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의미에서 박물관은 인류의 미래와 복지 향상을 위해 인류의 문화유산을 소장하는 기관을 지칭한다. 박물관의 가치는 인간의 감성적·지성적 삶을 향상시키는데 있으며, 박물관 전문인력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중봉사이다. ”
‘21세기 박물관 경영’(게리 에드슨·데이비드 딘)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박물관에 대한 고전적·현대적 의미가 잘 담겨져 있는 이 말에는 우리의 삶 가운데 박물관이 존재하는 이유와 더욱 메말라가는 사회 속에서 박물관이 어떤 역할을 감당해 내야 하는가에 대한 정의가 잘 나타나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너나없이 각 분야에서 생존전략으로 ‘21세기’를 말머리(話頭)로 내세운 적이 있다. 이 ‘21세기’의 목표는 바로 우리와 사회, 국가가 지향해야 할 거대한 목표로, 우리 박물관 분야에서도 많은 이들이 뉴패러다임의 박물관 모델을 제시하기에 바빴다. 그들이 주장하는 핵심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박물관 운영에 수요자 중심의 경영마인드를 도입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좀더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게 하는가하는 문제는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의 수익창출에도 엄청난 공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유물을 수집·전시하고, 찾아오는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것에 만족하는 박물관은 단순한 수장고 취급을 받는다. 이런 박물관은 결국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사회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다. 무한 생존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시대적인 흐름을 맹목적으로 따른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 철저한 목표와 자기성찰을 토대로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요자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것은 그들이 재미있고 유익하게 박물관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점을 내놓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일부 선진박물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체험형 프로그램 운영, 유적지 답사, 지역민들에게 봉사기회 부여, 새로운 전시아이템을 찾아낸다든가 하는 등등의 무수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각계각층에 눈높이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21세기 박물관은 삶의 향취와 체험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될 것이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은 인류의 지식과 정보혁명을 이끌어 온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상지로 웅대한 우리 민족문화가 세계를 만나는 자랑스러운 곳이다. 일찍부터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 우리는 세계의 모든 이들을 수요자로 끌어들이려 늘 노심초사한다. 그것은 곧 우리 박물관의 문제이자 지역사회의 문제이기도 해 더욱 어깨가 무겁다.

-이승철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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