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배 행정, 경제 포함 업무총괄 움직임
노화욱 정무 “이제는 가치중심으로 가야”

충북도청의 주소는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89번지이지만 경제특별도를 자처하는 충북도가 내세우는 주소는 ‘대한민국 투자 1번지’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당선자 시절부터 정무부지사가 아니라 CEO 출신의 경제부지사를 기용하겠다고 밝혔고, 비록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직제는 개편하지 못했지만 정 지사가 중용한 노화욱 정무부지사는 대외적으로 경제부지사라는 명함을 사용하고 있다. 노 부지사는 이 명함을 들고 그동안 투자유치에 나서 자신이 전무로 재직했던 하이닉스 반도체의 증설공장을 청주로 유치하는데 일조했다.

공식 직함은 정무부지사이고 신분 상 지방별정 1급인 노 부지사가 행정구조 상 직속의 통솔체계도 없는 상황에서 충북도 경제통상국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가며 13조원 투자유치에 기여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무부지사가 경제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도정 방침에 따라 투자유치 등 경제 관련 업무를 직접 챙기면서, 도정 전반을 총괄해야 하는 행정부지사가 상대적으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것이 근래 수년 동안 충북도의 속사정이었다.

▲ 노화욱 정무부지사는 취임 이후 줄곧 경제부지사 명함을 사용하고 있다. 경직된 공직사회로부터 비롯된 제반 문제는 괘념치 않고 가치중심으로 간다는 것이 노 부지사의 방침이다. / 사진=육성준 기자
BIO와 경제특별도에 눌려 지낸 행정
9월28일 대통령직속 국민고충처리위 상임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재충 전 행정부지사의 고뇌는 실로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부지사의 고뇌는 이 전 부지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 전 부지사는 이원종 전 지사 시절부터 바이오산업을 당시 한범덕 전 부지사에게 전담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여기에다 이 전 부지사가 정 지사 취임과 함께 “나는 곧 충북도를 떠날 것이다. 늦어도 12월 안에는 전보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발하면서 자신의 레임덕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전보설에도 불구하도 이 전 부지사는 민선시대 장수(長壽) 행정부지사의 기록을 세웠다.

당시 이 전 부지사의 고민은 일부 하위 공무원들이 자신을 제쳐두고 노 정무부지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최소한 노 정무부지사를 거친 뒤 이 전 부지사를 경유해 정 지사의 결재를 받는 시스템을 택했다.

충북도의 고위공무원 Q씨는 “마음고생을 겪던 이재충 부지사가 결국 서울로 떠나기 한 달 전에 행정이든 정무든 일체 경유하지 않고 도지사실에서 논의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공무원들의 화두는 오진 승진이기 때문에 도지사도 차기 출마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 당장 (도지사)임기 안에 승진이 걸려있지 않은 공무원들로부터 무시를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공무원들의 생리”라고 주장했다.

신임 이종배 행정의 업무 챙기기
가슴앓이를 하다가 떠난 이재충 전 행정부지사와는 달리 최소한 1~2년 이상 행정부지사 재임이 유력한 후임 이종배 행정부지사는 취임과 함께 본연의 임무를 빠짐없이 챙기겠다는 태세다.

이에 따라 이종배 부지사는 일단 업무파악 차원에서라도 실국장들이 도지사를 만나기 전에 자신을 경유토록 하고 있다는 것. 공무원 Q씨는 “노화욱 정무부지사도 ‘경제관련 파트 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고 나서는 등 행정과 정무의 대결이 또 다시 시작됐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Q씨는 또 “어차피 정무부지사는 인사에 대해 전혀 권리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CEO 출신은 어차피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거치기는 귀찮고 지나치기는 찝찝한 것이 정무부지사”라고 혹평했다.

노화욱 정무(경제)부지사는 이에 대해 “이제는 공직사회도 가치중심으로 가야하고 그래서 공직사회의 현실에는 괘념치 않는다”며 “바쁜 일과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성공자의 자세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파이를 키워야 하는 것이 충북이 처한 현실이다”라고 역설했다.

노 부지사는 또 “도민들의 요구가 다양한데 경제만 가지고 밥상을 차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경제가 현재의 가치라면 문화예술은 다가오는 미래의 가치”라고 주장한 뒤 “언론도 이를 실현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주문했다.

정무 고유의 업무와 역할 실종
어찌 됐든 현재 충북도 안에서 과거 정무부지사 고유의 역할이 실종된 것은 사실이다. 정 지사는 이를 예견한 듯 계약직 ‘가급’으로 과거에 없던 정무, 시민사회, 언론보좌관 직제를 신설했다. 이는 과거 정무부지사 고유의 업무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무부지사의 경제 분야 올인에 따라 과거 정무부지사 고유의 업무와 역할이 실종됐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도청 내 모 인사는 “장애인들이 도청 정문 앞에서 저상버스 도입 등을 이슈로 시위를 벌이는 동안 도지사는 정문으로 드나들지 못하고 돌아다녀야 했다”며 “예전 같으면 정무부지사가 나서야 할 일이지만 지금의 정무부지사는 경제 업무 외에는 무관심하다”고 비꼬았다. 이 인사는 “노 부지사는 경제 관련 분야만 도지사로부터 인정받으면 되고 다른 분야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인사도 “아무리 보좌관들이 정무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온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계진출 “관심도 없고 사실도 아냐”
한편 노 부지사의 각종 행보는 ‘정계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외부의 관측을 낳고 있다. 최근 첨단 산업분야의 기업인, 언론인들과 어울리면서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구름이 모이면 비가 내린다’는 식으로 정계진출설이 나돌고 있는 것.

노 부지사는 이에 대해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주어진 일에 소임을 다하는 것이 유일한 관심사”라며 “한때 경영난을 겪었던 하이닉스가 지역사회에 진 빚을 갚겠다는 마음으로 경제부지사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자신의 정계진출설을 일축했다.

노 부지사의 주변 인물도 “노 부지사가 고향인 마산 혹은 충북에서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이는 호사가들의 말잔치일 뿐 노 부지사의 성향을 볼 때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가능성에 대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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