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수뇌부와 의원들이 지난 16일 대거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한나라당은 광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과 노태우가 만든 민정당을 승계한 당이다.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변천사를 갖고 있지만 이 당의 정체성은 민정당에 뿌리를 박고 있다. 이런 그들이 망월동 참배를 생각했다면 그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과거 그들의 과오에 대한 사과다. 그러나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우리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그들은 근엄한 표정으로 묘역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광주도 이들을 질책하지 않았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국적인 추모분위기에도 불구, 오히려 빛고을 광주의 이미지가 퇴색하는 것같아 안타깝다.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민주당이 영남을 넘보니까 한나라당 수뇌부가 광주를 찾았다고 여기면 그만이지만 우리의 역사는 이런 문제에 대해 뼈아픈 교훈을 갖고 있다. 친일세력들이 처단되기는 커녕 오히려 국정의 책임자로 나서 오늘날의 뼈대없는 한국을 만들어 냈고, 군사쿠데타 정권의 하수인들이 자신들의 수괴인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가 심판받을 때도 이들은 역으로 승승장구하는 몰역사성을 창출했다. JP는 그렇다 치더라도 YS시절 전두환 노태우의 구속을 지휘했던 서울지검장 최환이라는 자는 광주사태 직후 전두환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내무분과위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전두환 노태우를 처벌하기 위해 5.18 특별법 제정을 명령한 김영삼 밑에서 법 제정 기초위원장을 맡은 사람은 한나라당 현경대의원이었다. 그는 전두환 정권에서 5공 헌법의 선진성을 역설한 장본인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기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세계적 명판결(?)을 만들어 낸 사법부의 폭거는 사실 한나라당 전신인 민자당 체제에서나 가능했던 얘기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적당히 넘어 가는, 그러다가 어느새 슬그머니 주류로 함몰되는 왜곡된 역사의 악순환을 한나라당 의원들의 망월동묘지 참배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국은 여전히 정치 후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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