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그늘에 가리고 도농 중간이미지 ‘걸림돌’
태진아 스타 마케팅도 보은과 중복 효과 반감

‘청원생명쌀’로 시작된 생명브랜드가 청원지역에서 생산되는 15개 농산물에 확대 사용되는 등 청원군의 브랜드 마케팅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청주의 그늘에 가려 타 시·도에서 그리 인지도가 높지 않은데다, 도시도 농촌도 아닌 중간 이미지 때문에 입력한 값만큼의 출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생명브랜드의 홍보대사격인 가수 태진아씨가 다른 지자체의 농산물 광고에도 양다리를 걸치는 등 초점이 분산돼 혼란을 주고 있다. 과연 ‘청원’이라는 이름 두 글자가 갖는 브랜드 파워는 어느 정도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청원군은 2003년부터 가수 태진아를 내세워 생명쌀 등 생명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군 자체 인지도가 높지 않은데다 태진아씨가 다른 지역 농산물 광고에도 출연하면서 기대했던 효과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생명쌀과 보은대추 TV 광고.
자치단체의 브랜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교통·지리적 여건을 부각시키는가하면 천혜의 자연환경을 내세우기도 한다. 역사인물은 그렇다 치고 고전 속의 인물을 되살려 이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몇 년 전 드라마 ‘허준’이 뜨자 너도나도 연고를 들고 나온 것이 그 예다. 장성군은 고전소설의 주인공 홍길동이 장성군 황룡면에 실존했던 인물이라는 학설을 바탕으로 홍길동축제를 여는 등 군의 마스코트로 상징화시켰다.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의 고향인 괴산에서는 임꺽정 캐릭터를 마스코트로 사용하고 있다. 청결고추를 들고 있는 털보 임꺽정의 마스코트는 꽤나 인상적이다. 그러나 괴산은 단지 작가의 고향일 뿐, 소설 어디에도 무대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청원이 들고 나온 브랜드는 ‘생명’이다. 2001년 쌀 전업농들의 모임인 (사)한국쌀전업농청원군연합회에서 쌀 명품브랜드 개발과 관련한 사업계획서를 청원군에 제출하고 군이 브랜드 공모를 거쳐 상표등록 절차를 마무리함에 따라 ‘생명쌀’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청주에 묻혀 청원군의 자체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군이 브랜드 마케팅에 나서기도 전에 생명쌀의 주가를 높인 것은 각종 쌀 품평회에서 청원군 농민들이 입상한 것이다.
각종 쌀 품평회는 흔히 지역 간의 경쟁으로 홍보되지만 사실은 개별 농민이 5kg씩 제출한 쌀에 대한 육안 검사와 밥맛 검사를 거쳐 지역의 출품작을 결정한 뒤 전국적으로 경쟁을 벌이는 방식이다.

실제로 청원군이 2001~2003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을 자랑했던 품평회의 수상자는 각각 북이면 오용균, 오창읍 박지환, 문의면 송인백씨였다. 청원군은 이를 바탕으로 생명쌀의 브랜드화를 시도해 2005년에만 8억원을 투자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 현재의 생명쌀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청원 ‘생명 브랜드’에 올인
자신의 히트곡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를 패러디한 ‘쌀맛이 장난이 아니야’를 들고 2003년부터 생명쌀 홍보대사로 나선 사람은 충북 보은 출신의 가수 태진아씨다. 2005년만 하더라도 태씨가 출연한 광고는 6억원의 광고비를 들여 당시 방송 3사의 전파를 탔다.

태씨가 ‘쌀을 바꿔야 한다’며 밥솥을 집어던지는 광고는 올들어서 지난 9월부터 뉴스채널 YTN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이밖에도 서울시내 백화점과 할인매장 주변을 운행하는 버스 200대에 대한 내·외부 광고비 1억원을 포함해 약 4억원 정도가 2007년 광고비로 책정돼 집행되고 있다.

청원군청 농정과 생명브랜드 김중렬 담당은 “초창기에는 생명쌀에 대한 인지도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융단폭격을 하 듯 광고를 집행했지만 지금은 융통성이 있게 홍보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담당은 또 “처음에는 생명쌀에만 치중했지만 2005년 ‘청원생명’이라는 네 글자를 상표로 등록한 상황에서 애호박, 느타리, 수박 등 15개 품목의 농산물에도 ‘청원생명’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출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담당은 그러나 과거 진상품에서 비롯된 전통적인 유명 쌀들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천이나 여주쌀, 철원 오대쌀 등은 지리적으로도 수도권에 가깝고, 수백년 전부터 명품 쌀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어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견주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청원군이 청주의 그림자에 가려 타 시·도에서 비교적 인지도가 높지 않고, 청정지역이라기보다는 도시 이미지에 가깝다는 점도 농특산물 판매경쟁에 있어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태진아 ‘쌀도 팔고 대추도 팔고’
또 한가지 문제는 생명쌀 홍보대사격인 태진아씨의 광고 겹치기 출연이다. 사실 태씨가 자신의 고향인 충북 보은의 농산물을 더불어 홍보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도 태씨가 이향래 보은군수와 함께 보은 대추를 홍보하는 광고가 9월20일부터 11월 초까지 모두 41차례에 걸쳐 방송 3사의 주요 방송시간 대에 방송되고 있다. 횟수는 방송사 별로 10여차례에 불과하지만 광고료는 1억5000만원, 모델료를 포함한 광고제작비는 1억3000만원에 이른다.

태씨는 2005년 3월에도 보은군 탄부농협이 서울에서 개최한 ‘내고향 보은 참쌀’ 판매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노래CD와 홍보용 쌀 등 사은품을 나눠주는 판촉활동을 벌였다.

당시 청원군 관계자는 “태씨가 다른 지역 쌀의 광고모델로 나섰다면 문제 삼을 수 있지만 고향 쌀 판촉행사에 일시적으로 참석한 것이어서 양해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델비까지 지급한 상태에서 동종 상품 판촉행사에 나선 장면을 보기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은군 농축산과 대추육성 김진식 담당은 “청원 쌀을 사는 사람이 보은 대추도 살 수 있는 만큼 결국 상생 관계로 봐야하지 않겠냐”며 “태진아씨가 그동안 보은지역의 농특산물 판촉행사에 여러 차례 참여해준 것은 고향(보은군 탄부면)에 대한 애정이고 우리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씨는 10월22일 보은군이 서울시에서 연 보은 대추 판촉행사도 참여해 팬사인회를 가졌다.

그러나 아무리 품목이 다르더라도 농특산물 광고나 판촉행사에 양다리를 걸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타 시·도 주민들의 경우 청원과 보은을 혼동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청원군 김중렬 담당은 이에 대해 “겹치기 출연이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로서는 일관성 있게 밀어붙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광고로 ‘승부수’ 평가는 ‘미지수’
사실 브랜드 가치는 단순히 광고 등 홍보를 통해서 일순간에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방법은 효과도 미미할뿐더러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차라리 유명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고향이 어디라더라…’라고 알려지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타 시·도 사람들이 충북의 시·군 가운데 보은군을 알고 있다면 ‘속리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만큼 도시의 브랜드 가치는 인물이나 자연환경, 특산품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단 순간에 이를 올리려다 보면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에는 자치단체의 이미지나 특산물 등을 홍보하는 광고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대개의 경우 광고모델은 도지사나 시장·군수다. 그래서 자치단체장의 ‘얼굴 알리기’가 주목적이 아닌지 의심을 받기도 한다.

충북도의 한 공무원은 “단체장들이 품질을 보증한다는 식으로 광고에 나서고 있지만 타 시·도의 주민들에게 얼마나 다가가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며 “사실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고 신뢰도가 떨어지는데 광고 효과가 클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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