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느끼며 휴식하는 탐방문화로
등산로 훼손 ‘나무데크’로 임시변통

1 청주 인근 등산로의 관리실태 와 점검
2 자연 훼손방지 과천시 관악산 등산로 탐방
3 일본 시즈오카현의 도카이 자연보도 현지탐사
4 조상의 옛길. 경북 안동시의 ‘퇴계 오솔길’ 답사
5 트레킹 문화 새 명소 옛길을 되찾자

최근 청주지역 도심 산의 등산로 훼손에 따른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등산로 훼손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나무데크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경기도 과천시 관악산의 잘 복구된 탐방로와 국립공원 소백산의 산림 복원 실태를 알아보았다.

서울시 관악구와 경기도 안양, 과천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관악산(632m). 산꼭대기가 마치 큰 바위기둥을 세워놓은 모습으로 보여서 ‘갓 모습의 산’ 이라 해서 이름이 붙여진 관악산은 능선과 기슭에 암봉이 많이 솟아 있어 험난하다. 정상의 여러 개 돌기둥 위에 비둘기집 같이 올라앉아 있는 모습의 연주대 또한 지상에서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자연의 건축물이다. 또 그로 인해 아기자기하면서도 스릴감 넘치는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

산괴가 방대하고 암봉이 줄을 이어 솟아있는 데다 계곡이 깊고 산의 변화가 다양해 언제 찾아도 산행의 재미를 볼 수 있고 특히 도심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2개의 위성도시를 끼고 있어 등산로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여러 가닥으로 나 있다.

그중 주말 평균 3000여 명의 탐방객들이 찾아 관악산 코스 중 가장 인기가 좋은 과천 제2정부청사 코스를 올랐다. 주택가와 바로 인접해 주로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는 이 길은 관악산 등산로 중 가장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 입구 뒤 쪽으로는 5층짜리 야트막한 주공아파트가 늘어서 있는데 벚나무, 느티나무 같은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이 곳을 지나는 이들의 표정 또한 여유로워 보인다.

계곡을 끼고 있어 산을 오르는 내내 맑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등산로 입구에는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모아져 호수를 만들고, 오른쪽에는 향교를 지키는 느티나무가 마치 수문장처럼 에워싸고 있다.

관악산의 등산로는 잘 관리되어 있고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모습들에서 산행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산 쪽으로는 소나무, 굴참나무, 들과 냇가 쪽으로는 개 복숭아가 심심찮게 나타난다. 산 중턱쯤 오르면 ‘나무데크’길이 시작된다.

세 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는 넓은 길과 일정한 간격의 계단에 평지가 어우러져 탐방객들이 편안한 산행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나무간격도 촘촘히 붙어 있어 스틱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한 것으로 보인다. 길 중간 중간에는 산에서 자라는 동식물들에 대한 상세한 안내문과 휴식공간도 마련해 오고가는 탐방객들의 흐름을 방해하지도 않았다.

▲ 관악산의 돌계단은 주변 자연석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느낌이 들지 않는다.
방부목으로 만든 길은 볼트 조임이 느슨해 종종 틈이 많이 벌어져 이탈되거나 부식이 심하게 된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설치된 합성플라스틱 소재의 길은 연결하지 않은 듯한 매끄러운 표면처리가 달랐다.

지면에서 보통 50cm 높이로 기둥을 세운 뒤 평평한 나무데크를 계단처럼 깔아 연결한 길은 특히 데크 밑으로 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식물도 자랄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500m쯤 이어지는 나무데크길이 끝나고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길이 계속되었다. 돌계단 또한 주변 자연석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느낌이 들지 않았다.

관악산 지킴이 김진옥(38)씨는 12년 세월을 산과 같이 했다고 한다.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무속인들 쫓아 내느라 하루에도 수십 개의 돼지머리를 주어 내렸고 개고기, 삼겹살 구워먹는 사람들 단속하는 것도 힘들었어요”라고 말한다.

▲ 소백산 비로봉에서 이어지는 능선길에 설치한 나무테크.
관리와 탐방로 보수 등 산 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않는 김씨는 “해가 갈수록 등산객 인구는 늘어나지만 산행문화수준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라며 아직도 일부 사람들이 지정등산로를 벗어난 산행으로 또 다른 산림을 훼손시키는 점을 걱정했다. 그는 지정 탐방로를 이용해 산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인구 7만의 과천시 경우 지난 2001년 여름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와 등산로 영향으로 계곡이 황폐화되고 나지화 되어 환경친화적인 복구가 필요한 지역에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자연복원, 경관조성과 함께 목재데크 등 시설물을 조성했다. 훼손된 삼림을 복구한 이후에도 이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여나갈 계획이다.
국립공원 소백산(1439m)의 경우 여느 도심의 산과 다른 점은 있지만 이곳도 이미 비로봉에서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모든 능선에 나무데크를 설치해 생태계 복원에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공원 시설팀 이재규씨는 “20개의 국립공원에 2001년부터 매년 60억원을 들여 지속적으로 탐방로 관리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데크가 산림복원의 완벽한 대안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 “휴식년제도, 즉 특별보호구역을 지정하여 지속적으로 이용을 통제하는 것과 탐방 예약제를 통한 수용인원제한을 들 수 있지만 등산객들과의 마찰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방부목이 아닌 자연소재 나무를 사용해 썩으면 썩는 그대로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며 “물론 관리적인 측면에서 손이 많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방부목으로 인한 또 다른 자연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자연소재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측은 이젠 등산이 아닌 ‘탐방문화’로 개선, 홍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연을 이용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보전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며, 굳이 정상을 밟지 않아도 자연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는 탐방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 사진·글=육성준기자

이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산행 문화를 생각해 보며 다음의 글귀를 인용해 본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일어나서 시작하는 산행이 아니라 새벽밥 지어먹고 산에 들어서서 맑은 공기 마시며 자연의 친구들과 넉넉한 시간을 보내는 행위입니다. 사계절 변하는 모습도 관찰하고 내 맘에 맞는 나무가 있으면 그 밑에 서서 말도 걸어보며 천천히 걷는 산행입니다. 정상을 밟으려는 욕심만 버리면 현재의 시간만이 반환점을 알려줍니다.”
‘우종영의 게으른 산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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