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민예총 한·베트남 문화예술교류… 官 차원 협정 이끌어내
기금지원한 호아빈 제2학교 준공식, 충북예술가들 초청무대 올라

신짜오! 베트남! 
1. 평화 꽃피운 호아빈 학교 준공식
2. 전쟁의 상흔 호치민 전쟁박물관

충북민예총은 9월 3일부터 8일까지 베트남 푸옌성 투이호아시 따이화현에서 문화예술 공연교류행사를 펼쳤다. 교류를 떠나기 전 예술가들이 학교 건립 기금마련을 위해 시집의 인세를 내놓고, 전시를 하고, 또 평화 콘서트를 벌였다. 그리고 충북민예총 교류단들은 몇 개월동안 베트남어를 배웠다. 이러한 진정성이 꽃을 피운 걸까. 이번 교류는 민간 차원의 문화예술교류를 토대로 지자체 차원의 교류와 경제 교류까지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물리적인 교류에 앞서 정신적인 교류를 이뤄냈다는 점이 박수를 보낼 일이다.
충북민예총은 지난 2004년 문화예술교류 조인식을 체결하고 국제문화예술교류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차례 한-베 예술단들이 양국을 오가며 교류행사를 벌였다.

▲ 지난 5일 호아빈 제2학교에서는 신교사 건축 준공식과 축하공연이 열렸다.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고성 오광대놀이로 흥을 돋우고, 신뱃노래·타악공연으로 무대를 달궜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는 두 나라 예술단이 함께 ‘한-베트남 우호가’를 불렀다. / 사진=문호영 작가
책걸상 비용 2800만원 지원해
지난 5일 호아빈 제2학교에서는 신교사 건축 준공식과 뜻깊은 축하공연이 열렸다. 교복을 입은 자그마한 체구의 아이들이 일찌감치 나와 한국의 공연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학교 입구에 ‘한국의 예술가들을 환영한다’는 우리말로 쓴 플래카드가 정겹게 걸렸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동네 주민들까지 공연을 보기 위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호아빈 신교사 준공식 축하공연 무대는 푸옌성 싸오빈 예술단과 충북 공연팀이 함께 올랐다. 충북 공연팀은 예술공장 두레, 민예총 전통위원회, 새울전통타악진흥회 등이 참여해 무대를 꾸몄다.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고성 오광대놀이로 흥을 돋웠고, 이어 신뱃노래, 타악공연으로 무대를 달궜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는 두 나라 예술단이 함께 ‘한-베트남 우호가’를 불렀다.

▲ 호아빈 학교 고적대 아이들.
이날 준공식을 마친 후 기념 식수는 푸옌성, 충청북도, 충북민예총, 따이화현 대표가 함께 심어 보기좋은 풍경을 연출했다. 또 오랫동안 기다린 아이들에게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선물하기도 했다.

충북민예총은 호아빈 초등학교 건립을 위해 지난해 2500만원을, 이번엔 책걸상 비용과 개학식 비용 등 총 2800여만원을 전달했다. 사실 그동안 호아빈 제2학교는 교실이 부족해 아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만 했던 상황이었다. 따이화현 인민위원장 후엔하우타이씨는 “ ‘은혜를 베푸는 자는 다시 언급하지 않으며, 은혜를 받는 자는 그 일을 잊지 않는다’는 베트남 속담이 있다. 베트남이 공업화, 현대화를 외치고 있지만 오늘 보다 가치 있는 것은 한국과 친구가 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도종환 시인은 “용서를 받은 사람은 다시 그 말을 언급하지 않으며, 잘못을 한 사람은 그 일을 잊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이철수 지회장은 “지난 여름 이곳에 왔을 때 부족한 교실 때문에 아이들이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베트남과 한국의 어른들 사이에는 아픈 기억이 많지만, 아픔을 씻어내고 앞으로는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란다”고 축사를 했다.

▲ 충북민예총이 기금으로 건축한 호아빈 제2학교 전경.
▲ 호아빈 학교 준공식에 참석한 양국 교류관계자들이 오랜만에 작은 책상에 앉아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충북민예총은 호아빈 초등학교 준공식 축하공연 이외에도 호아빈 마을과 투이호아시 ‘Thuan Thao’ 생태 센터에서 각각 싸오빈 예술단과 함께 교류를 펼쳤다. 푸옌성 현지 방송이 교류내용을 일일이 담아 방송을 내보기도 했다. 공연 프로그램 중 한국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인 ‘오나라~’도 불렀는데, 그 인기를 실감할 만큼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 ‘Thuan Thao’생태센터에서 열린 마지막날 공연 모습. 충북예술단이 싸오빈예술단과 함께 무대를 장식했다.

마지막 날인 7일에는 충북민예총과 푸옌성 싸오빈 예술단이 앞으로 교류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푸옌성은 2011년이면 건립 400주년이 된다. 따라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박물관과 조각 공원 설계를 올해까지 마무리 짓는다고. 푸옌성 측은 “충북을 방문해 박물관과 문화의 집, 문화 센터 등 선진지 견학을 할 수 있도록 초청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양측이 ‘충북의 날’과 ‘푸옌성의 날’을 정해 약 일주일동안 서로의 문화를 소개해주는 ‘문화주간’ 행사를 갖자고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회적인 교류가 아닌 일상적인 교류를 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푸옌성 측은 “조각페스티벌을 통해 청주 작가가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또 기회가 되면 현지에 머무르면서 페스티벌에 참가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미술전과 사진전 등 예술 교류에서 인적교류가 어렵다면 먼저 작품을 교류하고, 또 한-베트남 작곡가들이 공동음반을 CD로 제작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한-베 우호교류협약 체결의 바탕에는 문화예술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서로가 잊지 말자는 내용도 역시 빠지지 않았다.

▲ 푸옌성 문화통신청과 충북민예총 대표단이 앞으로의 교류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장면.
충북민예총 김기현 국제교류위원장은 “베트남 뿐만 아니라 페루, 칠레, 볼리비아, 멕시코 등과 시각교류를 준비중이다. 10월 말 15명의 작가 40여점 작품이 ‘페루한국현대미술전’으로 청주에 소개된다. 시각 분야교류가 활성화되면 공연교류까지 구상중이다. 남미는 각 나라마다 안데스축제를 벌이는 데 최종적으로 이곳에 참여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 응웬응옥꾸왕 푸옌성 문화통신청장
인/터/뷰/ 응엔 응옥 꾸왕 푸옌성 문화통신청장
한-베 우호가 만든 작곡가, 교류 확대 희망

한국 베트남 교류의 주인공들 중 한명은 바로 푸옌성 문화통신청장인 응엔 응옥 꾸왕(50)씨다. 그는 2004년 충북민예총이 푸옌성과 시작할 때부터 문화통신청장으로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는 준공식에서 “문화예술의 다리가 결국 학교 준공식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서 기쁘다”고 말했다. 꾸왕씨는 “충북과 푸옌성만의 교류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한국문화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싶다”며 교류가 확대되기를 희망했다.

또한 작곡가인 그가 만든 ‘한-베 우호가’는 이번 교류가 낳은 또 다른 히트작이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한-베 우호가’였기 때문이다. 이번 국제교류에 참여했던 충북민예총 예술가들은 이미 예술인 대회를 통해 이 노래를 배웠다는 후문이다.

▲ 응옥 비엣스 호아빈 제2학교 교장
인/터/뷰/ 응옥 비엣스 호아빈 제2학교 교장
“미래 학생들에게 호아빈 학교는 평화의 상징”

“한국에 대해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었는데, 이제는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진다. 이것이 가장 큰 변화다.” 호아빈 제2학교장 응옥 비엣스(54)씨는 “물리적인 변화가 아닌 마음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곳의 주민과 학부형, 그리고 교사들이 앞으로 더 훌륭한 학교를 만들어 갈 것이다”고 거듭 말했다. 호아빈은 베트남 농촌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또한 전쟁기간 가장 많이 피폐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 투이호아=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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