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지역농협 중 6개 동참, 경쟁력 확보
조합별 지분·출자방법·금액 등은 윤곽 드러나

농림부는 전국의 RPC(미곡종합처리장)를 구조조정하여 경쟁력있는 통합RPC 조합공동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음성군 관내 통합RPC는 당초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감곡면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지역농협에서 동참 의사를 밝혀 통합RPC조합공동법인 설립에 ‘청신호’를 밝혔다.

농림부는 전국에 RPC를 100개 이내로 축소시켜서 지자체당 한 개의 RPC를 둘 계획을 추진 중이다. 각 지역조합별로 운영하고 있는 RPC나 도정시설을 공동법인화하여 예산을 지원해 육성시킬 방침이다.

이 공동법인에 참여하지 못한 조합은 기존에 지원하던 정부 지원을 중지할 계획이라는 것. 이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자구책으로 지역 농산물 파워브랜드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당 1개로 통합

통합RPC 조합공동법인설립을 추진 중인 농협 음성군지부는 지난 6월 조합공동법인을 이끌어 나갈 대표를 뽑기 위해 농협 직원과 전문경영인을 대상으로 정식 공모하였다.

이 공모에서 단 한 명만이 신청하였다. 금왕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의 장장인 정두헌씨가 바로 음성지역에 통합RPC 조합공동법인의 초대 대표이자, 설립 추진위원장의 역할을 맡았다. 정두헌 대표이사는 미곡종합처리장 경력만 10년으로 이 분야에서는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지난 24일 농협음성군지부 대회의실에서 관내 농협조합장과 실무자 등 20명이 참석해 통합RPC 설립을 위한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 안건으로 조합별 지분 출자 방법, 투자금액, 출자 지분 평가 방법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였다. 각 조합장들의 의견이 팽팽해지면서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세 가지 안건에 대한 윤곽이 잡혔다.

우선, RPC를 통합하기 위해 관내 7개 조합 가운데 음성농협과 금왕농협 등 2개 조합이 RPC를 보유하고 있다. 또 대소농협과 삼성농협, 감곡농협이 도정시설을 갖추고 있다. 나머지 맹동농협과 생극농협은 벼를 수확해 완전미를 생산하는 일체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질 않다.

그러다 보니까 각 조합별로 통합RPC에 출자하는 금액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현물투자나 현금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단 음성농협과 금왕농협은 RPC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물출자를 하게 된다. 그리고 맹동·생극농협은 도정시설 및 저온저장시설 일체가 없는 관계로 현금출자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머지 대소농협과 삼성·감곡농협은 기존에 도정시설이 있기 때문에 현금출자보다 현물출자를 원하고 있다.

일단, 음성농협과 금왕농협이 RPC 통합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미곡종합처리장의 땅을 무상임대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물론 각 조합의 임원 및 대의원 회의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또한, 기존 시설의 가격을 장부가격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음성·금왕농협이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한발 양보한 것이다. 통합RPC에 참여하는 조합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런 두 조합의 배려로 현금출자를 하는 나머지 조합들이 2억 원에서 3억 원 정도 투자만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감곡 농협만 불참 기류

대소·삼성·감곡농협은 기존에 도정시설으로 통합RPC에 현물투자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지만 만성적인 적자운영으로 허덕이는 미곡종합처리장을 한 법인으로 묶어 운영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시설 외에는 현물투자를 받지 않는 것이 절대적이다.

대소농협은 기존의 도정시설을 자체 운영하고 현금으로 출자해 지분참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초 예상대로 삼성농협과 감곡농협이 지분참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권태화 감곡농협 조합장은“이날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을 가지고 임원 및 대의원 회의 때 부의안으로 채택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감곡지역은 햇사레복숭아 연합사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해져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통합 RPC쪽으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수매가가 음성·금왕·대소·맹동·생극 지역은 4만6천원에서 4만7천원을 받았는데 감곡농협은 5만원으로 수매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합원들이 통합RPC에 동참하려 하지 않다는 것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를 감수하고 동참하려면 5만원에 못 미치는 금액을 감곡농협에서 조합원들에게 보조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동의를 이끌어내더라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권태화 감곡농협조합장은 “감곡면은 지리적 여건이나 수매가가 다른 조합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1년이나 2년 후에 통합법인이 운영되는 경과를 지켜보고 지분참여를 하겠다”고 지분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감곡농협은 최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도정시설에 적잖은 비용을 쏟아 부어 시설보완을 했다. 거액을 투자한 도정시설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통합RPC에 동참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 통합 방식 이견도

조남선 삼성농협조합장은 “큰 틀에서는 통합RPC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행의 통합 방식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야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농협은 삼성면내에 소재한 H농산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어서 이를 삼성농협이 인수해 현물로 출자해 3개 RPC로 통합하려고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RPC 조합공동법인의 구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 금왕농협의 민병대 조합장은 “알피시 통합을 위해 금왕농협이 땅도 무상임대하고, 알피시 시설도 장부가격으로 책정해 알피시 비보유 조합이 동참하는데 재정적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민 조합장은 “내년부터 알피시 통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부에서 100개 알피시만 지원해주는 사업이기 때문에 내년에 통합하려는 자치단체가 더 많아질 거라 서둘러 통합을 진행시켜야 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조합이 만성적인 적자 운영을 하고 있는 미곡종합처리장을 작년에 금왕농협은 흑자운영으로 돌아섰다. 그렇지만 통합RPC로 가기 위해 적잖은 희생을 하면서까지 통합을 준비 중이다.

통합RPC 조합공동법인에서 출하되는 쌀은 다올찬 쌀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될 것이다. 이 다올찬 쌀이 전국 100개 브랜드 안에 포함 될 것이며, 7개로 나눠져 있던 음성지역의 쌀을 하나의 브랜드로 단일화하여 판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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