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지낸 이강일 文본부장 “시정질문서 들었다”
시 관계자 “당시 이 시장 답변 안했다” 진실게임 시작

경부대운하는 역시 뜨거운 감자였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이 공약을 ‘철회해야 할 공약’으로 선정했음을 밝히자 한나라당은 대응논리로 즉각 맞섰다.
한나라당 선대위 최진현 부대변인은 “경부운하 건설은 물류 뿐만 아니라 합리적 수자원 관리, 수변 문화, 낙후지역 주거환경개선까지 염두에 둔 통일 연계 프로젝트”라며 “2020년이 되면 물동량이 현재의 두 배로 늘어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예상치 않은 내용으로 반격이 시작됐다. 제6대 서울시의원을 지낸 이강일 창조한국당 선거대책본부장이 이명박 후보가 과거 서울시장 시절 시정질문에서 ‘경부운하에 반대한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 본부장은 “2003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시정질문에서 환경수자원위원회 소속 이임주 의원이 ‘이 시장이 대통령 선거에 나갈 거라면 경부운하 공약을 들고 나가라’고 주문하자 이 시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지금 경부운하 공약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자꾸 웃음이 나온다”고 발언해 좌중의 관심을 끌었다. 이 본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경부운하 공약의 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
이 본부장은 이어 “현실성 없는 경부대운하 건설을 계속 논리로 포장하려다 보니 자꾸 엉뚱한 얘기가 나온다”며 “운하 공약은 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광고, 충북대(85학번)를 졸업한 이강일 본부장은 6대 최연소 서울시의원을 지냈으며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광진구청장 경선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서울시 관계자 “교통담당보좌관 답변”
이 본부장의 주장을 근거로 서울시의회 역대 시정질문을 검색한 결과 비슷한 요지의 시정질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시의회 제140회 임시회 기록에서 이임주 의원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한강이라는 천혜의 조건을 이용해 수운교통을 활성화할 경우, 육상물동량과 교통량을 줄일 수 있다. 수로망을 조금 더 발달시키면 인천앞바다에서 서울시를 거쳐 안양, 의정부, 성남을 연결하고 멀리는 충주, 단양 등 내륙지방까지 이을 수 있다. 터널과 갑문식 독을 만들 경우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부산까지 이어질 수 있어 한계에 다다른 육상운송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는데 검토해 채택할 용의가 없는지 답변하라”는 내용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이임주 의원이 대선 출마와 관련해 이를 공약화할 것을 주문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당시 이 시장의 구체적인 답변내용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과거 서울시 대변인을 지낸 청주 출신의 김병일 서울시경쟁력강화본부장은 “경부운하 공약은 이명박 후보가 국회의원을 지낸 1995년부터 주장해 온 것”이라며 “이 시장이 답변한 내용의 진의가 왜곡된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15대 국회의원이던 1996년 7월 대정부 질문을 통해 경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으며, 이 같은 사실은 월간조선 2005년 4월호에 ‘서울과 부산 운하 건설 가능한가?-이명박 서울시장 대선카드로 준비 중’이라는 제목 아래 자세하게 소개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도 “당시 의사기록에는 교통담당보좌관이 답변을 한 것으로 돼있다. 내용도 ‘추가시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검토사항이다. 경인운하가 본격화될 경우 더욱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등 긍정적인 내용이라며 이 본부장이 뭔가 착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확인했다.

타 후보도 ‘경부운하는 폐기된 공약’
하지만 나머지 후보 진영도 일제히 한 목소리로 ‘경부운하는 현실성이 없는 공약으로 사실상 폐기된 공약’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회창 후보 측의 박종호 고문협의회장은 “물 관련 전문가들은 ‘검토할 필요조차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며 “3면이 바다인데 굳이 내륙에 물길을 내야할 당위성이 없다”고 역설했다. 박 고문협의회장은 또 “겨울철 등 갈수기의 강수량이 25mm 수준인데 물을 어디서 끌어오겠냐? 선적하거나 육상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빼더라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배로 움직이는 데만 30시간이 걸릴 정도로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이인선 본부장은 “건설사들과 커넥션이 없다면 이처럼 끈질기게 운하 건설을 주장할 이유가 없다”며 경부운하 공약을 과거 개발독재 이미지와 연결시켰다.

민주신당 노영민 본부장도 한껏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노 본부장은 “한나라당의 이한구 정책위 의장도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사람이 내놓은 공약’이라고 평가 절하했다”며 “실질적으로 폐기된 공약을 붙잡고 있을 뿐”이라고 단정 지었다.

노 본부장은 또 “운하는 옮기는 것보다도 옮겨 싣는 것이 더 문제”라며 “물류가 안 되니 관광을 내세우다가 이 마저 여의치 않자 고용을 얘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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