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 박 원 규 대성고 교장

▲ 사진=육성준기자
매점 폐쇄·휴대전화기 사용 금지, 파격 운영
‘학력신장’ 목표로 구성원들 합의 이끌어 내

1935년 청주상업학교로 개교한 대성고는 2002년 일반계고교로 전환하기 전까지 지역은 물론 전국을 대표하는 금융인, 기업인을 배출한 명문고였다. 하지만 대학진학이 수월해지고 졸업생의 활동영역이 좁아지면서 청주상고의 위세는 급격히 위축됐다. 결국 67년 전통을 뒤로 하고 새로운 길을 열었다.

변태를 거듭한 대성고는 이제 학생들이 가고싶은 학교로 진화했다. 지난해에는 25회 졸업생인 정봉규 총동문회장이 개인 기탁금 사상 최고액인 30억원을 모교에 희사해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정 회장이 물꼬를 튼 선배의 모교사랑은 1년이 지난 지금 40억원 기금확보라는 결실을 맺었다.

대성고의 새로운 출발이 처음부터 순조로왔던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현 박원규 교장의 노력이 빛났다.
기자가 만난 그는 남다른 리더쉽과 확고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리더십이 학교를 바꾼다’
대성고에 들어서면 여느 학교와 사뭇 다른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쉬는 시간, 복도에서 휴대전화기를 들고 재잘거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수업시간은 말할 것도 없다.

대성고는 도내 최초로 학생들의 휴대전화기 소지를 전면금지하고 있다. 인권침해 논란에도 박 교장은 학칙개정을 통해 ‘통신기기 사용 예절’ 항목을 추가하는 등 외부의 비난에 개의치 않고 이같은 운동 추진했다. 그의 교육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박 교장은 학교의 최고 덕목으로 학력신장을 꼽는다. “성적지상주의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지·정·의·체 모두를 갖춘 전인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다고해서 학력신장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학교의 목적은 교육이며 교육은 인간의 표준 이상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의 지적·정의적·심동적인 지식과 기술 및 태도를 함양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의 성취정도를 측정한 결과가 학력이며 학교의 목적은 학력을 신장하는데 있다”고 박 교장은 말한다. 학내에서의 휴대폰 사용이 학력신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인권위 등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박 교장은 이 같은 방침을 고수했다. 그 배경에는 구성원간의 합의가 선행됐기 때문이다. 그는 “휴대폰 미소지 운동이 처음 거론된 것은 교직원회의다. 여기에 전교직원들의 동의가 이뤄졌고 학생회의를 통해 학생들의 동의까지 얻으면서 본격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16억원을 들여 완공한 석우학사(사진 왼쪽)와 학부모와 학생이 서명한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에 관한 서약서(사진 오른쪽).
그는 “특별한 경우 사용을 허가하겠다는 통신문을 학부모님들께도 보냈지만 단 한 건의 건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 교장의 강력한 추진력에 학생, 학부모, 교사의 합의와 신뢰가 더해져 만든 성과였다. 이 결과 대성고는 2005년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M-클린 모범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 교장은 “휴대폰 미소지 운동을 통해 학습 분위기 향상은 물론, 학업성적도 향상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NIE대회 휩쓸어
지난해 열린 ‘2006 전국 NIE(신문활용교육)대회’에서 대성고 학생들은 대상을 비롯해 최우수상 등 주요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대성고가 통합논술에 대비해 2004년부터 1학년 교과에 NIE를 도입한 성과다. 구성원들의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을 보인다는 것이 박 교장에 대한 교사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그는 학교장의 역할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가 말하는 학교장의 역할은 첫째가 학력 신장에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둘째는 학력신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습 환경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수 십 년간 이어오던 학교 내 매점도 과감히 폐쇄했다. 매점에서 판매되는 탄산음료나 불량식품들이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고 결국엔 학업에도 지장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매점을 없애는 대신 대성고는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간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경영을 할 수 있는 데에는 동문들의 도움이 컸다. 동문들이 조성한 40억원의 장학기금으로 국공립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이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학생들에게 지급된 장학금만 1억1000여만원에 이르고, 다양한 문화체험을 위한 해외탐방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여기에도 박 교장의 운영방침이 엿보인다.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두루 지급하기보다는 필요한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대성고는 짧은 기간에 고교진학예정자들이 선호하는 고등학교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교장에 대한 신뢰는 학교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고 동문과 학부모, 재단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재단은 건축비 16억원을 들여 최첨단 기숙학사를 건립했고 최소 수준의 교원을 확보해주는 등 물량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동문들이 의기투합한 대성청전장학금은 50억원의 기금확보를 목표로 순항중이다. 정년퇴임을 3년 앞둔 박 교장은 “모교이자, 30여년을 함께해 온 학교다.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가 명문학교라고 생각한다. 퇴임 전까지 학력신장을 바탕으로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명문고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