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예술촌·21세기미술관·직인대학·역사지구 보존 ‘눈에 띄네’
미술관 연간 100만명의 관람객 다녀가 300억엔 수입 거둬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주관한 청주시 문화도시마케팅을 위한 일본답사에 동참했다. 방문지는 일본 가나자와시와 교토부, 오사카부, 나라시. 11월 5일~9일까지 4박5일간의 짧은 일정 속에 3개 지역을 방문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그중 가나자와시는 청주시, 이시카와현은 충북도와 견줘볼 만한 곳이어서 중점적으로 둘러 보았다.

가나자와시는 일본 혼슈의 중앙부에 위치한 이시카와현의 현청 소재지이다. 시가지의 중심에는 가나자와성 공원과 겐로쿠엔(일본 3대 정원의 하나)이 있고, 이를 둘러싸듯이 번화가가 자리하고 있다. 인구는 올 4월 현재 45만5000명이나 연간 6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손꼽히는 관광도시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쟁이나 대규모 천재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시내에는 역사적인 거리가 많이 남아 있다.

▲ 가나지와 시청을 방문한 답사단. 왼쪽에서 세번째가 강태재 대표
자연과 역사 사랑하는 시민
이 곳 기후는 온화하고 습하며, 이로 인해 벼농사를 중심으로 술, 과자, 염색 등의 특산·명산품을 키워왔다. 수많은 예술가와 수공업가를 받아들임으로 인해 발달을 거듭하여 높은 수준의 예술적 감각을 지닌 곳이다. 많은 전통공예와 전통예술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뛰어난 색채를 지닌 쿠타니자기, 강건한 오히도자기, 우아하고 세련된 가나자와칠기, 일본에서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가나자와 금박, 칠공예의 기술을 빛나게 하는 오동나무 수공업품 등등….

가나자와시는 1964년 이후 5차에 걸친 장기구상계획을 수립하고, 1995년에는 ‘가나자와 세계도시 구상’을 추진했다. 미래상은 세계 속에 그 독특한 빛을 발하는 세계도시 가나자와를 형성하는 것이다. 기본 테마는 ‘세계 중의 독특한 빛을 발하는 도시 만들기, 시민 하나하나의 행복을 위한 도시 만들기’에 두고 △아름다운 도시, 개성을 가진 도시 △활력 있는 도시, 세계에 열려 있는 도시, 지적 자극이 있는 도시, △안전한 도시, 살기 편한 도시에 두고 있다. 또 가나자와시는 2006년 세계도시 구상을 재작성하고 △고차원의 도시기능을 정비한다 △개성을 창출한다 △풍부한 인간환경을 쌓는다는 3대 목표를 설정했다.

가나자와시민들은 기본적으로 자연과 역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또 세계를 지향하는 문화도시로 도시 정체성을 확립하고, 21세기 미술관·시민예술촌·직인대학·역사지구 보존 등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겐로쿠엔과 가나자와성을 비롯하여 나가마치(사무라이 거리)나 히가시차야가이(찻집 거리) 등과 같은 역사지구를 보존하는 것은 물론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조성, 21세기 미술관 건립과 같은 과감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배경 뒤에는 16년간 시민들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아온 강력한 시장이 있었다.

가나자와시를 진정한 문화도시로 만든 것은 시민예술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는 공장이 폐쇄되면서 남은 9만7000㎡에 이르는 광대한 부지를 사들여 지난 96년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개방했다. 기계가 들어찼던 공장은 문화공연을 위한 연습실로 탈바꿈했고, 주차장은 미술 작품공간과 공원으로 변신했다. 시는 18억 엔을 개조비용으로 쓰고도 매년 1억8천만 엔을 운영비로 민간재단에게 지원하고 있었다. 정말 부러웠다.

▲ 땅거미가 질 무렵, 불빛이 따스하게 스며나오는 시민예술촌.
“충북도, 21세기미술관 배워라”
시민예술촌의 설치목적은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시민예술 창조활동을 행하고, 시민이 쉽게 연극·음악·무용·미술·문학 등 예술 활동의 연습·제작·연수·전시·공연 및 성과를 발표하는 장으로 이용함으로써 시민문화의 충실한 향상과 풍부한 지역문화의 양성을 도모하는 것으로 돼있다.

운영은 민간재단이 맡아하며 ‘시민이 주역’임을 시설운영의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일본 내 처음으로 ‘365일 연중무휴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용자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저요금제도는 거의 무상에 가까운 금액에 지나지 않는다. 6시간 사용료가 1,000엔이다.

그리고 이용자의 창작의 자유를 보장함과 동시에 책임을 중시하는 운영방법도 도입했다. 직원은 밤 9시 30분까지만 근무하고, 이후로는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이용한다. 실제로 예술촌 연습실 대여의 63%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이뤄진다는 것은 자신의 일정에 맞춰 편리한 시간대에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시민예술촌은 말 그대로 시민이 참가하는 지역문화의 거점이며, 새로운 문화창조의 거점으로서 세대나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멀티공방, 드라마공방, 오픈 스페이스, 뮤직공방, 아트공방, 무대예술광장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해 마음껏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화재를 조심하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는 두 가지만 약속하면 누구나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연간 30만여 명이 이용하는데, 그중 10%는 외지인들이라고 한다.

흑자내는 미술관
그런가하면 시민예술촌의 다른 한편에는 장인들을 길러내는 직인대학교가 있다. 가나자와시는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유형문화재 전수관 같은 직인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도 연간 8천만엔을 지원하는데, 5∼7년 경력의 직인 가운데 5명 내외의 소수인원을 엄선해서 2년 동안 무료로 가르친다.

직인대학 교과목은 석공예, 미장, 조경, 판금, 가구, 바닥장식, 창호한지, 기와장 등이다. 가나자와에 남아 있는 전통적으로 고도한 장인의 기술전승과 인재육성 그리고 자료수집과 조사연구 및 공개를 통하여 ‘장인의 기술’에 대한 높은 사회적 평가와 일반인들의 이해와 관심을 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 교육기관이다.

나는 시 관계자의 안내로 시청 바로 옆에 위치한 ‘21세기 미술관’을 둘러보았다. 지난 2004년 완공된 이곳은 건립 당시에는 논란이 있었으나 시가 의욕적으로 밀어붙여 지금은 다른 현에서도 사람들이 올 만큼 인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건립비와 부지비용을 합쳐 200억 엔이 들었으나 1년에 100만 명이 오면 300억 엔을 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최근에 충북도가 도립미술관을 구상하면서 자매지역인 야마나시현의 현립 미술관을 참고했다고 하는데, 가나자와시의 21세기 미술관 규모나 운영사례도 꼭 참고하기를 당부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나자와시에서 ‘시민예술촌’과 ‘21세기 미술관’,‘소우가마에/보전용수’를 보면서 청주시가 나아가야 할 역사문화도시 마케팅과 충북도가 고심하고 있는 ‘밀레니엄타운’의 해법을 찾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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