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충북도당 ‘복당은 OK, 입당은 NO’
당사자들, 문전박대 발끈하면서도 ‘한 번 더’

한나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오랜만에 대문을 활짝 열었지만 충북지역의 경우 복당에는 관대한 반면 입당에는 지나치게 옹색한 자세를 취해 문전박대를 당한 당사자들로부터 ‘일부 당협 운영위원장들이 내년 총선을 고려해 자신들을 배제시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 중앙당은 지난 7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한나라당에 입당하려고 했던 탈당 전력자들에 대해서 자격심사를 해 입당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는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거둔 뒤 이른바 ‘해당행위자’에 대해서 문단속을 철저히 해왔던 것을 고려할 때 파격적인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선언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과 결속력이 약한 세력부터 다잡고 외연을 최대한 넓히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실제로 당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방치할 경우 급격히 이 전 총재 쪽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이 전 총재와 내통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선언을 했고, 한나라당 충북도당도 지난 14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회창 전 총재를 지지한 당원 5명을 영구 제명시켰다. 이들은 지난 5일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촉구하는 지지 선언에 서명한 당원들이다.

문제는 적과 내통하는 세력에 대해 단호함을 보여준 것과 달리 일부 입당 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보자’며 입당을 보류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탈락한 당사자들은 “일부 인사들이 대선보다 자신이 출마할 총선에 더 신경 쓰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발하고 있다.

관대한 복당으로 외연은 커져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지난 18일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고 입당과 복당을 신청한 11명 가운데 8명을 승인하고 3명을 보류시켰다.

이번 자격심사 결과,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박수광 음성군수가 복당됐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충주시장에 출마했던 권영관 전 충북도의회의장도 역시 복당됐다.

또 지난번 자격심사에서 지방선거 불복종으로 복당이 보류됐던 유기영 전 청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김경태 전 청주시의원, 연만흠 충북도의원, 지백만 괴산군의원, 한현태 전 충북도의원, 청주시 흥덕구 시의원 출마자인 홍순철씨 등 모두 8명의 입당과 복당이 허용됐다. 이번 복당조치로 인해 한나라당 소속 충북지역 시장·군수는 전체 12명 중 6명으로, 도의원은 31명중 29명으로 각각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심사에서 청원지역에서 15·16대 총선에 출마한 김기영 전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뒤 충주에서 무소속으로 17대 총선에 출마했던 맹정섭 성균관대 겸임교수, 민주당 후보로 16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던 제천·단양의 이근규 전 제천·단양 지구당 위원장 등은 사실상 뚜렷한 이유 없이 입당이 보류됐다.

당원자격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규철 충북도당위원장은 이에 대해 “보류랄 것도 없고 계속 심사 중에 있다고 보면 된다”며 “지방선거 관련해 탈당했던 복당 신청자들은 대단한 문제가 없다면 무조건 받아주는 것이지만 입당 신청자들은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고 신상에 관한 정확한 자료가 없어 이를 보충하라고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심 위원장은 그러나 재심사 시점에 대해서 “아직 못 박지는 못했다”고 밝혀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들의 입당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을 낳고 있다. 또 입당 처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대선 기여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존심은 피차 버렸다”
한나라당의 복당 허용은 탈당한 인사들의 무소속 혹은 타당 출마나 그동안의 발언 수위를 고려할 때 그야말로 돌아온 탕아를 받아들인 수준이다. 박수광 음성군수는 2003년 음성군수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경선에 불복한 뒤 자민련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지난해 3월 현직 군수였다는 프리미엄을 안고 한나라당에 복당과 공천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박 군수는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권영관 전 도의회 의장은 지난해 3월 일부 인사들의 한나라당 복당에 반대하며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충주시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자신이 복당의 대상이 됐다.

당시 권 전 의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가 돌아온 김호복(현 시장)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등을 겨냥해 “과거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인사들과 다시 공천을 겨루는 것에 자괴감을 느낄 뿐 한창희 현 시장이 다시 공천을 받아도 수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복당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보였으나 이제는 누구를 나무랄 수도 없게 됐다. 이쯤되면 복당을 신청한 쪽이나 받아주는 쪽이나 자존심은 아예 제쳐둔 셈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후보로 청주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유기영 전 청주시의회 의장도 한차례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4월23일 한나라당에 무더기로 복당을 신청한 100여명과 함께 당원자격심사를 받았으나 탈락한 것은 물론 김병국 전 청원군의회 의장과 함께 한나라당 보도자료에 이름이 오르는 등 망신을 당한 것이다.

당시 도당 최영호 사무처장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탈당 후 출마하는 것은 일종의 배신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단호한 방침을 세웠다”며 “다만 다른 당에서 입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에 기여할 여지가 있는 지를 따져 신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금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노사모가 MB 찍겠다는데…
입당이 보류된 인사들은 화는 나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감정의 온도 차이는 확연하다. 김기영 전 위원장이 강경파라면 맹정섭 교수는 온건파다.

김기영 전 위원장은 “원래는 당헌당규에 따라 5년 이내에 복당할 수 없는 해당행위자들도 받아줬는데 아무런 하자가 없는 입당자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노무현 찍었던 사람들이 이명박 후보를 찍겠다는데 무슨 반대할 이유가 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심규철 도당위원장의 심정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정당활동 경력을 다시 적어내라는데 15·16대 총선에 출마한 것으로 충분하지 뭘 더 쓸 게 있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이번에 입당이 보류된 세 사람은 모두 총선 출마경험이 있는 만큼 해당 지역 당원협 운영위원장들이 입당 신청을 받아주지 않도록 이런저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맹정섭 교수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허세욱(충주), 송광호(제천·단양), 오성균(청원) 당원협 운영위원장들의 눈치를 보느라 입당 신청을 보류했지만 조만간 처리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맹 교수는 “‘충주를 맡아달라’는 이명박 캠프의 요청으로 경선 때부터 일했고, 중앙당에서도 ‘영입케이스 있을 때 입당원서를 내라’고 말했다”며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너는 입당 심사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맹 교수는 22일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입당 보류에 대해 반발하는 대신 충성서약을 택한 것이다. 맹 교수는 “기자회견에 앞서 중앙당에 허락을 맡고 회견문까지 검토를 받았다”며 반박 기자회견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의 조직특보 8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맹 교수는 “충주발전을 위해 갈등 끝에 내린 선택”이라며 “김근태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이념적 가치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말을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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