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권 일체를 민간 자율에 맡겨 편법여지 다분

환경부가 자치단체에 지원하는 한강수계관리기금과 수자원공사의 댐주변지역지원사업 및 정비사업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천시는 지난해 한강수계관리기금으로 62억 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올해는 58억 원을 할당받아 한강수계 상수원의 적정한 관리와 수질 개선 등을 위한 사업에 배정했다. 특히 수변구역에 포함된 지역의 공장, 축사, 음식점 등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오염 배출 기준 강화에 따른 주민의 상대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되는 한강수계관리기금 지원사업은 재산권 행사 제한 등으로 많은 피해를 입어온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단비처럼 반가운 존재다.

▲ 한강수계관리기금과 댐주변지역지원사업 및 정비사업이 공공기관의 검증없이 민간 주도로 이뤄짐에 따라 편법과 부정이 개입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한강수계관리기금 관련 사업의 지원 대상자들은 사전에 환경부에 제출한 제안서가 채택되면 곧바로 기금을 지원받게 되고 사후에 지원 금액의 지출 근거만 마련하면 사실상의 행정 절차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간주돼 편법과 부정이 개입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마을회관 건립 등 복지 증진사업, 가정 오수관 설치 등 오염물질 정화사업, 주택 개량 사업 등 직접 지원사업에 투입되는 한강수계관리기금 사업은 개별 사업비의 80%가 기금에서 지원되며, 나머지 20%는 사업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건 당 평균 수억 원씩이 지원되는 이 사업을 대부분 마을, 법인, 개인 등 순수 민간이 주도하다 보니, 사업비가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지고 시공업체가 연줄과 로비에 의해 선정되는 등 숱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한강수계관리기금 지원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제천시 A지역의 농산물 저장 시설이 대표적인 사례.
A마을회가 약 4억 원의 기금을 지원받아 건립하는 이 저장 시설의 건축 공사에는 무자격자인 전 시의원의 아들 B씨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 공사는 당연히 건축·건설 자격증을 갖춘 전문, 일반, 종합건설업체만이 참여해야 함에도 마을회는 이 같은 기본 원칙마저 무시한 채 B씨에게 사업 관련 업무의 일체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와 같이 한강수계관리기금을 지원받은 민간 사업의 경우 상당수가 실제 시공비보다 부풀려진 공사금액을 제안서에 올리는 방식으로 자부담 20%를 회피하거나 심지어 일정액을 사적 용도로 착복하는 등 불법이 만연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강수계관리기금 지원 대상자였던 K씨는 “한강수계관리기금 사업은 시 환경사업소가 제안서를 심사한 후 채택된 사업에 대해 총사업비의 80%를 기금에서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입찰을 통해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관급공사와는 달리 업체 선정이나 자금 집행 등에 아무런 감시 장치가 없다”며 “이 같은 맹점을 잘만 이용하면 자부담 한 푼 없이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업자들이 암암리에 건설업자와 불법 뒷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를테면 실제로 3억 원이 드는 사업의 경우 전체의 80%인 2억 4000만 원은 기금으로 지원받되 20%에 해당하는 6000만 원은 사업자 자부담으로 충당해야 하지만, 사전에 건축업자와 담합을 통해 총사업비를 5억 원으로 부풀릴 경우 사업자는 오히려 2억 2000만 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되는데, 이 같은 불합리한 사례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돼 버린 지 오래라는 게 K씨의 설명이다. K씨는 “눈치 빠르고 약은 사람들에게 한강수계관리기금은 주인 없는 돈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이 같은 은밀한 거래는 자격을 갖춘 중견건설업체보다는 남의 면허를 임차한 무자격자와의 사이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제천시 관계자는 “기금이 수도권 지역 수혜자들의 물이용부담금으로 조성돼 환경부를 통해 지출되는 국비임에도 시공업체를 사업자가 임의대로 선정할 수 있도록 방치함으로써 사실상 개인 사업으로 전락시킨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동의하면서 “국민의 세금이 80%나 투입되는 사업을 민간 자율에 맡기는 것은 국가 기관의 책임있는 행정 자세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자원공사가 봉양읍, 청풍면, 금성면, 한수면, 덕산면 등 제천지역 5개 읍면에 할당하는 댐 주변지역 지원사업과 정비사업의 경우에도 사전 감시나 검증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한강수계관리기금의 지원 문제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사업 타당성과 사업비에 대한 적정성 검토, 시공업자 선정, 사후 검증 등을 일반 국가계약과 같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행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히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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