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산성, 그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보온달과 관련이 있나’라고 추측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추측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의 놀라움이란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옛 이야기속의 인물이 현실세계로 튀어나와 입체적으로 다가올 때 느껴지는 흥미로움에 문득 그 곳이 궁금해진다.
청주를 출발하여 단양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 남짓, 조금은 먼 거리이다. 이쯤 되면 엄마들은 걱정이 앞선다. ‘차안에서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어쩌나, 멀미를 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고.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게임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교통지도를 펼치고 차창 옆으로 스쳐가는 이정표를 찾아 아이들과 색깔별로 표시해보자. 다음에 나올 지명은 어디일까 가슴 설레며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단양에 도착한다.
단양에서 595번 지방도로를 따라 영월 쪽으로 달리다보면 영춘면에 다다른다. 영춘면에서 남한강이 크게 휘감기며 흘러가는 하리의 강 남쪽에 가파르게 솟은 산 위에 돌로 쌓은 산성이 하나있다. 평강공주의 남편인 온달의 이름이 붙은 온달산성이다.
산 아래 주차장에서 온달산성까지는 약 30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는데 경사가 급해서 오르기가 숨 가쁘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어린아이들에겐 좀 힘든 길이 되겠지만 중간에 쉬어간다면 그다지 어려운 길은 아니다.
가파른 산길이 힘겹게 느껴질 때쯤 ‘사모정’이라는 정자를 만나게 된다. 콘크리트로 만들어 옛스런 맛은 없지만 굽이굽이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를 내려다보며 가쁜 숨을 내쉬고 지친 다리도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다시 10여분을 더 올라가면 구불구불 산봉우리를 감아 도는 성벽 자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촘촘히 쌓은 성벽을 돌아 동문의 사다리를 통해 성안으로 들어가면 시간은 과거로 이어진다. 무성한 잡초와 이끼 낀 돌들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준다. 돌 하나하나가 모두 역사의 흔적이다.
온달산성은 축성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400여년전, 고구려에 침입한 신라군과 싸우기 위해 온달이 쌓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성의 위치나 성벽의 축조방식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신라 쪽에서 쌓은 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온달은 이 성을 쌓았다기보다는 성을 치려다 전사한 것으로 여겨진다.
성의 둘레는 683m 로 그다지 크지 않으며 남서쪽으로 치우친 봉우리와 북쪽으로 흘러내린 비탈을 둘러쌓은 테뫼식 산성이다. 성벽은 납작한 점판암을 내외협축식으로 쌓았으며 성벽 돌 틈 사이도 작은 돌로 메워 벽 전체가 마치 벽돌로 쌓은 것처럼 매끈하여, 산세를 따라 부드럽게 감겨 돌아가는 모습이 예쁘다. 아담하고 여성적인 느낌의 온달산성은 화강암으로 쌓아 육중하고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청주의 상당산성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벽면뿐 아니라 속까지도 돌들을 켜켜이 우물 정(井)자로 엇갈리게 하는 등 치밀하고 튼튼하게 쌓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있다.
앞으로는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뒤로는 소백산 험한 첩첩준령이 펼쳐지는 옛 성. 먼 옛날 고구려와 신라의 격전지였을 이 곳이 지금은 한없이 평화롭기만 하다. 아이들과 함께 옛 병사가 되어 성곽을 걸어보고 잠시 성곽에 걸터앉아 영춘면 일대에 전해지는 온달과 관련된 전설 이야기도 들려주면 좋을 것 같다.

 “저길 보렴. 저 곳이 상리나루인데 온달을 장례지낸 곳이란다. 온달장군이 싸우다가 화살에 맞아 전사한 후 장례를 지내려고 하는데 아무리 힘을 써도 온달의 관이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더래. 이 소식을 들은 평강공주가 관을 어루만지며 ‘죽고 사는 것은 이미 결정되었습니다. 먼저가세요’ 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관이 움직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는구나.”
이야기에 폭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온달은 뭐라고 속삭일까.

온달산성 아래에는 온달동굴이 있다. 온달장군이 평강공주와 함께 머물면서 무예를 연마하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어 온달동굴로 불리며 영춘면의 남쪽에 있다고 해서 ‘남굴’이라고도 부른다.
4억5천만년 전에 생성된 석회암 동굴인 온달동굴은 총 길이 800m 로 아기자기하고 여성적인 모양의 석순과 종유석이 잘 발달돼 있고 동굴 내 지하수량이 풍부해 산천어등 물고기와 곤충 등의 생물도 서식한다고 한다. 수 억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자연생태박물관인 셈이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고드름 모양의 종유석, 종유석에서 흐르는 석회물이 바닥에 떨어져 만든 석순, 석순과 종유석이 이어져 만들어진 석주까지 기기묘묘한 괴석들이 어둠 속에서 형형색색으로 빛을 뿜는다.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아이들과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에 이름을 붙여보자. 어른 키만큼 자라있는 종유석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헤아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코스 중에 일부는 천정이 낮아 머리를 숙이거나 엉금엉금 기어가야하는 곳도 있어 동굴에 들어 갈 때는 입구에서 나눠주는 헬멧을 반드시 착용해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비가 많이 온 날 뒤에는 남한강 물이 동굴 안으로 흘러들어와 수위가 높아져 위험하기 때문에 입장이 금지된다고 하니 여행에 참고하면 좋겠다.
 동굴에서 나와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고구려 무덤인 장군총을 본 떠 계단형으로 지은 건물이 있다. 바로 온달전시관이다. 고구려의 고분 벽화와 유물 등을 통해 고구려인의 생활상과 문화를 엿 볼 수 있는 곳이다. 삼국의 문화 중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 고구려 문화이다. 전시관을 둘러보다 보면 낯선 고구려 문화가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신수진 청주역사문화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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