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메카 발돋움 위해서는 대학ㆍ실업팀 창단 급선무 한 목소리

제천을 대표하는 엘리트 체육은 무엇일까? 지역 주민들은 서슴없이 체조를 지목한다. 지난 50년대 초반부터 지역 학교 체육의 대표 종목으로 부상된 이래로 60여 년 동안 지역과 함께한 체조는 단양의 탁구, 청원의 사격 등과 함께 충북을 대표하는 체육 종목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면서 제천의 체조는 교육 당국과 지역의 무관심 속에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지리멸렬하고 있다.

본래 제천은 지난 50년대 후반부터 배구, 하키, 정구에다 제천중학교의 체조까지 4~5종목이 지역을 대표하는 스포츠 종목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배구의 경우 80년대 광산고등학교(현 제천산업고등학교)가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양산한 가운데 대한민국 배구의 메카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제천고등학교의 하키와 정구도 전국적인 명성을 이어가며 제천의 엘리트 스포츠 명목을 이어갔다.

이에 못지 않게 제천을 대표하는 또하나의 체육 종목이 바로 체조였다.
50년대 후반 제천중학교에서 창단한 체조는 60~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며 국가대표급의 유명 선수들을 배출해왔다. 60년대에 일부 학교에서 재정난으로 체조부를 해단하면서 잠시 명맥이 끊기기도 했지만, 학교 체육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초등학교 체조부가 왕미초등학교와 청전초등학교를 주축으로 운영되면서 남녀 모든 부문에서 전국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등 제천은 체조의 메카로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왕미초등학교는 남자, 청전초등학교는 여자 체조부를 운영하며 전국대회에서 최상의 성적을 거두어왔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4년 청전초교가 폐교되면서 지역 체조의 명맥이 끊기는 듯했으나 주거단지 개발로 신설된 용두초등학교가 체조부의 명맥을 이어가면서 졸업생들이 고스란히 의림여중과 제천여고로 진학하는 등 제천의 체조 종목은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문제는 고등학교까지의 실력을 이어나갈 대학이나 실업 체조팀이 지역에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점. 제천시 체조협회에 따르면 지난 90년 창단됐던 동명초등학교 체조팀은 창단 다음해인 91년부터 내리 9년 동안 충북도 소년체전에서 단체와 개인전 우승을 독식하고 소년체전과 같은 전국대회에 출전해서도 준우승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등 높은 기량을 보였지만 지난 99년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해단의 눈물을 흘렸다.

이런 가운데 제천 지역의 엘리트 체조 코스를 거친 선수들 가운데 체조와 관련해 활동 중인 인사는 오직 지역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모 교사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체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왕미초교를 비롯한 지역 엘리트 체조 코스를 거쳐간 유망주가 15~20명에 달하지만 현재까지도 체조계에 몸 담고 있는 인사는 오직 체육교사 1명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천시 등이 체조 실업팀을 창단해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80여 명의 선수가 배출된 것으로 알려진 청전초교 체조부원 중에는 부산아시안게임 4관왕 출신인 박정애 선수 외에 실업계 소속으로 활동 중인 경우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내에서도 지역별로 차별화된 엘리트 스포츠 종목을 육성하는 데 지자체와 체육계가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제천 체조가 전국 최고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체육의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지역 체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16개 광역단체 중 충북과 제주를 제외한 14개 자치단체가 22개의 실업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충북은 우수한 미래 인재를 확보하고도 실업팀의 부재, 중고등부 체조팀에 대한 지원 부족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천의 체조 인프라를 강화하고 체조를 제천을 대표하는 대표적 스포츠 종목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학교체육뿐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행정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교육청을 비롯한 관계 기관에서는 예산난과 경영의 어려움 등으로 체육부 육성을 기피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지역의 체조팀 활성화와 실업팀 육성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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