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못 내다본 교육수요 예측이 ‘콩나물 시루’ 양산
운동장 좁아 1개 학년씩 운동회 개최… 웃지못할 일 벌어져

지난 13일 오전 청주시 분평동 W초등학교에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다. 1학년을 비롯, 2, 3학년과 5, 6학년은 정상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4학년 어린이들만이 운동회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같았으면 어린이와 해당학교는 물론 학교가 속한 지역사회 전체의 잔칫날과도 같았을 공동체 축제로서의 운동회 기분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운동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원래 운동장이 좁은데다 수용 학생수 마저 적정인원을 크게 초과, 빚어진 과밀현상 때문”이라며 “어제는 3학년만 운동회를 했고 내일은 다른 학년 운동회가 열리는 등 엿새에 걸쳐 학년별로 운동회 아닌 체육대회가 치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회 아닌 학교 수업(?)
가뜩이나 코딱지 만한 운동장 사정으로 불편을 겪어오던 이 학교는 학급당 학생수를 35명 이하로 줄인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운동장 한 구석에 16개 학급 규모로 별동(別棟)의 교사가 신축 중 이어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특히 아름다운 건축물로 청주시로부터 선정될 만큼 건축미를 뽐내던 학교건물은 아파트 숲과 바로 옆에 신축중인 4층 높이의 교사(校舍)에 둘러싸여 파묻힐 지경이었다.

교사들 일할 교무실도 없어
게다가 W초교는 당장 모자라는 교실난을 덜기 위한 편법으로 선생님들이 교과연구를 하거나 기타 업무를 처리하는 공간으로 사용해 온 교무실마저 교실로 개조해 쓰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러다 보니 교사들은 비좁은 임시 교무실로 내몰린 형국이 됐을 뿐 아니라 교무회의를 서너평 교장실에서 진행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 학교 운영위원회의 간부인 H씨는 “이런 현상은 W초등학교 뿐 아니라 분평동 지역의 다른 초·중학교 모두 비슷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학교관계자는 “교사가 증축되면 교실난은 해소될 것이지만 과밀·과대학교 현상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지역에 소재한 초·중학교가 교육당국의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단견의 교육수요 예측 탓에 어린 학생들을 콩나물 환경 속에 몰아넣고 있다.
IMF 외환위기 직후 조성된 분평택지개발지구는 상주인구가 약 5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택지개발 사업 시행자인 대한주택공사 충북지사에서는 당초 이곳에 7곳의 학교시설용지를 지정했다. 그러나 2개 부지에 대해 교육당국에서 매입을 포기하는 바람에 지금의 과밀대란을 초래한 것. 이 때문에 분평동 지역은 W초등학교 뿐 아니라 B, N초등학교 등 모든 학교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 몰라도 W교와 마찬가지로 과밀·과대 비대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당국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
어쨌거나 이로인해 주택공사측은 택지개발사업을 준공한 후에도 해당 학교부지를 제때 매각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학교용지의 경우 조성원가의 70%로 제공하는 데에도 교육당국에서 필요 없다며 2 곳의 학교부지 매입을 포기했다”며 “이에따라 중학교 부지로 돼 있던 땅은 원룸 등 주택용지로, 초등학교 부지는 체육시설용지로 개발계획을 각각 변경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체육시설용지로 바뀐 초등학교 부지는 최근 건물신축과 함께 모 대형할인점이 들어서기로 예정되면서 주변 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잘못 꿰어진 개발계획으로 부작용과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학교 짓는것도 경제적으로?
이 곳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분평동 지역이 계획적으로 개발된 곳이라고는 하지만 변변한 공원 하나 없는 데다 숨막힐 듯 빼곡한 아파트 숲 더미에 둘러싸여 답답하기 그지없는 곳”이라며 “너른 운동장을 갖춘 학교가 당초 계획대로 곳곳에 설립됐더라면 교육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주민들의 쉼터이자 여가활용의 공간으로 요긴하게 기능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민들은 또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현상은 분평지역뿐 아니라 토지공사가 개발한 용암동 택지지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신영지구 벌써부터 문제
주택공사 관계자는 “택지개발사업을 할 때는 사전에 유관기관과 협의를 거쳐 개발계획을 수립한다”며 “그런데 교육당국에서는 당초 7 곳에 걸쳐 학교를 신설키로 했다가 나중에 계획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로인해 분평지역은 학생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포화상태에 다다른 지 오런라며 “주택공사에서 분평∼용암동 사이의 신영지역에 대해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개발 후 이 지역에 거주할 학생들의 수용문제를 미리 검토중이지만 묘안이 없어 벌써부터 골치를 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공은 “신영지역에 거주하게 될 주민들은 자녀들을 1km이상 떨어진 C초교에 취·전학시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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