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가 시립국악단의 내년도 운영예산을 70% 삭감했다. 지난 9일 시의회 기획행정위는 노조와 비노조간 갈등을 이유로 시립국악단 인건비 및 공연관련 예산 가운데 절반인 4억8400만원을 삭감했다. 하지만 다시 1주일뒤 예산결산특별위는 ‘예술단내 화합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20%를 추가 삭감하기로 했다.

당초 시의회는 지난 11월말 행정사무감사에서 시립국악단 지휘자와 노조위원장, 비노조 대표 등 단원 7명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증언을 청취하는 등 진상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단원들의 주장은 입장에 따라 차이가 컸고 시의회는 예산삭감 의지를 밝히며 “자체적으로 화합된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을 덧붙였다.

난마처럼 얽힌 시립국악단의 내부 문제가 애초 행정사무조사 증언 청취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었다. 결국 ‘알아서들 하라’ 으름장이었고 시립국악단원들은 며칠뒤 성명을 통해 “시민과 청주시의회, 청주시에 사죄의 뜻을 전달하고 보다 발전적이고 화목한 시립국악단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성명의 내용이 미흡했다고 판단한 기획행정위가 50% 예산을 삭감했으나 특별한 상황변화도 없이 예결특위가 1주일만에 70%까지 추가삭감을 결의했다. 더구나 예결특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기획행정위 소속 의원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삭감 과정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시의회의 예산의결권이 고유권한이라지만 이런 식의 조삼모사식 변경은 ‘조자룡 헌칼쓰듯’이란 비판을 들을 만하다.

특히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직후 집행부서에서 시립국악단 노조를 상대로 ‘예술단 해단’을 운운하며 ‘노조 해체’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의회가 요구가 ‘화해의 모습’이 청주시립예술단의 유일한 노조인 ‘국악단 노조 해체’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지역 문화계 일부에서는 “지휘자의 도덕성 문제로 비롯된 사안이 국악단 해단, 노조 해체로 변질되가는 것이 의아스럽다. 마치 발가락 곪은 환자에게 발목을 자르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이번 기회에 막대한 시예산이 지원되는 4개 시립예술단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시의회가 실상에 접근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의회 황재봉 의원은 “예결특위 다수 의원들이 국악단의 정상화 노력이 미흡하다며 추가 삭감 의견을 내놓아 70%로 상향조정됐다. 국악단 해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며 4개 예술단 가운데 해마다 내부분란을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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