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길 무인자동 화장실, 직원 암검진 화제

남상우 청주시장의 예측할 수 없는 ‘꺾은선 행보’가 잇따라 화제를 낳고 있다. 유도로 수련한 건장한 체구와 우렁찬 목소리에서는 굵직한 선이 연상된다. 가로수길 문제 등과 관련해서 보여준 불도저 행정은 환경단체와 불협화음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매사가 그런 식은 아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세심한 부분까지 집착하고 매달려 직원들을 피곤하게 만들기 일쑤다. 나쁘게 말하면 소심하고 좋게 말하면 세심하다. 그래서 ‘남주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남 시장은 최근 성안길 입구와 옛 남궁외과 앞에 무인자동 공중화장실을 설치하는 계획을 밀어붙이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그러나 그 동기를 들어보면 애틋한 ‘사모곡’이 깃들어 있다. 또 청주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거의 강제성 암 검진을 받도록 해 12명의 조기 암 발병자를 찾아내기도 했다.

▲ 청주시가 성안길 입구와 구 남궁병원 앞에 설치하기로 해 논란을 빚고 있는 무인자동 화장실.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앞에 있는 시설이다.
성안길 무인자동 화장실 밀어붙이기
주민- 대형건물 개방하면 문제 해결 시에 민원 제출
南- “우리 어머니 용변 참지 못해 낭패 봤다” 사모곡

청주시가 성안길 입구(대현지하 상가 앞)와 구 남궁병원 앞에 자동으로 청소가 이뤄지는 1인용 무인자동 공중화장실을 설치하기로 하면서 주변 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무인자동 공중화장실(이하 자동화장실)은 현재 청계천 등 서울특별시 54곳에 설치된 시설로 약 2평 규모의 공간에 원격제어 기능을 갖춘 첨단 시스템 화장실이다.

서울시 시설의 경우 자판기를 이용하듯 1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화장실 문이 열리는데, 이용시간은 10분이고, 연장을 원할 경우 내부에서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용이 끝나면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가 닫히고 바닥 청소는 물론 변기 시트가 자동으로 회전하면서 교체된다.

청주시 김재선 환경과장은 “청주시의회 의원들도 몇 년 전부터 공중화장실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고 남상우 시장이 서울시의 자동 화장실을 예로 들며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해 지난 9월 서울시 사례를 참고해 전격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또 “서울시의 경우 유료로 운영되지만 우리는 무료로 운영할 방침”이라며 “시민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청주시 주요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청주시가 자동화장실을 설치할 예정인 대현지하상가 인근 성안길 입구(옛 청주읍성 북문 터)
자동화장실은 충남 천안에 있는 (주)보라에서 독점 생산하는데, 한 대당 설치 가격은 약 9000만원이고 원격 관리에 드는 비용 월 60만원은 제품 홍보의 성격 상 업체가 부담한다. 그러나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자동으로 작동하는 물 청소비와 전기요금, 화장지 값 등은 청주시가 부담해야 한다. 청주시는 자동화장실을 업체 측에 이미 발주했으며, 12월 중순 쯤에 현장에 설치할 예정이다.

인근 상인 840명 ‘절대 반대’ 민원
그러나 인근 상인들은 대현지하상가 화장실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주변에 있는 대형 건축물의 화장실을 ‘열린 화장실’로 개방하면 되는데 굳이 무인자동 공중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예산낭비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성안길 입구의 주변 상인들은 상가를 이용하는 고객 등 840명의 서명을 받아 청주시에 자동화장실 건립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냈다. 이들은 화장실을 설치하려는 곳에 대해 시민들의 불편 민원이 단 한 건도 없는 상황에서 청주시가 주민들의 건의를 묵살하고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예산낭비에다 주민을 무시하는 행정이라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들이 크게 반발하는 것은 단순히 예산낭비 차원을 넘어 화장실 주변이 오염되고 슬럼화되는 것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주변 상인 A씨는 “서울시를 방문해 자동화장실 운영실태를 조사했는데, 주변이 크게 지저분하고 원격 관리를 하다보니 고장이 나도 곧바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구청 관계자에게 관리책임자를 물어봐도 제조업체 전화번호만 알려주더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N씨는 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자동화장실의 존재를 거의 알지 못하는 등 활용도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성안길의 경우 대형 건물이 많기 때문에 굳이 공중화장실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N씨는 이밖에도 “시가 자동화장실 계획을 철회한다면 인근 건물의 화장실을 열린화장실로 개방할 수 있다”며 “오히려 열린화장실을 늘리고 청주시가 청소용역이나 화장실 비품 등을 제공하는 것이 경제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물러서지 않는 남시장의 사모곡
N씨 등 성안길 주민들 뿐만 아니라 구 남궁병원 인근 상가 주민들도 청주시의 자동화장실 설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이 일대 상인 B씨는 “작고한 남궁병원장 남궁윤 박사의 미망인 강 모씨가 노구를 이끌고 청주시의 자동화장실 설치 계획에 반대해 시장을 만나러갔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주민들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같은 주민들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청주시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남상우 시장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청주시 김재선 환경과장은 “주간에는 주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밤 10시 이후에는 대부분 문을 닫아 불편하고, 장애인들이 건물 내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불편이 많기 때문에 자동화장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 과장은 또 “서울시의 경우에도 처음 설치할 때는 주민들이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상인들이 오히려 더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막상 설치하고 보면 오히려 장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상우 시장은 자동화장실 설치에 반대해 시청을 방문한 주민 대표에게 화장실에 어린 자신의 사모곡을 들려주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시장실을 방문한 주민대표들에게 “우리 어머니도 도심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해 낭패를 봤다. 노인들을 위해서라도 공중화장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대해 제보자 Q씨는 “남 시장의 효심을 탓할 것은 아니지만 시장으로서 지나치게 개인적인 사례를 구구절절 꿰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암 검진 밀어붙여 직원 12명 발병 확인
복지카드 일정 포인트 건강진단 사용토록 강제
20~30대 직원도 30%, 진단·입원비 전액 보상

남상우 청주시장이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맞춤형 복지카드의 포인트 가운데 일부를 정밀 건강검진에 사용토록 해 불과 석 달만에 암 발병자 12명을 찾아냈다. 조기진단을 받지 않았다면 암세포가 확산돼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상황.

맞춤형 복지카드의 포인트는 공무원 카드(신용카드)에 기본점수, 재직기간, 부양가족 등의 기준을 적용해 일정 점수를 지급해주면 이를 현금화해 사용하는 제도다. 대통령령에 따라 5년 전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며, 청주시는 예산 여건 등을 고려해 2006년 9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1포인트는 현금 1000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청주시 직원의 지난해 평균 포인트는 연간 640(64만원)점이었다. 또 포인트는 자율항목과 의무항목으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는데 청주시는 지난해 의무항목으로 연 122포인트, 즉 12만2000원을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토록 했다. 또 나머지 포인트는 자율항목으로 건강 증진, 자기 개발, 여가 활용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300포인트 덤 ‘건강검진에만’
남상우 청주시장이 건강검진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추가 적립하도록 지시한 것은 올 2월.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며 “자율적으로는 정밀검진을 받는 직원이 많지 않은 만큼 의무적으로 정밀 건강검진을 받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

청주시는 이에 따라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복지포인트에 추가로 300포인트를 지급해 이는 단체보험 포인트 122점과 함께 정밀 건강검진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 같은 조치에 초기에는 포인트를 임의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지난 8월 직원들의 정밀 건강검진이 본격화된 이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전체 검진대상 2040명의 70%선인 1400명에 대한 검진이 끝난 10월말 현재 무려 12명의 직원이 위암, 대장암 등 각종 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암 판정을 받은 직원들은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은 제외하더라도 포인트로 의무 가입한 단체보험에서 암 진단비 1000만원과 입원비 전액을 보상받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밀검진을 미루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뻔한 직원들의 목숨을 남 시장이 살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충북도, 청원군 등 도내 지자체는 물론 전북 전주시 등 타 시·도에서도 복지포인트의 일부를 건강진단과 보험에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까지는 신체검사를 비롯해 혈액, 혈압 등 기본검진만 했으나, 올 2월 시장의 지시로 복지포인트를 이용한 정밀검진을 의무화한 결과 12명이 암을 조기 발견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며 “타 자치단체에서 청주시의 이 같은 시책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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