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 청주시 노인종합복지관장의 사는 모습
올해 보건복지부 평가 노인복지관 부문 전국 1위 ‘영광’

청주시 노인종합복지관은 올해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노인복지관 부문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재정현황·환경 및 시설·인적자원·프로그램·지역사회관계·이용자 만족도 등을 점수화한 이번 평가는 매우 종합적인 틀 안에서 이뤄졌다. 전국 1위를 한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사실이다. 그러나 김상수 관장은 “별 것 아니다”면서 “평가가 뭐 중요하냐. 할머니·할아버지들과 재미있게 지내는 게 중요하지”라고 잘라 말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그러면서도 요란스럽지 않게 본분을 다하는 김 관장은 이번 성적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기분은 좋지만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는 태도였다. 다만 좋은 성적을 받은 배경에 대해서는 한마디 짚고 넘어갔다.

“직원들이 지긋지긋하게 생각할 정도로 자체 교육과 연수를 많이 했다. 그리고 몇 가지 변화를 줬다. 조직을 바꾸려면 내가 먼저 변해야 하는 것처럼 나부터 변화마인드를 가지고 접근했다. 직원들을 경력과 관계없이 능력별로 배치해 어느 부서는 신참에게 맡겼다. 평상시 해오는 이런 교육과 시도가 평가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장애 노인에게 각별한 애정
복지관을 들어서면서 인상깊게 느껴진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깨끗하고 아기자기하다는 것이었다. 김 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실내에 정원을 만들어 어르신들의 정서 순화에 신경쓰고, 실내 페인트 색깔도 가장 편안한 색으로 바꿨다. 장소가 좁아 야외공간이 없는 관계로 실내에 나무와 꽃을 심고, 페인트 색을 편안한 베이지 톤으로 했더니 어르신들의 행동이 변했다. ‘관장 나와’라면서 문을 발로 차던 어르신들이 요즘은 조용 조용하게 말한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2005년 1월 관장으로 취임한 그가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인 사람들은 장애를 가진 노인들이다. 거동조차 불편해 복지관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각별히 신경쓴 결과 이제는 지팡이 짚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 이런 모습을 볼 때 김 관장은 흐뭇하다고 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을 위해서 복지관이 작은 일이나마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것이다.

그는 복지관에 나오는 어르신들에게 ‘손자’다. 나이로 볼 때도 그렇지만 각별하게 정을 나누는 모습 또한 영락없는 손자로 보인다. 어르신들을 만나면 스스럼없이 껴안는 게 김 관장의 습관중 하나. 그래서 그런지 최근들어 이 곳 복지관 분위기가 편해졌다는 소문이 있다. 현재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하루 평균 500~600명 정도 되고 하루 300~400명이 이 곳에서 식사를 한다.

“어르신들이 사회와 가정안에서 당당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복지관에서는 사회교육 쪽으로 관심을 많이 기울인다. 어르신들에게 잠재 역량을 발휘하도록 해서 이를 사회로 환원시킨다고나 할까.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문예창작반, 연극반, 어울렁 더울렁 한마당 같은 것들이다. 얼마전에 문예창작반을 운영했더니 수강생 중 한 명이 자서전을 써 지금 출판기념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 연극반은 복지시설을 돌면서 재미있는 연극을 공연한다. 글을 쓰거나 연극을 하는 일이 어르신들에게 매우 생소한 일인데, 복지관에서 장을 마련했더니 재미있게 하신다.”

노인일자리 사업 지속 추진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사업 중에 눈에 띄는 게 있다. 바로 노인일자리 사업이다. 노인들에게 능력과 적성에 맞는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노인복지 증진을 도모하고 이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토록 하는 것이다.

이 곳에서는 현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사회복지기관 등에서 동화구연·일본어·서예·한자 등을 가르치는 ‘내리사랑 노인전문 강사 파견’, 어린이회관 관람객을 대상으로 전시실 자료에 대해 설명하는 ‘어린이회관 과학안내 및 전시 지도자’, 장애인들의 학습보조 역할을 하는 ‘버팀목 장애아동생활지도 및 학습보조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유아교육기관과 사회복지기관, 우암어린이회관 등지에서 재미있는 동극을 보여주는 ‘하하호호 어린이회관 동극공연 및 방문 인형극’, 영구임대아파트와 소년소녀가정 등에 가사 서비스를 지원하는 ‘햇살나눔 영구임대아파트 가사지원 서비스’등도 있다.

김 관장은 “생계형 노인일자리인 고령자폐스티로폼자원재활용사업단과 스티로폼 플라스틱재활용사업단도 있다. 이들은 청주·청원지역에서 발생되는 스티로폼을 수거해 재활용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이 복지관에 나오시면 이렇게 일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에도 참가하니 얼마나 좋은가. 국가적으로도 질병에 걸린 노인을 낫게 하는 것 보다는 건강한 노인으로 살도록 하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따라서 우리 복지관도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노인복지관에서는 영어교실·일어교실·단전호흡·스포츠댄스 등의 취미교실을 운영하고 목욕탕·노래방·도서실·탁구장 등을 갖춰놓고 있다. 웬만한 사회교육센터 못지 않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 그래서 그런지 이 곳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밝다.

충북대 토목공학과 출신의 김 관장은 대학 3학년 때 가치있는 삶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신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대구가톨릭대를 졸업하고 신부가 된다. 95년 사제서품을 받은 그는 이후 봉명동 보좌신부, 보은성당 주임신부, 천주교 청주교구청 관리국장을 역임했다. 그 사이 서강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도 졸업했다. “신부로 살면서 특별히 힘든 일은 없다. 오히려 결혼생활이 더 힘들 것 같다”며 웃는 그는 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것도 정신지체장애인들과 사는 공동체마을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라르쉬공동체’가 모델이다. 정부지원을 받지 않고 후원금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사는 방식이다. 이것은 누구를 위한 봉사가 아니고 나의 삶이다. 그러나 지금은 노인복지관장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 신부가 된 김 관장은 정말 가치있는 삶을 찾아 실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