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산성- 뿌리째 드러난 등산로 사막화 진행
우암산- 지반 침식 등으로 등산로 통제 ‘시급’

1 청주 인근 등산로의 관리실태 와 점검
2 자연 훼손방지 과천시 관악산 등산로 탐방
3 일본 시즈오카현의 도카이 자연보도 현지탐사
4 조상의 옛길. 경북 안동시의 ‘퇴계 오솔길’ 답사
5 트레킹 문화 새 명소 옛길을 되찾자

주5일제 확대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여가 시간을 운동으로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형성된 걷기 문화와 더불어 최근 등산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도심주변 산의 등산로 관리와 그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충청리뷰는 5회에 걸쳐 ‘신음하는 청주 주변 산, 올바른 트레킹 방법과 등산로 관리 그리고 그 대안’에 대해 기획 보도를 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 청주 인근 산 등산로 관리실태를 알아본다.

▲ 상당산성 등산길은 나무뿌리들이 문어발처럼 땅위로 드러나 있고 그뿌리는 사실상 계단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서 도심인근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열풍과 맞물려 등산은 모든 시민들에게 보편화되어 최고의 인기 운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등산이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여성 산행인구가 늘어나면서 그 성비도 비슷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청주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은 상당산성이 대표적이다. 상당산은 서편으로 우암산(338m)과 마주하여 일명 상령산(上靈山)으로 불리운다. 이 곳은 유서 깊은 상당산성(사적 제212호)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산성은 신라, 고구려, 백제의 바람이 뒤엉킨 삼국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청주의 대표적 역사 산물이다.

1시간 30분 정도의 적당한 산행시간과 산 넘어 한옥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전통음식, 또한 탁 트인 청주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 등으로 가족동반 등산객이나 등산 마니아들 모두에게 당일 산행 코스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낙화산 , 것대산 , 우암어린이회관 코스 등 여러 갈래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의 다양성도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다.


상당산(상당산성)
상당산의 대표적인 코스는 주차시설이 잘 되어 있어 접근성이 편리한 우암어린이회관 코스로 가장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는 편이다. 수십 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등이 어우러진 울창한 숲은 도심을 떠난 사람들의 휴식처로 충분하다.

크고 작은 고개는 다리의 피로를 풀며 산행할 수 있는 전형적인 능선 종주형 산으로 여느 도심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상적인 코스이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우람한 자태를 뽐내는 나무뿌리들이 문어발처럼 땅위로 드러나 있고 그 뿌리는 탱크 같은 등산화에 눌려 사실상 계단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등산로는 점점 넓어지고, 토사유출로 사막화가 진행돼 고사한 나무만 50여 그루에 이른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우암산에서 상당산성을 잇는 등산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암어린이회관을 지나 우회도로를 끼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초입만 하더라도 지반침하와 토사유출을 막고 지정된 등산로로 유도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나무 계단이 곧 무너져 내릴 것처럼 보인다.

산을 올라 능선길의 시작지점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조붓한 오솔길이어야 할 길은 거의 평지수준의 흙길로 변해 있고 하나의 탐방로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나무계단 또한 좁은 간격과 지나친 돌출 탓에 옆으로 또 하나의 길이 만들어져 있다.

고개를 넘고 시작된 능선길은 비포장도로를 연상케 한다. 6m가 족히 넘는 길은 등산로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파헤친 흙 위로 솟아난 돌들은 마치 바위 구릉에 가까운 형태를 보이고 있다. 10년 전부터 주말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이상열씨는 “5년 전부터 갑자기 늘어난 탐방객들로 산이 점점 황폐해져 가고 있는데 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훼손된 등산로 복구를 촉구했다. 이같은 현상은 산성 성곽을 오르는 정상인 미호문(동문)까지 이어지고 있다. 움푹 파인 땅 사이로 흐르는 물과 그 옆의 계곡으로 인해 산성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계곡이 된 실정이다.

우암산
와우산이라는 별칭처럼 산세가 소가 누운 모습을 하고 있는 청주의 진산 우암산은 침엽수림과 낙엽수림이 섞여 숲이 우거지고 353m로 산세도 완만해 주로 노년층이 많이 찾는다.

이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3.1공원에서 시작된 길은 불규칙한 간격에 일자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으로 인해 산행을 즐기기보다는 공포감을 주는 계단에 고개를 흔들 정도다. 마치 운동선수들의 하체단련 훈련코스를 보는 듯하다. 이러한 반복적 계단형 보행은 오히려 무릎 연골 손상을 가중시킨다는 연구사례도 나와 있다.

정상에 오르면 일부 나무는 사람들이 척추운동을 한다고 등으로 여러 번 치고 가는 탓에 나무의 껍질이 훼손되어 마모가 심하다. 사람들에게 시달린 나무는 이제 나무이기보다 마치 운동 기구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할 정도다.

방송국 송신탑 왼쪽에는 청주시와 충북도교육청이 생태공원화사업 차원에서 능선 아래 만든 ‘우암산 자연학습관찰로’가 있다.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우암산에 자생하는 420여종의 수목과 야생화 등 다양한 식물종을 수평등산로에 만들어 놓았지만 찾는 이가 거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 같은 우암산과 상당산성의 등산로 훼손에 대해 충북숲해설가협회 윤석위 대표는 “나무들은 양분을 먹는 습성이 있어서 뿌리는 계속 땅속으로 들어가고 오히려 줄기가 드러나 있는 상황이라며 통제를 하지 않으면 고사 위험이 극히 높다”며 “목재계단의 경우에는 들뜨고 망가진 그대로 놓아두고 S자형태의 완만한 탐방로를 다시 만들어 지반침하를 막는 동시에 길을 복원할 수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땅과 사이에 기둥을 막아 만든 나무데크 길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태경 전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무국장은“정상 찍는 등산 이젠 바뀌어야 합니다” 최근의 도심인근 산의 등산로 훼손에 대해 김 전 국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는 정상 등반을 목표로 시작하는 산행이 이제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태관찰이 어우러지는 여유있는 산행으로 전환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과도한 능선 종주식 산행으로 삼림이 훼손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되기에 산의 탐방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암산은 늘어가는 등산 인구 탓에 야생동물 통로와 서식지까지 위협을 받고 있어, 다람쥐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산성옛길
조선시대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1960년대까지는 청주로 땔감을 팔기 위해 나무꾼들이 오고 갔던 상당산성과 청주읍을 잇는 옛길은 현재 터널 공사로 입구를 제외한 나머지가 없어져 버린 상황이다.


매봉산
청주시 수곡동에서 모충동을 잇는 매봉산에서 조그만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충북산림환경연구소에서 산성화된 산림 토양의 개량을 목적으로 소나무를 심어 청정한 숲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 곳은 바로 옆에 수곡주공아파트 단지가 있어 주민들이 친근하게 오르내리는 곳이다. 오르는 길도 가파르지 않고 산 초입에 배드민턴장 등 다양한 체육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이용 가치가 높다. 또한 구룡산과 인접해 있어 등산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과 단순한 산책, 산림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애용되고 있다.

산은 수천 년 동안 우리 곁에 있어 왔고 그 모습 그대로 후세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10년도 채 안 되어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 가운데 상당수가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 상당산 능선길은 이미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능선 종주를 좋아하는 한국인 특유의 정상정복 등산문화 때문이지만 여기에는 마땅한 탐방로가 없다는 근본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확한 등산로 실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암산의 경우 자연식생 생태 조사가 이루어진 건 천만다행이지만 지자체의 태도도 소극적이다. 유도계단을 만들어 놓고 흙을 덮어버린 땜질식 처방이 능사는 아니다. 정비가 아닌 복구가 필요한 것이다.

토지 소유주의 개방된 사고방식도 필요하다. 우암산과 상당산성은 80%가 사유지다. 자연공원지역으로 묶여 있어 재산권행사는 못 하지만 일부 주인은 산행에 필요한 이정표 말뚝조차 박지 못하게 한다는 한 담당 공무원의 탄식은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그는 산 주인의 문중모임에 일일이 찾아가 협조를 구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등산로 조성 관리 예산이 예년의 2000만원에서 2억으로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다.

산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다. 수천 년 인고의 세월 속에 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해 준 천연의 선물이다. 청주 주변 산의 등산로 훼손실태를 보다 상세히 조사하고 각 구간에 대한 세밀한 현황 파악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또한 산림 환경 생태 조사가 속히 이루어져 더 이상 현재의 황폐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주예고>
등산로 훼손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장기적 대안으로 나무데크길이 주목되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관악산의 잘 정돈된 탐방로를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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