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 활성화, 행정수도 복원 ‘미묘한 차이’
민노당, 일하기 좋은 충북, 노·농 표심에 호소

3%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결론적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북의 표심을 붙잡기 위한 대선후보들의 충북 공약이 발표됐다.
각 후보 진영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은 3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 유권자 대토론회에 참석해 행정수도 복원과 청주공항 활성화 등 지역의 핵심 현안과 관련해 충북의 표심을 공략했다.

충청대 행정학과 남기헌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대통합민주신당 노영민 충북선거대책본부장, 한나라당 충북 선대위 최진현 부대변인, 민주노동당 이인선 충북선거대책본부장, 창조한국당 이강일 충북선거대책본부장, 무소속 이회창 후보 충북연락사무소 박종호 고문협의회장 등 5명이 후보를 대신해 참석했다. 또 충북여성민우회 남정현 회장,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이 패널로 나섰다.

▲ 각 후보 진영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이 3일 청주 상당구청 대회의실에서 충북공약을 들고 논란을 벌였다. 이날의 화두는 청주공항 활성화와 행복도시 문제로 집중됐다. / 사진=육성준 기자
각 후보 진영의 충북공약은 지각 제출됐으나 시간을 끈만큼의 충실성은 눈에 띄지 않았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10월31일 충북지역 10대 대선의제를 채택하고 각 후보 진영에 충북공약 답변을 요구한 것은 11월7일. 그러나 답변을 약속했던 11월 중순까지 충북공약은 제출되지 않았다.

급기야 연대회의는 11월27일 “약속한 기일이 지났는데도 충분한 검토와 답변은커녕 여전히 차일피일 미루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성명을 발표했고 결국 토론회가 임박해서야 후보 진영의 공약이 제출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정책이 실종된 선거양상이 지역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충북공약은 토론회 당일 도착해 자료집에 포함되지 못했다.

대선 후보들의 충북공약은 한마디로 말해 대동소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개발공약에 치우친 것이 특징이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 진영은 공히 오창과 오송을 중심으로 한 IT, BT 산업의 육성을 중심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창조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청주공항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민주노동당은 중앙당의 공약 기조를 바탕으로 농민과 노동자, 도시 서민들을 겨냥한 공약이 중심을 이뤘다. 충북의 농업인구가 전국 평균을 웃돌고 비정규직 규모가 55.8%에 이르는 만큼 경제특별도가 아니라 일하기 좋은 충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노당 이인선 본부장은 “차기정권의 정치철학,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으면 실현가능성이 없다”며 정권교체의 당위성에 대해 주장했다.
뒤늦게 공약을 제출했고 공약의 분량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인 이회창 후보 측의 박종호 고문협의회장은 “경제도 중요하지만 법과 정신이 우선되는 정신특별도 건설이 우선돼야 한다”며 “백화점식 공약나열보다는 국정철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주공항 활성화 온도 차 뚜렷
최근 청주공항을 백두산 관광의 거점공항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충북의 정·관계에서 한목소리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공군 17전투비행단 이전 문제 등과 맞물려 격론이 벌어졌다.
민주신당 노영민 본부장은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백두산 직항로 개설이 필수적”이라며 “공군부대의 조기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과정과 절차에 따른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임기 내 이전을 약속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현 참여정부가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실천하지 못한데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최진현 부대변인은 한 발 더 물러서 “백두산 쪽으로 출발하는 공항은 청주공항으로 하고 돌아오는 공항은 김포공항으로 하는 복수공항 추진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최 부대변인은 또 공군비행장 이전과 관련해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세부적 대안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회창 후보 측 박종호 고문협의회장은 “가는 길은 청주, 오는 길은 김포가 무슨 얘기냐”며 질타한 뒤 “공군비행장 이전도 임기 내에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책임있는 국정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고문협의회장은 공군부대의 소음피해와 관련해 자신이 살고있는 오창 지역의 전투기 소음 수준을 ‘공포에 가깝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은 온도 차가 뚜렷한 견해를 밝혔다.
민노당 이인선 본부장은 “청주공항 활성화는 단순히 행복도시의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그냥 찍고 가는 역할을 하지 않기 위해선 저가항공을 특화시키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창조한국당 이강일 본부장도 “충북의 경제 규모 등 사회적 기반이 제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화와 관광만으로는 공항활성화가 불가능하다”며 “공군부대 이전도 이전지역에 대한 상응투자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하는 등 결국 님비(Not In My Back Yard)나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관한 내용은 경부대운하 건설과 함께 그 성격상 지역공약은 아니지만 이번 토론회에서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행정수도 복원이냐 행복도시 유지냐
민주신당 노영민 본부장은 “이명박 후보는 서울시장이라서 행정수도에 반대한 것이 아니다. 서울시장 시절 ‘수도분할은 이전보다 더 나쁘다’는 명언을 남긴 사람”이라며 “이 후보가 행복도시의 문화 기능 등을 강조하는 것은 공공기관 이전을 축소하는 등 사실상 행복도시의 위상을 격하시키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노 본부장은 또 “대통합민주신당은 행정수도 복원을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를 다시 추진할 구상이었지만 임기 말 동력을 잃어버려 하지 못했다”고 공개했다.

한나라당 최진현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행복도시는 경부운하와 마찬가지로 전국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후보 진영도 이와 관련해 이해관계의 득실이 반영된 견해를 밝혔다. 과거 행정수도 카드로 인해 적어도 충청의 표심에서 손해를 봤던 이회창 후보 측의 박종호 고문협의회장은 “현재의 정부 안대로 세종특별시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반해 창조한국당 이강일 본부장은 행정도시 복원을 주장하며 자치와 분권을 내세웠던 참여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개방형 다극 혁신 국토공간구조’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민주노동당 이인선 본부장은 “행복도시의 법적지위는 충청남도 산하의 기초자치단체가 돼야 하며 연기군은 모두 포함하되 청원과 공주 일부 지역은 제외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노당은 “행복도시의 지위는 2012년 건설 이후의 문제이고, 충북 건설업자의 공사 참여는 별개의 사안이다. 지방자치의 보편성을 고려할 때 특례시를 남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왔다.

드러낼 公인가 빌 空자 공인가
각 후보진영의 공약이 대체적으로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나름대로 특성을 띤 공약도 눈에 들어왔다. 민주신당은 충북지역을 IT·BT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겠다’는 것을 공약 1번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패널로 참가한 남정현 충북여성민우회장은 “다른 지역과 경합중인 내용을 지역 공약으로 채택한 것이 실효성이 있는가”라고 따져물었다.

한나라당은 경부대운하 공약에 탄력을 싣기 위한 듯 충주-제천-단양을 잇는 충주호 100리길을 원주-영월-영주 등 한반도 내륙과 소통시키는 ‘충주호 물길 100리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방청석 토론에 나선 염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부터 댐건설 계획에 따른 환경파괴 가능성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민주노동당은 충북이 농업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식량자급률을 현재 25%에서 50%까지 올리겠다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발표했다. 민노당은 이를 위해 한미 FTA 저지, 학교급식에 친화경농산물 사용을 법제화하는 것에 대한 국가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못 박았다.

창조한국당은 내륙남부권(보은·옥천·영동·괴산 일부)을 첨단산업지구로 클러스터화한다는 공약을 제시했으나 패널들로부터 남부가 농업지역임에도 지역 설정의 기준을 잘못 적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공격을 받았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은 ‘교육도시 청주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특구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으나 외국인학교 및 각종 특목고 등의 유치, 세계 일류대학 육성 등 다소 과장된 공약을 남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이번 토론회에 대해 “정책이 실종됐다는 이번 선거판에서 그래도 정책을 주제로 지역토론회를 가진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지역유권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공약이 눈에 띠지 않고 구체성도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총평했다.
송재봉 처장은 또 “앞으로 연대회의를 중심으로 각 후보진영에서 제출한 공약의 구체성과 실현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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