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은 순백, 표현은 총천연색에 반했어요”
청주 인도용품점 1호 박진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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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순백, 표현은 총천연색에 반했어요”
청주 인도용품점 1호 박진희 대표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10.0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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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하우아유나 니하오마, 사요나라보다는 확실히 귀에 설은 이 외국어 인사말은 인도어(힌디어)로, 우리말 ‘안녕하세요’와 같은 의미다. 그 뜻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안부 묻기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신성(神性)이 당신 안의 신성에게 귀의(歸依·돌아가 의지함)한다’는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가 아무렇게나 활보하는 인도의 거리는 더없이 지저분하다. 시시때때로 사체를 화장하는 갠지스강(江)은 이 강물을 성수로 여기며 몸을 씻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늘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이 모든 것이 겉으로 보면 인도가 가지고 있는 극단적 이중성이지만 그 뿌리는 모두 초월적인 정신세계에 있다.

그러나 인도에 대해 대다수가 갖고 있는 일천한 관념은 현재 혹은 미래의 인도에 견줘볼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단편적으로 영화 하나만 예로 들더라도 일단 양적인 면에서 할리우드에서 생산되는 영화 편수를 크게 웃돈다. 인도영화를 일컫는 ‘발리우드’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다. 빈민굴과 계급투쟁 등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예술성 높은 영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도 여러 차례다.

IT 등 첨단 분야의 기술력이 세계 수준에 오른 것도 이미 오랜 전이다. 인도공과대학교 (IIT·India Institute of Technology)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실력을 겨루는데 있어 조금도 모자라지 않고, 미국 실리콘밸리 연구진 가운데 약 30%가 인도인이다.

인도의 방갈로르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확고한 명성을 구축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0년대 들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브릭스(BRICs) 4개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가운데 중국과 인도를 따로 떼어내 친디아(Chinia)라는 새로운 합성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면적이 남한의 33배, 인구는 10억 이상(2005년 5월 10억 돌파 추정)인 거대한 나라 인도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앞에는 아직도 현미경이 아닌 망원경이 놓여져 있다.

천연날염, 그 화려한 색의 세계
인도에 반하려고 치면 앞에서 열거한 대로 눈길을 줄 곳이 너무 많아 난감할 정도다. 2002년부터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인도용품 전문점 ‘인도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는 박진희(53)씨는 그 중에서도 인도의 색채에 반한 경우다.

10평 남짓한 인도이야기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으로 염색한 옷가지와 소품, 장신구 등이 벽면에까지 들어차있어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어깨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는 데만 줄잡아도 1시간이 걸린다.

대학이 몰려있는 서울 신촌에서 20여 년 동안 옷가지와 장신구 등을 파는 작은 가게를 운영했던 박씨는 태어난 곳이자 형제자매가 살고 있는 청주로 이사를 오면서 잠시 하던 일을 접었다. 그러다가 2002년 다시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인도’를 주제로 현재의 가게를 열게 됐다.

박씨가 당시로서는 다소 무모하게 인도를 내걸고 장사에 나선 것은 특색 있는 가게를 열어야만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박씨는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져 장인이 정신이 배어있는데다 화려하고 독특한 인도의 의상이나 소품, 장신구 등을 모아 장사를 하면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가 인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보다 한참 오래전부터였다. 옷가지나 장신구를 팔다보니 화려한 인도의 천연날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이미 서울에서 장사를 하면서 3차례 인도를 방문했던 것. 박씨는 이때부터 옷가게 한구석에 인도용품을 진열, 판매하기도 했다. 박씨는 “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가난하고 지저분한 나라로 생각하고 있지만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그만큼 흥미롭고 신비한 여행지도 드물다”면서 “팔려고 모아놓은 물건들이지만 때로는 수집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인도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은 예상했던 대로 인도문화 마니아들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무용을 하는 사람 등 예술인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어찌됐든 남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층이다. 가게가 버스정류장 앞에 있다보니 오다가다 이국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각보다는 비싼 가격에 흠칫 놀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취업과 결혼 등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아시안들이 크게 늘면서 반가운 마음에 인도이야기를 찾는 서남아시아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박씨는 그러나 “그들이 사기에는 다소 비싼 탓인지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드물다”고 귀띔했다.

중국산 아류 범람, 위기 직면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청주 성안길 주변에는 인도이야기와 비슷한 형태의 인도용품점이나 찻집 등이 나름대로 손님을 끌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급격하게 사양길로 접어든 것은 인도풍을 슬쩍 풍기는 중국산 아류 물품들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은 가격도 저렴한데다, 대부분 보따리장사 방식으로 수입되는 인도산과 달리 대규모 물량공세까지 펼치고 있어 이래저래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아류 물품들의 상당수는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진공청소기처럼 젊은 층 고객들을 흡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진짜 인도물건을 구하기 위해서는 한달에 한번 정도 가게를 찾아오는 인도인 수입업자를 통하거나 직접 인도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박씨의 경우 사촌동생이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동일한 유형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어 인도를 자주 드나들지 않고도 차질 없이 물건을 뗄 수 있지만 좋은 물건을 직접 고르기 위해 10월 중에 다시 인도를 방문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박씨는 “장사가 옛날 같지 않아서 종업원도 없이 혼자 가게를 보고 있다”며 “그래도 천안이나 전주, 부산 등 다른 시·도에서 찾아와 대량으로 물품을 구입하는 단골들이 형성돼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직수입한 물건만 취급하는 전문점들이 경영난을 겪게 되면서 전국적으로도 서울과 부산 등에만 인도용품 시장이 형성됐을 뿐 박씨처럼 중소도시에서 단독으로 점포를 운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박씨는 벽에 거는 장식용 천을 펼쳐 보이며 “화려한 날염도 날염이지만 하나하나 수를 놓고 일일이 비즈(구슬 장식)를 다는 등 그 정성이 감탄스러울 따름”이라며 “남들과 다른 독특한 변화를 바라는 고객들에게 더욱 더 다양한 인도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도씨의 본능적인 인도사랑
20년 전부터 이끌린 까닭모를 애정

취재를 위해 인도이야기에 머무는 동안 가게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인도 마니아들이었다. 젊은 발레리나가 꽃신을 사러왔고, 치렁치렁한 목걸이를 건 50대가 비슷한 목걸이를 구매했다.
취재하는 내내 가게를 떠나지 않고 벙거지 모자와 작은 방울이 빼곡하게 달려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웃옷을 고른 40대가 나중에 내민 명함은 ‘신인도’였다. 물론 인도를 너무 좋아해 붙인 필명이었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데 밥벌이의 수단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신씨는 20년 전부터 본능적인 느낌에 이끌려 인도옷을 입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인도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통해 어렵사리 옷을 구했다고 했다. 지금도 전국의 인도용품 전문점을 돌면서 마음에 드는 옷가지와 장신구를 찾는데, 분위기만 비슷한 조악한 중국산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신씨는 “치마 속에 바지를 입는 인도의 남성복이 우리나라에서는 여성복으로 팔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문화적 혼재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같은 지구촌문화가 좋다”면서 “여기에 가장 많이 기여한 것이 배낭족”이라고 주장했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신인도씨는 그의 말에 따르자면 7년 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청주로 왔다. 신씨는 “단지 이유가 있다면 충북이 국토의 중앙에 있다는 것인데, 교통은 좋지만 섬과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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