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수 충북숲해설가협회 회원

종일토록 숲길을 걸었습니다. 겨울나무들과 오래도록 몸을 섞고 싶었습니다.
때로 영악한 박새의 호들갑을 넋 놓고 바라보기도 하고, 곤줄박이의 날카로운 울음도 들었습니다. 숨김없이 속내를 다 드러낸 겨울 숲에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느낀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 한 하루였습니다. 주저앉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서 얻은 정신적 양식으로 섣달 열흘은 배가 부를 듯 합니다.

겨울 숲을 즐기는 방법은 나무를 관찰하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잎을 보고 나무를 식별합니다. 그렇다면 잎을 다 떨어뜨리고 비슷비슷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 겨울 숲에서는 나무를 식별해 낼 재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무의 껍질 모양, 가지가 뻗은 모습, 겨울눈의 생김새를 구별해 볼 줄 안다면 겨울 숲을 즐기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겨울 숲에서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나무의 수피입니다.

나무의 수피는 사람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나무의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수피는 나무를 구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러한 나무의 얼굴을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계절이 바로 겨울입니다.
그러나 나무의 수피를 단순히 육안으로 껍질 모양이나 색깔만으로 구별하기보다는 직접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본다면 나무라는 생명체를 이해하고, 느끼며 자연의 순리와 법칙을 깨닫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람의 얼굴이 각양각색이 듯 나무의 수피 또한 각양각색입니다.

예를들어 같은 소나무과인 적송, 곰솔, 백송은 수피 모양이나 색깔이 각기 다릅니다. 적송(赤松)은 밑동부분은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윗가지는 붉은 색이며, 곰솔은 수피가 검은 색이며 모양도 적송과는 차이가 납니다. 또한 백송의 수피는 껍질이 밋밋하고 얼룩이 나 있어 적송, 곰솔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오리나무, 물오리, 사방오리 또한 같은 오리나무과 입니다. 그러나 수피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오리나무 수피는 세로로 불규칙하게 갈라집니다. 반면, 물오리는 갈라짐 없이 평평하면서 작은 혹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군데군데 눈 모양의 무늬가 나 있습니다. 사방오리는 껍질이 넓게 쩍쩍 갈라져 있습니다. 이렇듯 겨울 숲에서 나무의 수피를 관찰하다보면 하루해는 짧기만 합니다.

‘아는 것이 힘’힘인 시대는 가고’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합리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는 것 없이 상상을 하고, 느끼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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