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에도 비상대기 해야하는 사위들을 위해 우리가 부대로 왔어요"
딸 셋을 공군 조종사에게 시집보낸 부부가 명절을 부대에서 보내야 하는 사위들을 위해 충주의 제19전투비행단을 찾았다.
둘째 중자씨(38)의 남편 정한진(40) 소령은 19전투비행단에, 셋째 현숙씨(36)의 남편 김원섭(37) 소령은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에 근무한다. 또 다섯째 상희씨(30)의 남편은 19전투비행단의 한상준(33) 대위다.
딸 여섯을 둔 신씨 부부는 사위 절반이 공군 조종사다. 주변에서는 이 집을 '조종사 사위 부잣집'이라고 부른다.
명절 때 모인 사위들은 공군이나 조종사 이야기가 아니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종사가 아닌 다른 사위들도 '이론'으로는 조종사 못지 않다.
수원에 사는 노부부가 이날 충주까지 먼길을 달려 온 것은 추석 연휴기간 동안 비상대기를 해야하는 둘째와 다섯째 사위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에 근무하는 셋째 사위도 장인·장모의 부름에 선뜻 달려왔다.
조종사 사위들에 대한 신씨 부부의 배려는 신씨 자신도 미군부대에서 근무한 탓에 군 조직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경력은 위험천만한 직업이라고 손사레를 칠만도 한 조종사를 선뜻 사위로 허락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날 신씨 부부는 부대의 배려로 비행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사위들과 우리 영공 수호를 위해 한몸이 되는 전투기에도 탑승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 신씨 부부는 사위들을 위해 준비해 온 명절음식을 부대원들과 나누며 격려하기도 했다.
둘째 사위 정 소령은 “설날이나 추석 때 친가·처가를 가본 기억이 별로 없다”면서 “우리 공군 조종사들의 수고로 국민들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명절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딸들이 비행기를 많이 보고 자라서 그런지 조종사에게 매력을 느낀 것 같다”면서 “사위들이 조종하는 전투기가 수 백억원이고, 조종사 한명을 양성하는데 몇 십억이 든다고 하니 조종사를 세 명이나 둔 우리집은 준 재벌”이라며 뿌듯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