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방송 비상 위한 도움닫기 10년
철저한 지역 밀착 보도, 예능프로 차별화 성공

무거운 동체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활주로와 급상승 구간에서 연료의 30%(국내선 기준)를 소모한다. 멀리뛰기에서 기록을 좌우하는 것은 도움닫기 구간에서의 운동에너지다.

CJB 청주방송(대표이사 회장 이두영)이 10월18일 도약을 위한 전력질주의 정점에서 창사 10주년을 맞는다. 구름판을 힘껏 굴러 솟구치면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을 만큼 좌고우면하지 않고 달려온 시간이었다.

출발선에서 CJB는 확연한 후발주자였다. 지역민방 가운데 부산, 광주, 대구, 대전방송은 2년 전 먼저 뛰기 시작했고, 1997년 함께 출발선에 선 다른 민방도 광역시가 거점이었다. 결정적으로 개국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대주주가 자본금 280억 가운데 170억을 들고 사라졌고, 연이어 터진 IMF 금융위기로 최악의 경영난을 맞았다. 그야말로 출발선에서 발목을 잡힌 격이었다. 당시는 누구도 이 신생방송의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리포트만 10개, 살인적(?) 뉴스
CJB가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활착에 성공한 것은 철저한 지역밀착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메인인 ‘8시뉴스’에서 하루 7~8개, 많게는 10개에 달하는 리포트를 소화할 정도로 일단은 물량공세로 확실한 차별화를 시도한 것.

대개 TV방송의 지역뉴스에 등장하는 기자 리포트는 2~3개가 고작이던 시절이었다. 완성도를 떠나 지역의 현안이나 행사를 많이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채널이 CJB로 돌아갔고, 종종 터지는 날이 선 보도로 인해 채널이 고정되기 시작했다.

뉴스가 칼이라면 한손에는 꽃을 들었다. 시·군을 순회하며 진행한 뮤직파워를 비롯해 CJB의 역사와 함께하는 박달가요제, 조수미 콘서트 등 각종 공개방송과 공연은 대중성을 확보하는 유력한 수단이 됐다.
CJB 박춘섭 방송본부장은 “후발주자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 분발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다른 지상파와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지적도 받는 만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훈훈한 온기 전한 유류보내기
또 하나, 방송의 역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익의 실현이다. 그럼에도 민방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선정성과 상업성의 유혹이다. CJB는 이 같은 함정 위에 ‘경로당 유류보내기 모금’이라는 나무다리를 놓았다.
CJB가 1999년부터 7년 동안 이 모금운동을 통해 모은 돈은 무려 90억원. 소중은 성금은 지역의 경로당을 덥히는 훈훈한 온기로 승화됐다. 이 모금방송은 다른 지역민방들이 벤치마킹을 검토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전국으로 확산시키라’는 장려를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막대한 중계비용을 들여가며 길거리 중계를 시도한 것이나 밀레니엄사업의 일환으로 청주예술의전당 광장에 건립된 천년각에서 열리는 새해 타종식을 해마다 생중계한 것은 지역방송의 역할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기회와 위기는 동전의 양면
CJB는 2005년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전국의 지역언론을 대상으로 이른바 영향력 순위를 매기는 과정에서 충북지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으로 선정됐다. 충북의 오피니언 리더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에 CJB, 또 언론인에는 당시 CJB 박재규 대표이사가 선정된 것이다.

결과에 대해 언론계 내부에서는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았지만 반향이 큰 것은 분명 관심이 지대했다는 반증이었다. 또 보도기능은 물론이고, 대중성 확보 노력, 공익 추구 등 가시밭길 위에서 이뤄진 9년 동안의 분투를 부인하는 시각은 없었다.

그러나 기회와 위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의 10년을 보낸 CJB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청자의 눈높이가 올라간 만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단 1초에도 채널이 돌아가는 것이 리모컨 시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뉴스의 차별성이 없어졌다’, ‘행사와 공연 등에서 누렸던 독점적 지위가 사라졌다’는 일부의 평가를 단순히 질투의 시선으로 외면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박춘섭 방송본부장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매겨준 영향력 1위도 영광스럽지만 이제는 시청자와 모든 도민으로부터 인정받아야하는 책무가 10년을 맞는 CJB 가족들 앞에 전개되고 있다”며 “결코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 이재표 기자

CJB특집 ‘뭔가 다르다’
남·북극 빙하와 생태계, HD 영상으로 방영
18일, 대선후보 확정 후 첫 여론조사 발표예정

CJB는 특집에 강하다. 1998년 창사 1주년 특집으로 ‘진천쌀 무엇이 다른가’를 방송해 9회 BJ보도상을 받았고, 1999년 ‘생태보고, 쏘가리’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는 등 매년 창사 기념으로 만든 특집 다큐멘터리가 수상의 바통을 이어왔다.

창사 10주년 기획은 지구 온난화의 여파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지구의 양극점에 대한 생태보고다. 온난화에 대한 국내외 학자들의 연구 활동과 녹고 있는 빙하, 극지의 동식물이 고화질(HD) 영상으로 방송을 탄다. 임해훈 기자와 최명현, 박수범 영상기자가 현지 취재한 ‘녹아내리는 극지, 사라지는 빙하’는 17일 밤 11시5분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될 예정이다.

편성제작국 김경아 프로듀서가 만든 ‘갈닙피리, 동요1세대 작곡가 정순철’은 동학 2대 교조 최시형의 외손자로, 1901년 옥천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뒤 방정환과 함께 ‘색동회’를 결성해 활동한 동요작가 정순철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다.

‘짝자꿍’, ‘졸업식 노래’ 등 다수의 동요작품을 발표한 정순철은 6.25 전쟁과정에서 실종된 이후 공로가 묻혔지만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어린이문화운동의 뿌리를 내린 숨은 공로자다. ‘갈닙피리…’는 10월20일 밤 11시5분에 안방을 찾는다.

이밖에도 창사기념일인 18일 8시뉴스는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15일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후보 확정 이후 첫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CJB는 한국리서치와 함께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번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도와 함께 지역 현안, 국정 및 도정수행 평가, 첫 직선 도지사 선거 등과 관련해 여론의 풍향을 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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