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국민참여모의재판 '무죄' 선고

▲ 12일 청주지법 1호 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모의재판에서 조아라 검사가 배심원 자격심사를 위한 질문을 하고 있다.
12일 청주지법 1호 법정에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내년 본격 시행될 국민참여형사재판을 앞두고 모의재판이 열려 많은 관심을 모았다. 택시기사의 강간치상 및 절도 사건을 다룬 이번 모의재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려 10시간에 걸쳐 배심원 선정과 기피신청, 공판, 배심원 평의, 판결, 선고 과정이 이어졌다.

먼저 담당 재판부인 11형사부 오준근 부장판사는 배석판사인 김동건·조준호 판사의 의견을 물어 배심원 선정 절차와 무이유 기피신청에 대한 이해부터 구했다. 공판 검사로 참석한 조아라·이지형 검사는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DNA유전자 감식 결과 피고에 대한 물리적 증거를 찾을 수 없었을 때에 피해자의 증언만으로 죄를 물을 수 있는가'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성폭행 피해 여성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있는가'란 질문으로 배심원 후보의 자격을 심사했다.

충북변호사회 김교형 변호사는 '증언과 증거자료가 일치하지 않을 때에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가'란 다소 난해한 질문으로 배심원 후보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홍명기 국선 변호사는 먼저 "9명의 범인을 놓친다 하더라도 단 1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피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변호인이 증거조작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가란 질문을 통해 배심원의 의중을 떠 보기도 했다.

이날 변호인측은 배심원 기피신청에 앞서 배심원 후보들이 택시기사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택시기사와 다툰적이 있는지'와 '택시기사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으지'등에 대해 물었다. 또 성폭행 피해사건이란 특이성을 고려해 택시기사의 변론을 맡아서인지 성별에 따라 남녀 중 누가 더 도덕적인가란 질문을 하기도 했다.

담당 재판부 오준근 부장판사는 "배심원 선정과정은 본래 배심원의 사생활 보호와 안전을 위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오늘만 특별히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 부장 판사는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검사와 변호사측은 배심원에 대한 무이유 기피를 할 수 있다"며 "먼저 피고와 동향인이 있는 지 등에 대해 묻고 담당 재판부는 직권으로 배심원 기피를 할 수 있지만 오늘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배심원 선정은 검찰과 변호인측이 5명의 배심원 후보를 기피 신청함에 따라 반복 선정에 들어가 공판이 늦어졌다. 참석 의사를 밝혀 온 40명의 배심원 후보 중 이날 사건은 강간치상 및 절도죄를 다룬 사건으로 최고 7년 이상의 징역형(무기징역)까지 가능한 관계로 9명의 배심원과 1명의 예비배심원을 선정했다. 오후에 열린 공판 심문에서 검사와 변호인은 유·무죄를 주장하며 열띤 공방을 벌였다.

한 밤중 술에 취한 여성을 태우고 가던 택시기사가 돌연 절도 용의자로 돌변해 지갑을 빼앗고 성폭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뒤 폭행을 일삼았다는 사건에 대한 이날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이 끝난뒤 1시간이 넘은 평의 끝에 내 놓은 배심원의 의견은 5:4로 엇갈린 주장이 나왔다. 전원합의가 이뤄지지 못하자 배심원 3분의 1 동의에 따라 재판관의 의견을 듣고 2차 평의 결과 9명 전원일치로 '무죄'를 평결, 선고했다.

무죄의 이유는 ▲사건 장소에서 택시가 정차했다는 것을 증명해 줄 요금기(일명 미터기)가 정상으로 작동했다. ▲ 목격자인 술집 종업원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 ▲만취한 피해여성이 식별능력이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 앞서 청주지법 김이수 법원장은 "미국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우리 나라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며 "국민의 사법 신뢰성 확보와 법치주의가 올바르게 정착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민참여 모의재판이 국민참여형사재판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이해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주지법 정택수 판사는 "배심원들이 1시간이 넘는 평의를 거쳐 결정한 것을 보면 심사숙고한 기색이 역력하다"며 "국민참여 재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올바른 결론을 도출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이번 국민참여 모의재판을 통해 사법권 역시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모의재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국민참여재판의 빠른 정착을 위해선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의 관심과 애정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모든 형사재판이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사법부의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배심원 선정절차와 공판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됨에 따라 대책도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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