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소비문화 저해, ‘교육도시’는 옛말인가
지난 17일 밤 11시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 A나이트클럽. 이날 개업을 가진 A나이트클럽의 규모는 여느 나이트와는 달랐다. 1층은 스테이지, 2층은 룸으로 이루어진 400여평 규모의 이 나이트는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손님이 5백 여명. 설치된 무인 카메라만 해도 15대나 됐고 웨이터 또한 100명이 넘었다. 개업 당일 나이트클럽 앞에는 미처 들어가지 못한 손님 수 백명이 자리나기를 기다리다 다른 나이트클럽으로 발길을 옮기는 모습이었고, 나이트클럽 안에서는 현란한 조명과 강한 비트의 음악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술을 마시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눈코뜰 새 없이 움직이는 종업원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기에 바빴고 내 손님 만들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한편 밖에서는 손님들이 타고 온 자가용 때문에 인근 도로변은 몸살을 앓았고 100명이 넘는 경찰들은 혹시 있을지 모를 조직폭력배들의 이권다툼을 대비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이날 온 손님은 대략 3천 여명. 아침 6시까지 문을 연 이 나이트는 11시 이전의 손님들은 30-40대 중년층이 대부분이었고, 11시를 넘어 새벽 2시까지는 20대의 젊은층이 자리를 메웠다. 또 3시 이후에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들이 몰렸다. 특히 대전이나 천안 등 타지역에서 온 손님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편 이 나이트클럽은 개업 당일 6천여 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A나이트클럽의 개업식에 충북지방경찰청 기동 수사대, 청주 동·서부서 형사 전·의경 등 100여명이 투입된 이유는 는 업소 이권다툼에 대비 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개업한 나이트클럽의 각종 이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폭력배들간의 충돌이 빚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설득력있게 퍼졌다. 더욱이 이 나이트클럽은 신흥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데다 조직폭력배들간의 충돌이 자주 발생해 살인사건까지 발생했던 곳이라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별다른 사건은 없었다.
한편 일부에서는 경찰이 나이트클럽 개업에 100여명이상 투입된 것은 사상유래가 없는 일로 범죄수사에 활용돼야 할 수사력이 업소 보호에 투입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나이트 대형화추세 언제까지

청주시 강서동에 위치한 모 호텔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L씨는 A나이트가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 주변에 들어서자 맞대응으로 A나이트클럽 바로 맞은편인 하복대 지역에 초대형 나이트클럽을 신축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4일 청주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현재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축중인 나이트는 A나이트클럽보다 200평이나 큰 6백평에 지상 4층의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초대형 나이트의 격돌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호텔 나이트는 지난 17일 A나이트클럽의 개업 때문에 걱정을 했으나 개업 당일 평소보다 오히려 손님이 더 몰렸다. 개업식 날 자리가 없어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손님이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주지역 향락산업 과포화

캬바레가 비교적 세금이 적고 영업허가가 쉬운 콜라텍으로 업종을 변경, 현재 영업중인 업소만도 청주지역에 3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주로 10대가 이용하는 이 콜라텍은 음료수를 마시며 춤을 추는 공간으로 스트레스 해소와 건전한 여가활동을 위한 장소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요즈음에 주 고객층이 40대로 바뀌었고, 또 이 같은 방법으로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이들 업주들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편법을 동원 스테이지와 조명등 나이트클럽 시설을 갖춰놓고 편의점 식의 판매방식으로 술과 안주를 팔고 있다. 업주 측은 조리된 안주와 직접 서빙해 주지 않는 이상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캬바레로 영업허가를 받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오히려 세금만 더 내고 있는 셈이다.
한편 청주에서 영업하는 중년 나이트는 10여 곳으로 용암동의 K나이트를 비롯해 중앙 시장 일대와 복대동 등에 널리 퍼져있고 20대 층의 젊은이들을 상대로 성업중인 나이트클럽 또한 호텔 나이트클럽을 비롯 10여 곳에 달한다. 이 중 대형 나이트클럽만 해도 현재 7곳으로 도시 규모에 비해 향락산업이 너무 발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앞으로도 청주지역에서는 전국에서도 손꼽힐 만한 규모와 시설을 자랑(?)하는 초대형나이트클럽이 속속 문을 열고 있거나 열 예정에 있다.
이런 상황에 충청북도는 18일 ‘유흥주점 신규허가 제한 해제’ 고시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충북참여자치 시민연대 등 16개 시민단체들은 반대성명서를 통해 ‘충북도와 도의회가 규제완화를 빌미로 향락산업 확산에 앞장을 서겠다는 입장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방침철회를 촉구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나이트클럽 등 향략산업의 밀집현상은 ‘교육도시’라는 청주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을 뿐 아니라 소비심리마저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의 여론이 높다. 그러나 건전 여가선용 공간이 부족한 청주시내 여건상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이를 둘러싼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관계당국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대부분의 인식을 뒤로한채 법에 따라 행정상 하자 없으면 그대로 처리하면 그만 이라는 안일한 태도에 변함이 없는 한 이 같은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건전한 소비문화 창출을 위해 시민들의 의식전환과 건전한 문화양산에 힘써야 할 때이다. 사회 전반에 깊숙이 젖어버린 향락 문화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 / 박재남 기자·사진 / 육성준 기자


대형 나이트클럽 화재, 다중이용시설 보험가입 의무화 해야
지난 19일 새벽 3시쯤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맘모스 나이트클럽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날 불은 2층 나이트클럽 객석의 천장조명 장치쪽에서 발화되어 나이트클럽 전체로 확산, 안에 있던 200여명의 손님과 종업원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불이 나자 화학차를 비롯해 청주소방서 소속 소방차 20여대와 소방관등 200여명이 출동했지만 방음벽 등에막혀 통로가 차단되는 등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불은 나이트 클럽 천장과 건물 2,3,4층과 내부 650여평 등을 모두 태운 후 소방서 추정 3억 5천여 만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3시간만인 오전 6시경 진화되었다. 한 편 이 나이트클럽은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이번사건을 계기로 적어도 시민이 이용하는 다중시설에는 보험가입을 의무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주지역에서 가장 큰 편인 이 나이트클럽화재는 때마침 강서 지역의 대형 나이트클럽이 개업한지 이틀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대형 나이트클럽들의 대결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 지 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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