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타당성 검토 ‘스타트’, 상설관 동부창고 건립 유보
결국 옛 연초제조창 용도 찾기가 문화 공간 구성의 키워드

글 싣는 순서
1.지역문화공간을 둘러싼 변화
2. 충북문화공간의 새지도
① 랜드마크 만들기
② 유럽 ‘아트팩토리’ 사례
3. 예술가 점거가 이뤄낸 실험공간
4. 지역민의 일상과 손잡다

충북도는 최근 도립미술관 건립을 발표했다. 도는 건축비와 작품구입비 등 총 사업비 35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10년까지 청주시 주중동 밀레니엄타운 2만㎡ 부지에 건축 연면적 8000㎡ 규모로 도립미술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도립미술관 건립은 시립미술관과 더불어 충북 예술계의 숙원사업이었다. 도 관계자는 “지난 6월 경 지사님 검토지시가 내려졌고, 8월부터 본격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충북도의 도립미술관 건립 추진은 인수위원회 건의가 결정적이었다는 것.

현재 충북도는 타시도 및 해외 사례를 검토중이다. 특히 일본의 야마나시현 사례를 통해 ‘흑자’내는 미술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야마나시현은 충북도와 자매도시다. 야마나시현에는 현립미술관과 문학관, 민간인 주도의 공예 파트 클러스터가 함께 위치하고 있다. 또한 밀레의 작품을 대량 보유하고 있으며, 밀레를 마케팅에도 활용해 다양한 문화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도는 타당성 조사용역비 5000만원을 확보한 후, 전문가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신동인 국장은 “이미 지역과 전국을 아우르는 이 분야 전문가들의 리스트를 뽑고 있다. 추진위원회가 2~3개월간의 연구를 통해 전체적인 컨셉을 짜고, 지역민과의 합의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의회에서 삭감됐던 이 사업의 용역비는 추경에 다시 요청한다는 것.

한편 대구시립미술관과 제주도립미술관이 지금 BTL(민자유치)사업으로 건립을 추진 중이다. 대구시립미술관은 사업비 669억여원, 제주도립미술관은 건축비만 182억원이 투입된다. 충북도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 도 가운데 시립과 도립 미술관이 없는 곳은 충북을 비롯해 강원, 충남, 경북, 울산 등 5곳에 불과하다.

신 국장은 “미술관 건립은 도내 예술계의 숙원사업이다. 도립미술관 건립 대상지는 밀레니엄타운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이 아니다. 다만 바이오 전시관과 교육문화회관등이 인접해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소”라고 덧붙였다.

도는 내년 상반기에 도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투자심사 및 공유재산 관리계획 승인 절차를 거쳐 국비 등 예산을 확보한 뒤 하반기에 현상공모 및 실시설계를 할 예정이다. 현재 운영예산으로 매년 20억원을 잡고 있다.

야먀나시현 미술관의 경우 관장과 큐레이터 7명이 있다. 또 해마다 해외 작품 작품구입비를 따로 책정하고 있다. 야마나시현 미술관뿐만 아니라 해외의 사례들 은 외지인을 위한 미술관이 아니라 먼저 지역민의 애정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충북도립미술관의 건립부지로 떠오르고 있는 밀레니엄 타운이다. 시립미술관은 도립미술관 타당성 검토가 끝난 후 건립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 사진=육성준 기자
담당하는 부서 모두 달라
도립미술관 건립뿐만 아니라 최근 시립미술관과 비엔날레 상설관 건립 등 굵직한 미술공간들의 건립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시는 그동안 옛 국정원 부지에 청주 문화복합타워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도립미술관 건립발표로 시는 일단 도립미술관 추진 상황을 지켜본 뒤 문화복합타워 건립 여부를 확정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시가 내년 1월로 계획하고 있는 타당성 검토 용역 등은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2000년 5월 사직동 옛 국정원 터를 매입했다. 또한 옛 국정원 충북지부 터와 인근 사유지 1만 3759㎡에 민간자본 480억 원을 유치해 지상 10층 안팎의 문화복합타워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 시립미술관과 가상체험관, 아쿠아리움등을 갖춘 문화복합타워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올해 비엔날레가 끝난 후, 남상우 청주시장은 공예클러스터및 상설관 건립 검토를 직접 지시해 이슈가 됐다. 일단 상설관은 첨단문화산업단지 인근에 있는 동부창고가 일차 대상지로 떠올랐다. 그 다음은 예술의전당 내 간이 야외무대 뒤편이 대상지였다. 시 관계자는 “며칠동안 관계자들이 모여 타당성을 검토했다. 일단 예술의전당 내 건립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간에는 동부창고 부지가 유력했으나, 옛 연초제조창(KT&G)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유보했다는 후문이다.

청주 도심 내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한 손쉬운 전략은 매머드급 공간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가장 유력한 랜드마크 후보지는 첨단문화산업단지 일대다. 옛 연초제조창 부지는 전체 약 14만㎡이다. 이중 KT&G는 동부창고를 포함한 8만 6000㎡을 청주시에 매각했다. KT&G는 상당로와 인접한 앞쪽 부지 5만 3000㎡에 아파트를 지어 공급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고도제한과 기부채납 등의 문제에 걸려있어 협상금액을 두고 청주시와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 부지에 KT&G의 계획대로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첨단문화산업단지를 가리게 돼 문화 거점의 메리트가 떨어질 것이라는 여론이다. 문화공간구성의 키워드는 역시 ‘옛 연초제조창’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다.

“충북도는 통합마케팅 펼쳐라”
지역전문가들로 구성된 TF팀 짜는 것도 대안

문화 공간 지형 변화에 대해 이제는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역의 문화계 인사는 “충북도가 지금까지 지역의 문화공간과 정책에 대해 행정적 관리만 해왔다. 이제는 전체적인 통합마케팅을 펼쳐야 할 때다. 지역공간 건립을 논의할 수 있는 공식적인 테이블을 만들어내라”고 주문했다.

새로운 공간 건립을 위해 타당성 검토가 활발하지만, 각자의 영역에서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예를 들어 시 행정안에서만 해도 시립미술관은 문화관광과, 직지특구는 고인쇄박물관, 공예클러스터와 상설관은 기업지원과에서 담당한다. 이에 문화계 인사 B씨는 “담당부서가 일단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플랜을 짜지 못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면 고인쇄박물관 주변을 매입해 생산과 전시 판매가 이뤄지는 클러스터 개념의 공간을 만들수도 있다. 불가능해보이겠지만 흥덕초를 매입해 시립미술관으로 만든다면 이곳이 테마파크로 성장할 수도 있다. 문제는 선택과 집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나홀로 정책’을 펼 때 성공가능성은 희박해진다는 것.

미술관 운영이 성공하려면 실력있는 큐레이터군과 기획전, 그리고 마케팅이 필수적이다. 또한 막대한 운영비가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만큼 도민을 위한, 시민을 위한 미술관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전문 큐레이터 그룹과 브랜드 파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광역자치단체가 나서 각분야 문화예술전문가들로 TF팀을 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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