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량 줄어들어도 확장 사례 수두룩
중부내륙 북상주-괴산IC 대표적인 예

과거 한때 도로 잘 뚫는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이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다. 오지마을까지 길을 내주고 비만 오면 질퍽거리는 신작로를 포장해주는 것만큼 확실하게 주민에게 다가가는 행정이 없었던 까닭이다.

그런 연유로 충북의 도로 포장율은 2005년을 기준으로 90.2%에 이르며, 2010년에는 92.7%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한 때 중견 정치인인 K의원 때문에 ‘충북은 오솔길까지 포장됐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도 도로를 많이 뚫는 정치인이 최고일까? 정답은 ‘글쎄요’다. 국도의 교통량이 변화가 없거나 줄어들고 있음에도 확장공사가 이뤄지거나, 국도가 사실상 고속도로의 기능을 하고 있는데도 인근에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낭비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도로를 만들 경우 거액의 예산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파괴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30개, 동서로 26개 국도가 뚫려있다. 고속도로는 남북으로 8개 노선, 동서로 6개 노선이 개통 중이다. 일정 구간에서는 국도와 고속도로가 나란히 뚫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후죽순 격으로 일어나는 도로 확·포장은 국토의 생태축 단절과 예산낭비를 가져오고 있다.

교통량 줄었는데도 국도 확장
희망제작소 부설 자치재정연구소는 지난 8월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도로건설 약인가 독인가’라는 주제로 자치재정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중복·과잉투자의 사례로 제시된 것이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상주-괴산IC 구간과 3번 국도 상주-괴산 구간이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북상주 구간이 2004년 12월 개통됨으로써 2004년과 2005년 교통량이 현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 구간 국도를 4차선으로 확장한 것은 대표적인 중복투자 사례라는 것이다.

특히 국도인 이화령터널 구간은 정부가 새재개발(두산건설 자회사)을 끌어들여 민간투자사업으로 1998년 완공했으나 개통 이후 협약 체결 때 예상했던 하루 교통량의 20% 수준에 그치면서 쟁송으로 이어진 경우다.
통행료를 소형차 기준 1000원에서 1300원 올렸음에도 적자폭이 줄어들지 않은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부내륙고속도로까지 뚫리게 되자 새재개발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04년 12월 704억원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주제발표를 한 녹색연합 윤기돈 간사는 “우리나라의 교통혼잡은 도로 탓이 아니라 자동차 위주의 도로 공급 정책이 빚어낸 악순환으로 볼 수 있다”며 “도심과 부도심으로 연결하는 대중교통 노선과 운행 횟수가 미흡하고 도시 내에서 자동차를 운행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 간사는 또 “실제 고속도로가 당장 필요하지 않거나 고속도로가 개통됨으로써 국도 확장이 필요 없는 구간임에도 향후 예측되는 교통량을 부풀려 착공하는 경우가 많아 중복·과잉투자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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