립국악단 지휘자 한석 씨의 고소고발사건과 더불어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청주시는 신입단원모집을 공고한 데 이어 상임단원 정기오디션까지 강행해 노조원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취소됐지만,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게다가 남상우 청주시장은 국악단 해체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결국 시의회가 국악단 예산삭감을 내세워 내부 화합을 주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시의회는 지난 11월말 행정사무감사를 열고, 시립국악단 지휘자와 노조위원장, 비노조 대표 등 단원 7명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증언을 청취하는 등 진상조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청주시의회는 시립국악단의 내년도 운영예산을 70% 삭감했다. 청주시립국악단은 ‘울며 겨자먹기’로 청주시의회에 청주시립국악단 노조원과 비노조원이 ‘화합과 새 출발을 다짐’하는 성명서를 보냈다. 이를 두고 문화계 인사들은 “국악단 운영의 책임자인 지휘자 신상문제가 왜 시립국악단 존립 문제로까지 번지는 지 납득이 안 된다”는 입장을 표했다.

8. 홍구범 문학제 개최및 도종환 시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선임

▲ 충북작가회의 권희돈 회장
잊혀진 문인 홍구범이 되살아났다. 충북작가회의는 지난 11월, 홍구범 문학제를 생가인 충주 주덕에서 개최했다. 홍구범 문학제는 충북작가회의가 지난 95년 개최했으나, 그동안 자료부족으로 이후 중단됐다. 이렇게 12년 만에 문학제가 개최된 데는 권희돈 충북작가회의 회장이 있었다. 권 회장은 지난 3년여 동안 잊혀진 작가 홍구범에 대한 자료조사와 더불어 발굴된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소설집 ‘창고근처 사람들(푸른 사상사)’를 펴냈다.

‘창고근처 사람들’에는 구일장, 귀거래, 노리개, 봄이 오면, 서울길, 쌀과 달, 어떤 부자, 전설, 한숨, 폭소 등 홍구범의 소설 10편이 수록돼있다. 또한 이번 소설집에서는 요즘 맞춤법과 표기법보다는 당시의 방언과 대화를 원문 그대로 실어, 충청도의 옛말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홍구범은 1923년 충북 중원군에서 출생했다. 지난 1947년 5월 문예지 ‘백민’에 ‘봄이 오면’으로 등단해 1950년 8월께 행방불명될 때까지 단편소설 14편, 장편소설 1편, 꽁트 4편, 수필 4편, 비평 1편 등을 썼다. 1940년대 말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하며 화제작 제조기로 명성을 쌓았다.

▲ 도종환 시인
한편 도종환 시인(53·청주민예총 대표)이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서울에서 총회를 열고 내년 1일부터 단체명을 한국작가회의로 바꾸는 정관 개정과 함께 신임 사무총장으로 도 시인을 선임했다.

9. 미술계, 젊은 작가 기획전 잇따라
미술계의 고공행진이 지역에서도 통했을까. 일단, 미술계 인사들의 대답은 ‘NO’다. 하지만 올해 유난히 젊은 작가 기획전이 잇따라 열렸다. 먼저 무심갤러리에서는 UM갤러리와 공동으로 젊은 작가 기획전을 올 한해 꾸준히 벌였다. 주도양, 임성수, 송현주, 나광호 씨 등 5명의 신예작가를 부지런히 소개했다. 또한 무심갤러리는 올 10월부터 미술투자클럽 모임을 전개했다. 엄은숙 관장은 “최근의 미술 흐름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이다. 모임 때 회비는 따로 없지만, 작품 구입 비용으로 매월 10만원씩을 적립할 예정이다. 일정액이 모아지면 직접 컬렉션을 할 수 있다. 20명 정도가 활동 중이며 직장인을 위해 일부러 점심시간을 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공예관은 올 한해 젊은 도예가들을 발굴해 기획전을 개최, 호평을 받았다. 충북의 젊은 작가 초대전 기획시리즈를 통해 도예가 이장수, 섬유공예가 이소라, 염숙희, 이래진, 정란 씨 등을 초대했다.

10. 배우 유순웅, ‘염쟁이 유씨’의 활약

▲ 배우 유순웅 씨
드디어 연극 ‘염쟁이 유씨’ 관람객이 10만 명을 돌파했다. 배우 유순웅 씨가 1인 15역을 소화하며 다양한 군상들의 삶과 죽음을 다룬 연극 ‘염쟁이 유씨’의 활약이 올해도 이어졌다. 연극 ‘염쟁이 유씨’는 지난 2004년 연극 창고 새벽에서 초연됐다. 염쟁이 유씨는 대전에서 활동중인 김인경씨가 극본을 쓰고, 유순웅씨가 출연한 ‘순수 지역연극’이다.

이후 2005년 대학로에 입성해 1인극 최장기간 공연기록을 세웠다. 또 ‘2006 서울연극제’에서는 관객들이 뽑은 최우수작품상인 인기상을 수상해 마니아층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제 염쟁이 유씨는 지역에서 대학로를 넘어, 해외진출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미 멕시코, 캐나다, 미국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온 상태다. 유순웅 씨는 “내년에는 지방순회공연과 해외공연위주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공연은 내년 3월까지는 두레홀에서 계속된다. 또한 연말 2007 현대충북예술상 공연·영상부문에 유순웅씨가 선정돼 1000만원의 상금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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