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산성 옛길 아끼고 가꾸면 가능성 무한
옹달샘 복원, 출렁다리 설치 좋은 예
오랜 역사의 발자취가 스며있는 산성옛길은 조선시대부터 미원면 낭성리에서 청주로 오가던 산길로서 당시 청주읍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 군사적 목적으로도 쓰였지만 나무꾼들과 주로 장에 내다팔 물건들을 소달구지에 실고 가는 장꾼들이 이 길을 넘었다.
청주에서 낭성으로 넘어가자면 현재의 풍주사 코스와 이정골 길 등으로 나누어졌다가 결국에는 상봉재 (것대산)에서 만나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이 길의 중심을 연결하는 터널공사가 한창이다. 공사가 진행 중인 이정골 마을에서 만난 김정헌(75세)할아버지를 통해 옛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예전에 낭성에서 나무꾼들이 하도 많이 나무를 잘라 한때 벌거숭이산이 됐다. 이게 우리 산인데 아버지가 나무해가는 사람들 내쫓는 모습도 보았다. 소 장사도 많아 이들을 노리는 산적들이 들끓어 이곳을 도둑골이란 이름으로도 불렀다” 고 말했다.
해질 무렵 이정골에서 서리 내리기전 소에게 먹일 호박을 지게에 가득 싣고 가는 촌로의 저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뚝심으로 걸어가는 그 모습에서 예전 우리 조상들이 걸었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들도 저 고단한 길을 저렇게 걸었을 것이다.
산성옛길은 그리 힘든 길은 아니다. 한번쯤 걸어봐야 할 옛길이자 최상의 트레킹코스다. 여느 등산로처럼 능선에 다다르기 위해 숨 가쁘게 올라가는 길은 아니다. 옛 선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비록 삶이 힘들지라도 산길에서 호젓한 여유를 찾으며 그들만의 스트레스를 해소했던 삶의 방식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현재 청주시의 경우 산성옛길과 관련한 실질적인 담당부서가 없는 실정이다. 대전 둘레 산길 잇기 운동본부의 경우만 보더라도 147억원의 시 예산을 들여 120Km 둘레에 걸쳐 등산로를 정비하고 걷기 편한 숲길로 조성한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답사산행이란 신조어를 만들고 있는 송태호씨(사진 왼쪽)는 청주삼백리 대장으로 3년 전부터 매주 일반인으로 구성된 답사팀과 함께 청주지역의 산줄기와 물줄기를 돌며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그러기에 산성옛길에 대한 남다른 애착심도 가지고 있다, 그도 예전에는 산 정복을 위해 해외원정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옛길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산길, 들길을 찾아다니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시청을 수없이 드나들며 지역 산길의 복원을 위해 노력한 결과 어렵게 상봉재 옹달샘을 복원, 정비했고 것대산과 상당산성을 연결하는 출렁다리도 만들었다. 그는 지금도 산성옛길을 돌며 이정표를 달고 옛 선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천년고도 청주의 이름에 걸맞은 살아 숨쉬는 무언가는 떠오르지 않는다.”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향, 곧 지금의 모습이면서 동시에 옛 모습과 어울리는 우리지역만의 답사코스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사진·글=육성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