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지, 음성군 감추고 이천시로 승부 ‘대박’
대학 위치, 학교 선택의 주요 고려대상 중 하나

지방대 신입생 유치전략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특성화`차별화 전략은 기본이고 각종 장학혜택, 해외연수 혜택, 그것도 모자라 교수들이 고등학교를 찾아가 홍보전을 펼치는 등 신입생 유치경쟁은 해마다 치열해지고 있다.

신입생 확보가 대학의 최대과제로 떠오르는 요즘 지난 2004년 한국경영교육학회에서 분석한 자료가 흥미를 끈다. 경영교육논총 제 34집에 실린 '신입생의 대학선택 요인과 대학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따르면 대학진학자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취업이었다.

▲ “대학이야 버스터미널이야” 극동정보대는 40대의 버스를 운영해 수도권 학생들의 교통편을 돕고 있다. 2007년 신입생 모집에서 극동정보대는 '이천시 장호원'주소로 재미를 봤지만 정작 지역경제에는 큰 도움이 안돼 음성군민으로부터는 외면받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등록금 액수, 대학의 사회적 평판, 장학금 수혜 가능성, 교통편리성, 전공교과과정, 대학의 위치, 대학의 소재지, 대학종합평가순위, 대학주변환경, 학사제도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대학의 위치나 대학의 소재지가 어디냐는 것이 대학종합평가순위나 학사제도보다도 우선 고려대상이라는 것이다.

도내 전문대들은 2004년, 2005년, 2006년 등 3년에 걸쳐 최악의 등록률을 보였다. 신입생 유치를 위해 갖가지 노력을 했지만 인구감소에 따른 자연감소는 막을 길이 없다. 그러던 것이 자체 정원감소와 약간의 교육수요자 증가에 힘입어 2007학년도에는 3년 흉작끝에 풍년을 이뤘다. 특히 극동정보대의 약진이 돋보인다.

2001년에는 99.7%(총정원 2520명)를 나타내며 총원을 거의 채웠던 극동정보대는 내부적인 문제와 학생감소라는 악재가 겹쳐 2005년에는 등록율 41.3%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던 것이 2007년에는 97.7%(총정원 2264명)를 선보이며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극동정보대 관계자는 경기도 인근 경원전문대가 4년제 전환을 위해 2000여명의 신입생을 받지않아 일시적인 증가세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경원전문대의 영향밖인 주성대 충청대 등의 등록율도 큰 폭으로 상승해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않다. 타 대학 관계자는 극동정보대의 성공요인으로 수도권 중심의 신입생분포와 홍보전략을 지적했다.

수도권 학생비율 90%
음성군 감곡면 단평리에 위치한 극동정보대를 들어서면 왠만한 도시의 고속버스터미날이 연상된다. 극동정보대가 운행하고 있는 버스는 40대. 모두 수도권 노선을 운행한다. 극동정보대 재학생 90%가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에 밀집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기도에 인접한 지리적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이 같은 환경을 극대화 시키는 극동정보대의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

극동정보대 홈페이지에는 대학주소가 없다. 주소가 들어갈 자리에는 뜬금없이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 우체국 사서함 1호'라는 사서함주소가 쓰여 져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극동정보대학을 검색하면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에 위치한 극동정보대학'이라는 상세설명이 뒤따른다. 하지만 홈페이지 어디에도 극동정보대가 음성군에 위치해 있다는 설명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수요자를 현혹하는 얄팍한 상술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재학생 가운데도 행정구역상 극동정보대가 경기도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이러한 비판적인 시각에도 극동정보대가 이 같은 전략을 고수하는 데는 ‘충북 음성군 감곡면’보다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이 대학 위치로써 수도권 수요자들을 붙잡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생존하기 위한 방식인 것이다.

이같은 분석에 대해 극동정보대 관계자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감곡면 사서함을 쓰려고 했지만 감곡면에는 사서함을 설치할 수 없어 근거리인 장호원 사서함을 사용할 뿐이다. 또한 대학이 경기도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다보니 음성군 감곡면으로 소개하면 길을 찾아오기가 쉽지 않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음성 읍내에서 극동정보대까지는 승용차로 40분이 소요되지만, 극동정보대 정문 앞 맞은편 차로는 행정구역상 장호원에 속한다.

타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극동정보대는 대학정보사이트 등 인터넷을 이용한 홍보활동에 중점을 뒀던 것이 이와 같은 전략과 맞물려 신입생 모집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어쨌든 극동정보대는 2007학년도 성공의 한 해를 걷고 있다.

이와 달리 수년 동안 도내 전문대 가운데 최고 등록률을 지켜왔던 충청대는 지난해 95%로 등록을 마감했다. 가장 큰 차이는 지역별 학생분포다. 학생의 90%가 수도권인 극동정보대에 비해 충청대는 지역의존도가 크게 높았다.

2006학년도 합격자 가운데 충북 출신(입학원서상 우편번호 기준)은 80.66%로 전년도 82.74, 2004년 85.03%에 비해 의존도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수도권 학생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충청대 관계자는 “2007학년도 신입생모집에서 차이를 보인 것은 전국적으로 수요자가 상승했지만 전국대비 도내 학생 수는 전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게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았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충청대, 청원군에 있어 손해
도내 대학들이 신입생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집안싸움보다는 외지학생들을 유치해야한다. 도내 학생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결국 지역학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학은 앞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학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충청대의 이러한 현상에 청원군이 한 몫(?)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과 인접해 접근성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충북 청원군 강내면 월곡리’라는 주소 탓에 접근성이 어려운 곳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청원군이 청주시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아는 국민들이라면 쉽게 짐작을 하겠지만 청원군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관계자는 “‘청원군 강내면 월곡리’를 ‘청주시 강내면 월곡리’로 표기하면 아무래도 외지학생들의 관심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외지학생의 비율이 높아지면 지역 경제도 상당한 효과를 보게 된다. 원룸촌 등 지역민들에게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기대돼 신입생 유치자원의 다원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극동정보대 주변은 대학가라고 하기엔 너무도 황량하다. 대학가 특수는 남의 동네 이야기다. 학생 대부분이 버스를 이용해 통학을 하기 때문에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 지역의 성장 동력이 돼주길 기대했던 지역민들은 수업만 받고 떠나는 학생들이 야속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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