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꽃동네서 8일 사망, 시신·장기 기증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살아있는 예수’로 칭송받아 유명했던 배동순(베드로) 옹이 지난 8일 오후 향년 81세를 일기로 타계한 가운데 배 옹이 자신의 시신과 장기를 의학연구용으로 기증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충북 음성군 맹동면 소재 종합복지시설 꽃동네는 10일 배 옹의 장례미사를 이날 오전 꽃동네 정신요양원 앞 잔디광장에서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꽃동네는 장례미사를 마친 뒤 10여 년전 ‘장기를 아낌없이 나눠주고 떠나겠다’고 약속했던 배 옹의 유지를 받들어 안구와 시신을 의학연구용으로 기증할 계획이다.

이 시설의 마태오 수사는 “배 옹은 생전에 ‘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내 눈을 기증하고 시신은 의학연구용으로 기증하길 원한다’는 뜻을 밝혔었다”며 “그의 뜻에 따라 안구는 가톨릭 강남성모병원에, 시신은 가톨릭의대에 각각 기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소아마비가 발병해 장애인이 된 후 가난까지 겹쳐 걸인행각을 했던 배 옹은 어머니와 두 동생을 6.25 전쟁 중 잃고 아버지마저 위암으로 먼저 보내는 불운을 겪었다.

혈혈단신 상경한 그는 명동성당측의 도움으로 이 곳에서 28년 동안 살면서 동냥으로 모은 돈을 성당 보수공사비로 내놓는 등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거듭났다.

당시 배 옹의 신앙심을 눈여겨 보던 김 추기경은 그를 두고 “(내가)살아있는 예수님을 두 분 만났는데 그 중 한 분이 베드로(배동순)할아버지”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1984년 요한바오로2세 교황의 명동성당 방문 모습을 본 이후 꽃동네로 거처를 옮긴 그는 23년 동안 기도생활과 불우한 수용자들을 돌보는 일에 전념하다 꽃동네 의료시설인 인곡자애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배 옹의 시신은 지난 31년 동안 이 곳에서 고락을 함께 하다 타계한 수용자 3000여 명이 쉬고 있는 묘지‘꽃동네낙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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