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청주 집중화 거부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방정부에선 오히려 역발상으로 이용해야

청주 집중화 현상에 대한 일선 시·군의 반응은 물론 매우 냉소적이다. 상대적 박탈감 역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도시집중화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됐다기 보다는 다분히 감성적인 측면이 크다. 실제로 음성군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를 골백번 외쳐도 결론은 청주만 비대해지고 나머지 시·군은 전출인구를 걱정해야할 판이다. 이럴바에 지금처럼 굳이 여러 시·군으로 나눌 필요가 있겠는가. 차라리 시·군을 없애고 행정구역을 광역화하면 지금같은 소외감은 훨씬 덜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주에서 출퇴근한다는 그 역시 “모든 여건이 청주가 가장 나은 이상 집중화를 욕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도시집중화는 단순히 인구라는 물리적 잣대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정치 교육적 측면에서 타 지역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청주의 공룡화는 곧 다른 지역의 공동화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은 대안마련이 안 된다는 점에서 비판의 시각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본인 스스로 청주와 충주에 근무하며 이 문제를 피부로 느꼈다는 이주홍씨(개인사업, 전 충주신문 편집국장)는 “이미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을 그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대안은 바로 이러한 자세에서 나올 수 있다”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집중화를 역으로 이용하라
“아마도 1987년 쯤일게다. 당시 청주에 1프라자(현 청주백화점 전신)라는 백화점이 개점할 땐데 주변 상가들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곳 직원으로 일했던 내가 직접 설득에 나섰으나 막무가내였고 결국 백화점이 오픈할 때까지도 반목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백화점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주변 상가의 매출도 덩달아 오른 것이다. 당시 백화점으로 인한 하루 인구유입 효과가 대략 2, 3천명으로 추정됐는데 이들중 일부가 주변 상가의 고객으로까지 유입된 것이다. 특정 가게의 경우 매출이 3, 40%까지 신장됐고 그렇다보니 업소 스스로 손님을 끌기 위한 각종 이벤트까지 벌이더라. 지금 청주로 인구가 몰리고 모든 재화의 집중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이를 거부할 수는 없다. 이건 현실이다.

대신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청주 때문에 시·군이 죽는다고 투정할 게 아니라 오히려 청주가 죽으면 시·군마저 죽는다는 역발상을 해 봐라. 지금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수도권은 사실 7, 80년대에 걸쳐 급속도로 집중화된 서울 때문에 가능(?)했다. 도시집중화는 분명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현상이지만 이를 역이용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지금 우리 시·군에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바로 이런 것을 하라고 지방자치가 도입되지 않았나. 관건은 차별화 전략이다. 남들과 똑같은 치적용 행사나 벌이고 다른 지역을 모방만 해선 절대 답이 안 나온다.”

이같이 청주의 집중화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인 분석을 내리는 측도 있다. 앞의 이씨의 주장처럼 주변의 파급효과를 의식한 전략적 시각일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도시의 변천과정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청주가 끝간데없이 커지는 것같지만 언젠간 한계에 도달한다는 낙관적 시각에서다. 마치 서울의 강북이 강남에 밀리고 대구처럼 과거 전통적인 부(富)의 도시가 지금에선 침체될 수 밖에 없는 도시변천사가 반면교사다.

이런 논리는 도시학자 보처트(JOHN R. BORCHERT)가 주장한 핵심이기도 하다. 2차대전 이후의 북미지역 도시화를 연구한 그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어떤 시기에 잘 적응한 도시는 풍부한 인적 물적자원을 축적하게 되지만 다음 시기에도 그와같은 결과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과거의 기술과 생산여건에 적응하여 성장했던 도시가 새로운 기술혁신과 생산조건의 변화에도 잘 적응할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경제발전의 어느 단계에서 번영했던 도시가 다음 단계에선 상대적 쇠퇴를 경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주는 청주이고 청원은 청원
그의 주장중에서 도내 시·군 지역이 특별히 눈여겨 볼 내용이 있다. 도시변화는 뚜렷한 단계를 갖고 진행되지만 발전이 똑같은 패러다임으로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환경속에서 발전하기 위해선 새로이 적응할 수 있는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깨우침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과거 교육문화의 도시였던 청주는 지금의 특색없고 무분별한 도시의 확대로 조만간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대신 지금까지 박탈감을 가졌던 시·군은 오히려 차별화된 도시발전 전략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얼마전 초정약수를 응용한 세종대왕 어가행차 행사로 전국적인 관심을 끈 오효진 청원군수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사실군수가 되고나서도 걱정이 많았다. 청주를 둘러 싼 청원의 입지조건 때문에 지역 고유의 행정과 시책을 펴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할 일이 너무나 많더라.

물론 청주라는 존재는 청원군에 크게 다가 올 수 밖에 없지만 어디까지나 청원군은 청원군이다.” 오군수의 논리는 결국 청주의 집중화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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