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자기 역대 청와대 공식식기 전시 인품따라 선호하는 것도 제각기 달라

도자기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고 했던가. 그럼 역대 대통령과 청와대의 안주인들은 어떤 도자기를 사용했을까. 또 도자기를 통해 본 주인들의 성품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한국도자기가 충북도민을 위한 고객사은행사(5월 9일∼6월 5일·청주대학교 앞 한국도자기 특설매장)를 마련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청와대에서 사용해 온 공식 식기류를 전시하고 있어 눈길을 붙든다. 한국도자기는 지난 수십년간 청와대에 도자기를 독점적으로 공급해 왔다. 충청리뷰는 한국도자기의 주선(?)으로 ‘사람들’ 난(欄)에 청와대 공식 식기들을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편집자주>

박정희 대통령의 식기는 좀 특이하다. 풀잎 문양이 그려진 술병, 군대 식판을 연상시키는 사각형 식기와 곡선이 특이한 완두콩 모양 찬그릇. 한국도자기는 “이 그릇들에서 무관 출신의 박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청초한 분위기가 묻어난다”고 평했다.
한국도자기가 청와대 식기 전문(?) 공급업체가 된 사연도 흥미롭다. “대통령 식탁에 일제 식기가 오르는 게 안타깝습니다. 국산 본차이나를 꼭 개발해 주세요.” 73년 3월 육영수 여사는 당시 한국도자기 김동수 사장(현 회장)을 찾았다. 청와대가 쓸 도자기 제작을 의뢰한 것이다. 김 사장은 곧 영국업체와 기술제휴, 그 해말 국산 젖소의 본 애시(본차이나 원료)로 만든 제품을 선보였다. 한국도자기뿐 아니라 우리나라 도자기 역사가 새로 쓰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육 여사는 이 그릇들을 채 1년도 쓰지 못하고 다음해 서거했다.

80년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박 대통령 내외가 사용하던 식기들은 퇴장한다. 이순자 여사는 화사한 디자인을 선호했다. 선명한 분홍빛 철쭉 사진이 보내졌다. 디자인에 채택하라는 고객의 주문이었다. 5공 시절 내내 대통령 식탁엔 철쭉꽃이 만발했다.
노태우 대통령 부인인 김옥숙 여사는 영부인 중 그릇에 가장 많은 관심을 쏟은 사람이었다. 매사 이순자씨와 이미지 차별화에 신경썼던 김씨는 파란 무늬의 소박한 식기를 들였다. 파란 봉황을 넣은 단순한 디자인의 식기였지만 선택안(眼)은 누구보다 까다로웠다고 한다. 더구나 김씨는 거의 1년마다 다른 디자인을 요구했다.

어쨌거나 노 대통령 시절 쓰던 십장생 금장 디자인은 이후 청와대의 공식 식기가 됐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때 손명순 여사와 이희호 여사가 이 식기를 그대로 썼을 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경우도 전임자들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십장생 디자인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문양을 담고 있는 데다 금장으로 화려함까지 갖춰 어느 도자기 보다 한국을 잘 상징하고 있는 점이 장수비결인 것 같다는 게 한국도자기의 분석. 다만 지난 2월 8일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출가시킨 딸 정연(靜姸)씨 경우 한국도자기 청주매장을 직접 방문해 혼수품으로 ‘젠(ZEN)’ 홈세트를 구입했다고 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청와대 식기는 돈을 받고 정식으로 판매하는 걸까 아니면 기업에서 알아서(?) 협찬해 주는 걸까. 정답은 돈을 받고 판다. 그것도 선불로 시중가보다 1.5배 비싼 가격이라고 한다. 한정 주문 생산에 따른 단가가 많이 먹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도자기는 청와대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대통령 궁과 로마 교황청에도 식기를 남품했으며 백악관에는 일부 찻잔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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