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을 비판한다

 방송인 전여옥이 노무현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비판이 아니라 아예 노대통령의 입지와 권위를 인정치 않는 감정섞인 말들을 퍼부어대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전여옥은 지난 23일자 조선닷컴을 통해 '그는 대통령이 되지 않는 것이 좋았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전여옥은 이 글에서 노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어느날 갑자기,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건만 민주당 경선의 회오리속에 대통령 해 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아닌가...매너와 품격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대통령이 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이미 스스로 대통령노릇 못해먹겠다고 털어 놓았지 않은가...한나라의 국정을 담당하기엔 그의 역량이 부족하고 힘이 딸리니 이렇게 힘들고 고달플 것이다"고 적었다.

 전여옥이 누구인가. 꼭 10년전 자신의 일본 특파원(KBS) 경험을 토대로 '일본은 없다'라는 책을 내 히트를 친 장본인이다. 당시 이 책은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지만 학계와 식자들 사이에선 "정제되지 않은 설익은 생각으로 일본을 너무 쉽게 재단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년 반동안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끝없이 일만하고 ,이유없이 거짓웃음을 지어보이고, 안 되는 일 많고 따지는 일 많은 일본인들'을 목격한 그는 일본은 더 이상 없으니 한국인들이여 긍지를 갖고 분발하자며 목청을 높였었다. 그가 확신한 일본과 일본인들은 '집단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곧 죽음이라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고, 때문에 좁은 섬에서 쫒겨나지 않기 위해 개미처럼 살며 강한 자에 비굴하고 약한자에겐 한없이 잔악해지는 기회주의적인 국가와 국민'이었다. 이를 두고 일본통인 이어령교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공박했다. 전여옥의 당시 글은 개인 차원의 감상이나 넋두리로선 적합하지만 일개 국가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엔 문제가 많음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전여옥의 이런 가치관,역사관은 이번 조선닷컴의 글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선 그녀의 실체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정몽준 찬가를 불러댄 대표적인 인물이다. TV토론에 나와서도 정몽준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며 핏대를 올린 색깔있는(?) 여자다. 그것이 인연이 돼 정몽준이 주도한 국민통합21 창당대회에선 후보 추대사를 낭송했는가하면  결국 당의 당무위원까지 맡음으로써 완전히 정치인으로 탈바꾸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였기에 만약 정몽준이 단일후보가 되고 정권을 잡았다면 지금 쯤은 아마 청와대 언저리나 실세그룹에 속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전여옥의 글은 이런 꿈이 실현되지 못한 것에 대한 화풀이로 여겨져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국은 사실 한 때 정적이었던 '노무현 때려잡기'에 아주 호기인 셈이다. 그래서 그녀 특유의 아집이 생동했을 지도 하다.

 그러나 전여옥이 착각한 것이 있다. 만약 그의 입으로 차라리 정몽준을 욕했다면 우리는 10년전에 가졌던 당찬 여자 전여옥에 대한 기억을 계속 간직할지도 모른다. 그가 노대통령을 향해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졸지에 대권을 거머쥐었다고 폄하하고 싶다면 자신의 과오를 먼저 인정했어야 한다. 자신이 주군으로 모시려 했던 정몽준도 사실 대통령감이 아니었다가 어느날 축구와 월드컵 때문에 엉겁결에 대통령 자리까지 넘봤던 사람이다. 전여옥이 노무현에 대해 포퓰리즘을 지적한다면 정몽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국회의원이면서도 국회에 나타난 날은 손을 꼽아야 할 정도이고, 부모(?) 잘 만나 외국 돌아다니며 국내 민생엔 전혀 관심도 없다가 김흥국을 앞세워 대통령하겠다고 나선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전여옥은 추종한 것이 아니라 아예 만들었다.

 국민통합 21의 당무위원이었던 그가 할일은 정작 따로 있었다. 애들 투정하듯 후보단일화를 깨며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긴 정몽준에 대해서 당의 이름으로 책임을 물었어야 했으며 지금은 그 존재조차 애매모호한 당의 정체성과 관련해서도 누구보다도 책임의식을 가졌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국민통합 21이 대통령후보까지 내며 21세기 한국을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면 지금 무슨 말이라도 해야하지 않은가.  

전여옥의 관점은 특파원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치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가 "일본에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며 치켜세운 한국은 대통령선거 바로 전날 밤 후보 단일화 약속을 깨고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없는 뼈대없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였다. 잔뜩 한을 품었다가 이제다싶어 대통령의 면상에 헤딩을 가해도 그만인 조잡한 나라였다.  전여옥의 비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먼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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